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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鈴木雅明 (1954-)

이 시대 손꼽히는 바흐 음악 지휘자 중 하나로 확실히 자리잡은 스즈키 마사아키가 자신의 수족인 일본 바흐 콜레기움을 이끌고 두번째로 내놓은 세속칸타타 음반입니다.

90년대 중반부터 진행해오던 종교칸타타 전곡 녹음(55장 가량 예상)이 현재 51장째로 막바지에 왔다면, 8장 정도로 예상되는 세속칸타타는 이제 고작 두 장 째이니 아직 갈 길이 멀군요ㅎ



오늘날 서양 음악 역사상 최고의 음악가 중 한 명으로 칭송 받는 바흐.

그가 남긴 작품을 분야별로 분류, 배열한 바흐작품목록(BWV)은

'칸타타'라는 장르로부터 시작합니다. 이탈리아어로 '노래'라는 뜻을 담고 있는 칸타타는 애초 이탈리아 쪽에서는 적당한 규모의 반주를 깐 세속적인 내용을 노래하는 독창곡 모음 정도의 개념이었는데, 세월이 지나고 유럽 각지로 퍼져나가면서 특히 독일 쪽에서는 종교적인 내용을 담은 합창곡으로 정착이 되었습니다. 실은 모테트 같은 것과 거의 차이 없는 개념이 된 셈이지요.

이러한 모호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던 장르에 이탈리아 오페라 스타일의 '레치타티보-아리아' 구성을 도입한 이가 바로 바흐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바흐의 초기(아른슈타트-뮐하우젠) 시절 칸타타는 대체로 모테트와 비슷한 양식이었는데 바이마르 시절 막판부터 이탈리아 오페라 양식을 도입한 작품을 내놓기 시작했고 라이프치히로 옮긴 이후에는 그러한 구성의 앞뒤에 코랄을 바탕으로 한 독창적인 형태의 합창을 넣어 한 편의 종교적인 설교와 같은 개념으로 칸타타 양식을 정착시켰지요.

재미 있는 사실 하나, 막상 바흐 자신은 이렇게 쓴 곡 어디에도 '칸타타'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는 거. 'Concerto'라고 불렀다지요? ㅎㅎㅎ

바흐에게 '칸타타'란 전통적인 이탈리아 스타일의 독창곡을 의미했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칸타타라 불렀던 작품은 독창을 위한 것 몇 편에 국한되었습니다.

대략 BWV 1부터 BWV 200까지가 위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종교적인 내용을 담은 곡들인데, (실제로는 100여 편 정도 더 있을 것이라는 게 학자들의 추측인데 아쉽게도 오늘날까지 전하지 못합니다) 지금 소개하는 음반은 여기 속하지 않.습.니.다.

실은 BWV 201부터 BWV 216까지 배치된, 우리가 보통 '세속칸타타'라 부르는 작품군이 오늘의 주인공 작품들인데, 이런 명칭 또한 현대인 임의의 명명일 뿐 바흐 본인은 작품의 용도에 따라 세레나타, 칸타타, 음악극Drama per musica 등으로 그 이름을 달리 불렀지요.

주로 자신이 모시던 귀족 또는 친분이 있는 이의 애경사를 축하/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곡으로 필연적으로 1회성만 가질 뿐, 한번 연주되고 나면 곧바로 잊혀질 팔자의 곡들이었지요. 그러다보니 이렇게 태어난 많은 곡들이 또 소실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이라 할까요, 1723년 라이프치히 토마스 교회 합창장(Kantor)로 옮겨온 바흐는 그 직책에 따른 임무로 매 일요일마다 교회에서 열리는 예배 전후로 연주하기 위한 칸타타를 작곡하게 됩니다.

단 한 주도 쉬지 않고, 1년 내내, 임기가 끝날 때까지요. 그런데 이 자리는 종신직이었으니...ㄷㄷㄷ

뭐, 정확히 말하자면 성탄절이나 부활절 전 몇 주 정도 칸타타를 연주하지 않는 시기가 있었지만 그 시기에는 어차피 수난곡이나 오라토리오를 썼어야 했으니 업무량은 도찐개찐. 거기에 라이프치히 시를 대표하는 음악 공무원으로서 이런저런 행사용 음악도 써야 하고 시내 각 교회에 딸린 여러 학교의 학생들의 음악 교육까지 맡았고,

가히 살인적인 업무량이라 아니 할 수 없겠습니다.

그런 업무량을 소화해야 했던 바흐가 택했던 궁여지책 중 하나는 예전(바이마르나 쾨텐 시절)에 써두었던 작품을 재활용하는 것이었지요.

서설이 길었는데, 지금 소개하는 판에 담겨 있는 두 편의 작품들도 그러한 '원재료'가 되었다는 말을 하려고 그랬네요.ㅋ


먼저 나오는 건 바흐가 바이마르에 머물던 시절인 1713년, 작센-바이쎈펠트의 대귀족 크리스티안 공의 생일(2/23)을 축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냥칸타타Jagdkantate'입니다.

로마(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들인 디아나(달의 여신)-엔디미온 커플, 판-팔레스 커플의 대화 형식을 빌어 크리스티안 공의 덕을 찬양하고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전형적인 아부성 작품이지요 ㅎㅎㅎ

네 명이나 되는 인물이 대화(레치타티브)-아리아를 반복해야 하니 수록된 곡 수도 꽤나 많은데,

여기선 팔레스의 두 아리아를 올려봅니다. 한 곡은 '양들은 풀을 뜯고'라는 제목으로 유명하며 한 곡은 훗날 라이프치히에서 성령강림절 월요일을 위한 종교칸타타 BWV 68에 아름다운 첼로(어쩌면 피콜로 첼로) 반주와 함께 재활용된 걸로 유명합니다.



찾아보니 표지그림은 18세기 플랑드르의 화가 Jan Baptiste Govaerts의 '죽은 사냥감이 있는 정물'이라네요.

Johann Sebastian Bach

사냥칸타타 Jagdkantate BWV 208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털로 뒤덮인 양의 무리가


Joanne Lunn (팔레스 Pales)
        

Schafe können sicher weiden,
Wo ein guter Hirte wacht.
Wo Regenten wohl regieren,
Kann man Ruh und Friede spüren
Und was Länder glücklich mac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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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il die wollenreichen Herden
Durch dies weitgepriesne Feld
Lustig ausgetrieben werden,
Lebe dieser Sachsenheld.




이어지는 또 한 곡은 바흐가 쾨텐에 머물던 시절, 즉 종교적인 작품에 대한 업무는 거의 없이 주로 기악곡을 작곡하던 시절인 1719년 안할트-쾨텐의 궁정에서 경하신년을 위하여 쓴 세레나타입니다.

신의 섭리(알토)와 시간(테너)이라는 두 추상적인 캐릭터의 대화를 통해 안할트-쾨텐 궁정에 축복을 내리기를 기원하는 건전하면서도 즐거운 내용의 半종교-半세속적인 내용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주요 아리아들 역시 훗날 라이프치히에서 부활절 화요일(즉, 며칠 전인 수난일 및 부활절을 위한 작품을 쓰느라 도저히 여력이 없을 시기)을 위한 작품(BWV 134)으로 재활용되었다는 언급을 해두고요,

테너 독창 아리아 하나와 알토&테너 2중창 하나를 올려봅니다.

(신년을 위한) 세레나타 BWV 134a

                일어나라, 인간들이여               이제 싸움이 시작되고 구(신)세대의 영광(승리)가 오네

    
 Damien Guillon (신의 섭리)          櫻田 亮 (시간)                

시간(테너):

Auf, Sterbliche, lasset ein Jauchzen ertönen;
Euch strahlet von neuem ein göttliches Licht!
Mit Gnaden bekröne der Himmel die Zeiten,
Auf, Seelen, ihr müsset ein Opfer bereiten,
Bezahlet dem Höchsten mit Danken die Pflic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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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섭리(알토), 시간(테너)
Es streiten, es {siegen,prangen} die {künftigen,vorigen} Zeiten

같이
Im Segen für dieses durchlauchtigste Haus.
Dies liebliche Streiten beweget die Herzen,

시간
Die Saiten zu rühren,

신의 섭리
zu streiten,

시간
zu scherzen,

같이
Es schläget zum Preise des Höchsten hina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