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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이 되자 선배 후배 동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사무실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한데.

일상과 다름없는 명절을 보내는 상사가

안 돼 보였는지 여직원 하나가 싸온 명절음식으로 다행히 입은 호강했답니다. 씨익.

집에 기다리는 예쁜애인이 있는 것도. 딱히 가보고 싶었던 장소가 있는 것도.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회사에 혼자서 처리해야할만큼 급한 업무가 있는 건 아닌데 책상에 앉아 일을 놓지 않은 내 모습. 언젠가 신문에서 간혹 보던 일 중독 현상인 건가. 

노는 것을 지상 최대의 즐거움으로 알고 쾌락과 향락을 너무도 사랑한 내가?

그만큼 정처 없는 마음 때문일 겁니다. 내 인생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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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술보다 좋은 동료들. 좋은 친구들. 

자리를 두 번 옮기며 계속된 술과 이야기는 여러 가지 여운을 안겨줬습니다.

지금의 젊음은 잠시. 결국 삶 자체와 내실로 승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

다들 지금보다 행복했으면 좋겠지만. 꿈은 모두에게 이루어지진 않을 거라고.

앞을 장담을 못하는 인생이지만 내가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끝까지 남아줬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보람된 술자리를 마치고 집에 들어서니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들어 남겨뒀던 와인을 찾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셀러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호주 yalumba winery의 와인 중 하나를 꺼내들었는데. 보관한 지 6년이 돼가는 기간에 걸맞은 맛이 서려 있더군요.

너무 농염하지 않은 맛이 은은하게 올라오는 맛. 하지만 사그라들고 있는 느낌에 아쉬움이 드는걸. 진즉에 마셨더라면 어땠을까. 이 와인도 한때 거친듯하면서 제법 강렬한 맛을 품고 있었는데. 시간을 둔 사이에 어느덧 이렇게나 사그라들다니. 문득 내가 사는 인생도 이런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한참이나 '난 아직 젊음으로 타오른다' 라고만 여기고 있었는데 이런 새벽앞에 피곤으로 허물어지는 몸과 마음을 보고 있으면. 말입니다. 

내일은 서울에 남아있는 동료들과 함께 상큼하게 튀어오르는 스파클링 와인 Bernin 3병만 나눠야겠습니다. 소년처럼 어려지는 기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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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새해라는 것이 얼마나 자의적인가...

진정 새로운 시작이란 자신이 원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개인적으론 비슷하게 찬 기운이 계속되는 1월 1일도. 명리학에 따라서 2월 4일도 아닌. 계절의 처음. 새봄부터 시작이라고 여기는 편이지만 

나만을 위해 날아온 몇 통의 새해 문자를 보면서 슬며시 올라가는 입꼬리는 어쩔 수 없더군요.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번호로 매김할 만큼 많지 않고  하지만..." 내게 소중한 것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아낌없이 노력하고 분발하겠다" 는 결심이 연말결산에 이르러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을테지만.

 

내가 짓고 있는 사랑과 꿈 나의 거미줄.

 

올해는 힘이 좀 부치는 상황이지만 그래서 더욱 값진 것이 되겠지. 

전엔 고비에선 쉬거나 앓고 지나가는 편이었지만 이젠 좀 달리 해보려 합니다.

그럴 땐 자연치유를 기다리는 대신 아스피린이라도 먹고 뛰어야한다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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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 생일인 

아내.여자친구를 상상한다.

그러면 설날과 더 친근해질 수 있을까. 씨익.

떠나고 싶은 밤

지키고 싶은 밤

놓아주고 싶은 밤

꽉 쥐고 싶은 밤

그렇게

희미해졌다 선명해진 밤. 

차분히 지나쳤던 밤.

안아줄 여유가 부족한 나에게. 

흰색으로 치장한 채 다가온 설날.

그렇게 텅 빈 거리를 차분히 걸었습니다.

아직도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 곱씹을수록 아깝고 또 안타까워 생기는 미련.

미처 받아드릴 준비도 안되있는데 다가와버린 설날.

요즘 들어 지나간 시간과 결과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곤 합니다. 

그중 제일 심각한 사람은 아닌척하며 사는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씨익. 

해볼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걸고, 어찌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늦지 않게 놓아주는 것.

고독하고 고단한 살이에도 나에게 허락되어진 많은 것에 감사 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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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내려지는 눈과 비처럼 설날 그리고 연휴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이전보다 적막한 설날을 보낸 분들에게 

앞으로도 잠시나마 피로를 잊는 휴식과 그에 따른 위로가 내리길. 

그것이 진정한 새해 연휴의 의미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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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인사말이. 저는 영 어색합니다.

복. 이라는 단어에 콤플렉스가 있나봅니다.

올해는 이 콤플렉스부터 없애기로 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쇼.

새해는 좀 더 우리 몫의 복을 챙길 수 있길 바랍니다.

저도 그러겠습니다. 씨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