BASEBALLPARK

#1

2012년 대선전이었나봐요

마침 고향집에 내려갔었는데, 티비 토론이 있었죠.

아니나다를까 박근혜가 특유의 그 어버버한 대답을 하고 있었죠.

"에휴 저 부모잃은 불쌍한 사람을 왜 저렇게 공격하누"

부모는 비명횡사하고 장남은 마약을 한 비참한 가정의 장녀.

어찌보면 그런 장녀가 정치가가 되어서 대선후보로 성장한 모습은 그녀를 20대 꽃다운 시절 영애로 바라본

6~70대 세대들에게는 뭉클한 장면이겠죠.

그 애비가 어떤 인간이었고, 한국 현대사에 어떤 죄를 지었는지 똑똑히 잊지 않고 있다면 감히 그럴 수는 없겠죠

하지만 그녀와 새누리의 "불쌍한 공주님" 프레임은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그런 대통령을 가지고 있죠.




#2

대한민국 최고 재벌의 회장님께서 성매매를 했답니다.

사실만으로 충격적인데, 더 충격적인 것은, 우리 언론과 대중들의 쿨함입니다.

"에이 개인 사생활인데", "성매매라는 개인 사생활보다 그걸 불법적으로 촬영해서 배포한 언론이 더 나쁘다"

삼성은 재빠르게 "회장님의 사생활일뿐이지만 물의를 일으켜 송구하다"고 한발짝 비켜 나갑니다.

뉴스타파가 동영상을 공개했지만, 그 과정에서 그들은 기자로서의 자세를 잃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최고 재벌 회장님의 개인 사생활이 정말 그 최고 재벌과 무관하게 사적으로 이루어졌는가?

성매매가 이루어진 집은 전직 임원(그 자신도 모르는)의 차명 전세집이었고 성매매 여성을 다루는 사람은

단순히 집사라고 부르기에는 트레이닝이 된 사람같아 보입니다.

재벌가 2,3세가 운전기사를 마치 노예다루듯 다루는 일, 회삿돈을 사적으로 유용해서 처벌받는 일 등이

아무리 부지기수로 일어났다 하더라도 그 보도의 중요한 지점중에 하나였던 이 사실은,

SNS와 언론에서 "회장님의 개인적인 사생활"로 치환됩니다.

연예인의 사생활 중 성매매는 온갖 언론의 관심이 되고, 조사를 받고 결과가 나오기전에 쓰레기가 되는데

재벌회장님이 회사 명의의 전세집에서 수발을 드는(이것도 웃김) 직원들의 손에 의해

성매매를 하는 일은 공익적 목적과 관계없는 사생활이 되는군요..







재밌어요..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라는 책이 있습니다.

주로 미국 정치에서의 프레임과 프레임의 위력에 대해 쓴 책인데..

주류 언론의 프레임에 놀아나지 않기란 쉽지 않습니다.

늘 고민하게 되더라구요. 사건의 본질은 무어냐...

아침부터 페이스북에 한다리 건너 어떤 페친분이 쿨하게 재벌회장님의 사생활이 뭐가 중요하냐고

해놓으셔서 한번 긁적여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