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이 해주던 옛날이야기.
- 작성일
- 12-07-06 13:01
지금은 돌아가신 외삼촌한테 밤마다 옛날 이야기 해달라고 조르곤 했었어요.
옛날 옛날에 말야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았어.
하루는 할아버지가 산으로 나무를 캐러 가셨고.
할머니는 냇가에 빨래를 하러 가셨어.
근데 할아버지가 나무를 하다가 갑자기 똥이 마려운거야.
주위를 살펴보니 산에서 흐르는 시냇물이 있었고.
할아버지는 그 시냇물에 똥을 쌌단다.
할머니는 냇가에서 열씸히 빨래를 하고 계셨어.
근데 뭔가 됀장같은게 둥둥 떠서 내려오는 거야.
옳지 요게 왠 됀장이냐 하며 할머니는 그 됀장을 담아 오셨어.
그리곤 저녁상에 됀장찌개를 끓였지
할아버지가 "임자 왠 됀장찌개요?" 하고 묻자
"빨래하고 있는데 됀장이 둥둥 떠내려오더라고요" 라고 말했지.
그러자 할아버지는 크게 웃으시며 이렇게 말했어.
"내똥인데~ 내똥인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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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번 수천번은 들었을꺼에요. 맨날 삼촌한테 옛날이야기 해달라고 조르면
삼촌은 어김없이 이 됀장이야기를 해줬는데.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거에요.
내똥인데~ 내똥인데~ 에 리듬을 붙여서 따라하는 것이 너무나 재밌었어여.
어쩌면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빵빵 터지니..
그러다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었는데. 그때쯤에는 이 이야기가 별로일것 아니에요?
이제 그만 듣고 싶었죠. 근데 제가 너무 좋아했던 기억을 갖고계신 외삼촌은
삼촌 - 매드야 삼촌이 옛날 이야기 해줄까?
매드 - 삼촌 또 내똥인데 할려구 그러지?
삼촌 - 아니야 이번에 새로운걸 알아왔어.
매드 - 그래?? 뭔데??
삼촌 - 잘 들어봐 있잖아 옛날 옛날 아주 옛날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았어...
......하루는 할아버지가.....
......똥이 마려운거야..
매드 - (-_-);;
또 이렇게 매번 속아가며 같은 이야기를 들어야 했어요;;;
삼촌이 해준 옛날이야기는 이거 하나가 다에요; 제가 이해할만한 것이 그거뿐이었겠지만.
이 이야기만 하면 자지러지던 저의 모습이 그렇게 좋으셨나봐여.
삼촌은 시청 공무원이셨는데요. 과로로 쓰러져서 식물인간 3년 지내다가 46세에 돌아가셨어요.
저도 세상 꺼진양 울었었지여.
지금도 그 시골에 삼촌이 계세여. 산소자리가 아주 좋아서 지나가면서도 자주 봐여.
여름방학이 다가와여. 여름만 되면 시골에 가서 삼촌한테 옛날이야기 듣던 생각이 문득 나는구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