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 안하던 짓을 하니
- 작성일
- 12-07-30 10:46
요새 울엄니랑 아부지가 엄청 바쁘세여.
특히 울엄니..
한창 옥수수와 가지가 한철입니다. 울엄니는 농사지으신거 따오셔서는 재래시장에 보따리 장사 하세여.
보따리장사 은근히 돈됩니다. 엄니가 그돈으로 집에 3DTV를 사셨;;
저녁에 느즈막히 옥수수를 따오시고 옥수수껍질까고, 도토리 묵 만드시고는..
새벽 2시에 일어나서 옥수수를 찌십니다. 큰 솥이 있다면 일케 일찍 안일어나셔도 되는데
가마솥 같은걸 아파트에서 쓸순 없잖아여. 압력밥솥으로 몇번씩 쪄야 되지여..
일욜에 집에 있는데 해가 지는데 부모님이 안오시는 거에여..
보나마나 늦게까지 옥수수 가지 따오실텐데 저녁식사가 걱정이 되더라고요.
형수님이랑 조카들이 휴가차 부산에 내려가서 저뿐이 없었거든요.
고민하던 저는 롯데마트로 가서 장을 봤어요.
일단 시식코너에서 배를 채우고 커피까지 먹어주는건 센스!
화장품코너에 가서 여종업원에게 싸구려 농담따먹기를 할려고 했으나 참았고요.
한우불고기2근이랑 상추랑 아이스크림이랑 아부지가 좋아하는 빵이랑 몇가지 주전부리를 사서는
집에와서 음식세팅을 하고 상추씻어서 담아놓고 부모님을 기다렸져.
7시가 넘어서 집에 오신 노부부께서 얼마나 좋아하셨겠어여.
울매드가 이쁜짓 했다며 쓰담쓰담 하시며
어찌나 맛있게 드시던지 제가 다 뿌듯하더라고요.
그런데...한참 맛나게 드시던 아부지가..
"매드야 지금이 몇월이냐?" 라고 하시길래..
"7월이자나 왜염 +_+"
"내년 2월이 칠순인데 넌 뭐하고 있느냐"
"................"
작년에 분명히 아부지랑 약속아닌 약속을 했었져.
칠순때까지는 며느리는 물론 떡두꺼비 같은 아이까지 선사하겠노라고..
근데 당장 오늘 만들어도 내년 2월까지 아이가 나오진 않게 됐어여.. 미션 Fail;;
아나, 간만에 안하던 짓을 했는데 오늘은 참으시지 왜 그말을 꺼내서 그 비싼 한우불고기가 머쓱하게 하남여
결국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안그래도 연락하는 처자는 많은데 다 하나같이 눈에 안들어와 하 하 하;;;;;;;"
라며 개드립을 날리고는 잽싸게 대충먹고 내방으로 튀었;;
산해진미를 안겨드려도 부모님의 마음을 배부르게 할수는 없는 거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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