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이야기 하니까 89년도가 생각나는군요.
- 작성일
- 16-04-05 15:46
음..지난번에 이문세6집도 89년도였는데.
도대체 나는 89년도에 무슨 마가꼈는지;;;
때는 바야흐로 89년도였고요. 당시에 절친이었던 녀석과 거의 붙어다니던 시절이었는데.
한번은 우리집에서 자고. 한번은 걔네집에서 자고 머 그러던 시절이었지요.
주말에도 어김없이 녀석집에서 놀던가 저희집에서 놀던가 했는데.
그녀석은 집안이 부유했으므로. 7:3 비율로 그친구네 집에서 놀았죠.
밖에서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놀다가
친구놈 집에 같이 들어갔습니다.
그 집에는 부모님이 맛벌이 하시느라 늘상 밤에만 오시고,
할머니께서 낮에 아이들 밥을 차려주셨죠. 다리가 불편하셔서 스스로 일어나시기도 힘든 분이셨는데요.
손으로 보호대 같은거를 끌면서 댕기셨어요.
할머니는 기승전며느리욕을 해대는 터라 좀 불편했습니다만. 자주 뵈어서 저를 또 이뻐해주셨습니다.
"아이구 우리 매드 왔구나" 하며 반겨주셨더랬죠.
"할머니 배고파 라면 끓여줘"
친구가 할머니에게 라면끓여달라고 하고.
작은 의자를 밟고 냉장고위의 박스에서 라면 두개를 꺼내고는 같이 있던 까만 쿠키를 꺼내왔습니다.
당시에 쿠키는 그친구놈네 집에 아니면 사먹기 힘들었기에,
(나라가 어려운게 아니라 저희 집안이 어려워서죠;)
라면이 끓여지는 동안에 쿠키로 에피타이저를 삼을려고 했는데.
쿠키안에서 먼가 물체가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봉지도 안뜯었는데!!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조그만 불개미새끼들이 쿠키 안에서 정모를 하고 있었...
다행히 먹지 않았기에 그냥 버리고 말았습니다만..
문제는 라면이었습니다.
연로하신 할머니에게 불개미가 보일리가 있었겠습니까.
라면위에 둥둥 떠있는게 ....마치 라면위에 깨부세이 뿌려놓은것 같은 비주얼이었습니다.
국물에 둥둥 떠있거나..라면 면발에 붙어있거나...
할머니는 저희 옆에 앉아서 다 먹길 기다리셨죠. 설겆이 하실려고..
왔다갔다가 힘드시니 주방에 오신김에 설겆이까지 하고 들어갈려고
전 그냥 으득으득 씹어먹어버렸습니다.
할머니에게 말씀드리기 곤란하고 당시에 먼가 죄송스러운 맘도 들어서인지.
저부터 와구와구 입에 넣어 씹었고..
그친구도 암말없이 따라먹더군요.
도저히 국물에 밥을 말아먹을순 없었기에;
그렇게 면과 불개미를 같이 먹어버린걸로...
그렇게 조용하게.....적막과 같은 식사시간이 지나고.
할머니 잘먹었습니다~~~~~하고 친구방에 들어와서는.
둘이 킥킥대고 웃었네요. 속 괜찮냐? 맛이 아주 나쁘진 않네 하며;
문제는 그때부터 제가 이상해진것 같습니다.
똑똑한 녀석이었는데 ㅠㅠㅠ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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