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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신지요. 제 졸고에 달아주신 편집인님의 글월 잘 뵈었습니다. 언론계 선배에 대한 존경심과 죄송한 감정이 섞여 심란하게 읽었습니다. 편집인님 말씀처럼, 이번 교육부 광고 파문이 <한겨레신문> 내부의 토론을 거쳐 조직이 초심을 회복하고 언론대중의 신뢰를 되찾는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저는 방송기자입니다. 글 잘못씁니다. 하지만 몇가지 오해가 있으신 듯 하여 이렇게 펜을 듭니다.

우선, 저는 ‘절독을 통해 <한겨레신문> 전체를 부정’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전체를 부정하다뇨. 깜짝 놀랬습니다. 저는 다만 <한겨레신문>의 광고정책이 개미들의 구독료 보다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기관 광고쪽에 치우쳐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해, 구독행위를 중단함으로써 선의의 항의를 표하고자 한 것 뿐입니다. 동료 기자들이 소중히 작성한 기사는 앞으로도 인터넷을 통해 열심히 읽을 것입니다.

참고로 몇해전 졸저인 삼성 X파일 책 광고를 <한겨레신문> 광고국에 의뢰했을 때, 광고국은 삼성이라는 리스크가 있는 광고인 만큼 2배의 광고료를 내라고 요구했었죠. 좀 실망했지만 절독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당시 저는 구독자가 아닌 저자였기 때문이죠. 출판사측은 대신 다른 신문지면을 구매했습니다. 어디였냐구요? <경향신문>이었습니다.

두번째, 저는 ‘조그만 이견이 있으면 그걸 빌미로 전체를 부정’하는 이른바 ‘진보진영’에 '소속'된 기자가 아닙니다. 혹시 저의 특정 기사들이 진영논리에 입각해 작성된 것으로 읽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와 진실만을 추구하는 기자로서 특정 진영 소속으로 분류되는 모양새는 그다지 반갑지 않습니다. MBC라고 하는 언론권력이 강제하는 회사의 진영논리 조차 거부해 해고를 겪은 처지이다 보니 더욱 그렇네요. 굳이 진영을 밝히라시면 진실의 진영이라 답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편집인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선명성 경쟁을 하는 건 오히려 쉽다. 하지만 선명성만 가지고 사회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한겨레의 고민은 그 지점이고 이번에 교육부 광고를 싣게 된 이유 중 하나도 그것이었다”고 말이죠. 충분히 가능한 말씀입니다. 하지만 저는 편집인님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론이 선명성 경쟁을 하는 건 매우 어렵지만, 그렇게 해야하고, 또 그래야만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말이죠.

다행히 전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상한’ 기자가 또 있더군요. 경향신문의 박래용 편집국장. 그는 “광고 역시 지면의 일부이고 국정교과서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게재했던 입장에서 광고를 집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한겨레신문> 만큼이나 경영이 아주 어려운 <경향신문>은 경쟁사 <한겨레신문>이 3천만원을 받고 게재한 1면 광고를 끝내 거부했다더군요.

<경향신문>의 바보같은 ‘선명성 경쟁’을 차마 못본 체 할 수 없었습니다. 저와 <고발뉴스>의 후배들 역시 '비판기사를 삭제해주면 광고를 주겠다'는 광고주 SPC측의 전화를 녹음해서 폭로할 정도로 바보들이니까요. 덤앤더머 사이의 동류의식이라고나 할까요.

이게 <한겨레신문>에게는 미안하지만 <경향신문>으로 옮겨가기로 결심한 경위의 전모랍니다.

요즘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국정교과서 파문은 내란에 준하는 헌법파괴 책동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부정선거 투쟁도, 세월호 책임자 처벌도 모두 놓쳐 버리는 바람에 민주주의가 쑥대밭이 되버렸지만, 이번만은 야당과 언론이 부디 선명성 경쟁을 벌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하여 87년 6월 항쟁의 승리와 대선패배의 교훈이 잉태한 기적이었던, <한겨레신문>이 다시금 민주·민족·통일의 기치를 경쟁적으로 추구하는 대오의 선두에 우뚝 서는 날이 오면, 열혈 구독자로 언제든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드리며, 이만 주제넘은 글 접겠습니다.

- 사족입니다

기왕에 페북을 통해 편집인님과 마주하게 되었으니 고언 한마디 올릴께요. 지난해 <한겨레신문>은 세월호 정국에서 잠수장비인 다이빙벨과 관련해 중대한 오보를 냈습니다. “다이빙벨이 실패했고, 그로 인해 현장의 노력들이 엉뚱한 곳에 허비됐다”는 등의 내용들이었습니다.

<한겨레신문>이 다이빙벨을 실패로 규정하는 바람에 ‘정부의 구조의지가 애당초 없었고 결국 학살한 것 아니냐’는 시민사회와 세월호 유가족들의 주장이 크게 힘을 잃고 말았습니다. 저 역시 <한겨레신문>측의 해당 오보를 MBC가 법정에서 인용해 주장하는 바람에 ‘헛소리 하는 문제기자’로 찍혀, 중징계를 받는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많은 시민들이 정정보도를 요구했지만 <한겨레신문>은 꿈쩍도 안하더군요. 해당 오보는 급기야 지난해 영예의 ‘과학저널리즘 대상’까지 수상하고 말았습니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진실을 바로잡는 <한겨레신문>의 용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