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때 이야기
- 작성일
- 13-09-07 11:17
밑에 알투님의 글을 보고 그냥 올려보아요.
제가 다닌 고등학교는 서울의 인문계여고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살벌한 학교였어요.
아이들은 통제가 되지 않았고 교사들도 그냥 그렇게 아이들을 냅두다 욱할 때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날리던 그런 학교였죠.
그리고 저는 그런 학교에서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학생이었어요.
그냥 말을 안듣거나 싸우거나 하는 게 아니었거든요.
더러운 변태선생이 들어와 나도 너네만한 딸이 있다며 섹스가 어쩌고 질이 어쩌고 할 때 저는 대놓고 잠을 자는 아이였고
수업시간에 왜 자냐고 지적을 받으면 안그래도 피곤해죽겠는데 섹스얘기까지 들어야 하냐고. 섹스얘기가 수업이냐고 대답하던 그런 아이였어요, 저는.
그리고 시험성적은 높았죠.
그런 트러블은 서넛의 교사들과 자주 벌어졌고, 그 후문을 들은 다른 교사들도(제 얘기는 아니고 그 사람 이야기를 들었겠죠) 몇몇은 저를 싫어하기 시작했어요.
저를 알지도 못하는 교사가 선입견을 가지고 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혀를 차는 일도 있었고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고
나중에 짜증나서 인사를 하지 않으면 불러서 주먹으로 때리고 너 내년에 화학시간에 죽을줄 알라고 으름장을 놓던 사람도 있어요.
그 교사와 수업이 있던 첫 학기,
중간고사에서 저를 어떻게든 꼬투리를 집고싶어했던 그 사람은
제가 만점을 받자 교무실에 불러 컨닝한 거 아니냐고 윽박을 지르기도 했어요.
그렇게 미운털이 박힐 대로 박힌 채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수시원서를 쓰는 시기가 되었어요.
저랑 일년 전에 크게 싸운 교사 하나가 그 일을 물고 늘어지며
나는 이렇게 건방지고 예의없는 아이가 홍대미대수시원서를 쓰는 걸 용납할 수 없다며
다른 선생들의 서명을 받고 다녔고 그 전 해에 새로 부임한 제 담임이란 작자는 선생들 눈치가 무서워
저에게 도장을 못찍어주겠다고 했어요.
그때 제가 학교에 원한 건 추천서가 아니고 도장이었어요. 그냥 도장.
내 능력으로 내가 학교갈테니 내가 이 학교 학생이라는 것만 증명해줄 그 도장만 찍어달라고 했는데.
원래 안찍어주면 안되는건데도
선생이란 작자가 싫다고, 그 선생님한테 가서 빌든지 하라고 했죠.
부모님의 힘을 빌리기 싫어서 꾹참고 가서 다시한번 좌송하다고 했지만 그 사람은 너 어디 당해보라고 했죠.
결국 저를 방목하기로 유명한 울 엄마가 학교에 찾아왔고...
애가 예의가 없는건 죄송하고. 그러나 이건 교육부에 신고하겠다고.
그랬더니 찍어줬어요, 도장을...
나중에 도장 받으면서 제가 들은 얘기는 일년 전 자기가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한 건 잊었고 그땍감정만 고스란히 담아
"이제야 니가 뭘 잘못했는지 알겠지? "
였어요.
뭐... 참 끔찍했죠. 그들은 어디가서 제 얘길 다르게 하고 있을 지 몰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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