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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들으시려면 70분 가량 걸려요)



총 20장으로 기획되어 나오고 있는 시히스발트 카위컨의 바흐 칸타타 시리즈, 그 16번째 녹음입니다. 이 시리즈도 얼마 안 남았네요.ㅎㅎㅎ

이번 녹음은 기독교 최대 축일 중 하나인 성령강림절(Whitsun, Pfinsten, Pentecôte) 주간을 위한 작품들을 담았습니다.

부활절로부터 딱 50일째, 즉 7주 후 일요일이자 승천일로부터 10일 후 되는 날을 성령강림절로 정했는데 (아마도 니케아 회의에서 정했겠지요?)

성탄절, 부활절과 더불어 최대 축일로 정한 주간답게 이때는 일,월,화요일 3일 연속으로 교회에서 예배를 치르는 것이 바흐 시대 라이프치히의 전례였습니다. 따라서 칸토르인 바흐 역시 그에 걸맞는 칸타타를 공급했어야 했지요.

성령강림절 다음 주는 루터파 교회에서 역시 니케아 회의에서 정통으로 공인받은 삼위일체설을 기념하는 삼위일체절로 정한 날이며 오늘의 녹음은 성령강림절에서 삼위일체절에 이르는 4일간의 칸타타를 한 곡씩 담은 셈입니다.

바흐의 개인사에 있어서 삼위일체절은 또다른 의미가 있기도 합니다.

1723년 쾨텐의 궁정에서 라이프치히로 자리를 옮긴 바흐는 이곳에서 세상을 뜰 때가지 2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칸토르로서 봉직합니다. 그 기나긴 세월을 하루처럼 매주 일요일 교회의 예배 때마다, 그리고 무슨무슨 축일 및 수난일 같은 주요 행사 때마다, 또한 작센 주의 주요 인물의 애경사 때마다 이를 축하/위로하기 위한 음악을 단 한 주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공급해야 하는 살인적인 업무를 맡게 되지요.

그 기나긴 일상의 일생을 시작하는 때가 바로 1723년의 삼위일체절 후 첫 일요일이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삼위일체절'은 또한 바흐의 칸타타 달력에서 한 해를 마무리짓는 때이기도 하다는 말씀.

이 언급이 의미 있는 것이 바흐는 실제로 라이프치히 부임 직후부터 시작하여 총 5년치 만큼의 칸타타 사이클을 썼다고 합니다.

첫 사이클은 1723년 삼위일체절 후 첫 일요일로부터 시작하여 1724년 삼위일체절에 마치는 식으로요. 1년분의 칸타타는 대략 60곡 정도로 이루어지므로 5년치의 작품이라면 대략 300편 정도의 분량이 됩니다. 실로 엄청난 양이지요.

아쉽게도 300편이라는 수치는 기록으로만 확인 가능할 뿐 실제로는 많은 양이 분실되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지는 바흐의 종교 칸타타는 대략 200여 곡 정도 됩니다. 그래도 CD 60장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준.

뭐, 종교에 대해 논하는 자리가 아니니 이쯤 하고 개별 작품에 대해 초간단 소개를 올려봅니다.

BWV 34 - 성령강림절 일요일. 바흐의 최만년 작품 중 하나입니다. 도저히 특정 사이클에 포함시킬 수 없을 정도로 후기의 작품인데, 동시대 사람들도 이제 더 이상 칸타타를 내놓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던 바흐가 새 작품을 썼다는 사실에 놀랐을 겁니다.
(실제로는 1720년대쯤 썼을 거라 짐작하는 결혼식용 작품을 개작한 것이라고는 합니다. 일단 재활용을 한만큼 원작은 가사 일부만 남긴 채로 사라져버렸고.) 세속칸타타에서 온 만년의 작품이니만큼 다른 곡과 비교해서 형식적인 공통점도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트럼펫이 거드는 통쾌한 합창이 전체의 앞뒤를 둘러싸고 있고 축제적인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코랄도 넣지 않았습니다.  트럼펫이 불길Feuer를, 넘실거리는 현악이 샘Ursprung을 묘사하고 있지 않나 싶네요. 앞 뒤 신나는 합창을 들어보시지요.
근데, 1성부당 1명이라는 초소규모 연주를 듣다 보면 '신나는' 곡이라는 이미지가 혹시 우리의 편견은 아니었는지 하는 의문도 살짝 들긴 합니다ㅎㅎㅎ


BWV 173 - 성령강림절 월요일. 라이프치히에서의 첫 사이클에 들어 있는 1724년 작품인데, 첫해부터 살인적인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약간의 요령을 피울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쾨텐 시대에 자신이 모시던 레오폴트 공의 생일 축하를 위해 썼던 작품 BWV 173a을 살짝 바꾸어 새 가사를 단 작품을 내놓습니다. 비교를 위하여 BWV 173a에서 같은 음악에 가사까지 상당 부분 일치하는 아리아를 골라보았습니다.


BWV 184 - 성령강림절 화요일. 마찬가지로 첫 사이클인 1724년. 즉 BWV 173의 하루 후 작품. 이 또한 바흐의 요령의 산물로 이전 작품을 개작하여 내놓았습니다. 이전 작품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왕 선택하는 거, 같은 사이클에 속한 작품 말고 이듬해 작품인 BWV 68을 내놓는게 더 낫지 않았겠냐는 아쉬움이 조금 남네요. 어쨌든 이날에 어울리는 산뜻한 2중창을 택했습니다.

BWV 129 - 삼위일체절. 대략 세번째 사이클 언저리인 1726-7년 작품. 두번째 사이클에서 완성하지 못했던 코랄칸타타 형식을 이때 채워넣게 됩니다. 가사 구성이 곤란해서였는지, 가사는 코랄 가사 전체를 통째로 따왔습니다. 거대한 규모의 코랄이 포함된 합창곡을 양 끝에 두고 가운데 세 곡의 아름다운 독창곡을 삽입한 구조입니다. 여기서는 첫 합창, 소프라노 아리아를 들어보시지요.

짝꿍으로 장대한 스케일로 이름높은 칼 리히터의 연주, 그리고 최고 수준의 전곡 녹음을 남겨준 코프만/스즈키 사제의 연주 일부를 덧붙여봅니다.

Johann Sebastian Bach

칸타타 BWV 34

1. (합창) 오 영원한 불길, 오 사랑의 샘이여 O ewiges Feuer, o Ursprung der Liebe


Sigiswald Kuijken                    Karl Richter             

O ewiges Feuer, o Ursprung der Liebe,
Entzünde die Herzen und weihe sie ein.
Lass himmlische Flammen durchdringen und wallen,
Wir wünschen, o Höchster, dein Tempel zu sein,
Ach, lass dir die Seelen im Glauben gefallen.

4. 레치타티브(베이스) 주께서 우리에게 쉴 곳을 주시면 Erwählt sich Gott die heilgen Hütten
-5. (합창) 이스라엘에 평화를 Friede über Israel

Erwählt sich Gott die heilgen Hütten,
Die er mit Heil bewohnt,
So muss er auch den Segen auf sie schütten,
So wird der Sitz des Heiligtums belohnt.
Der Herr ruft über sein geweihtes Haus
Das Wort des Segens aus:

Friede über Israel.
Dankt den höchsten Wunderhänden,
Dankt, Gott hat an euch gedacht.
Ja, sein Segen wirkt mit Macht,
Friede über Israel,
Friede über euch zu senden.

칸타타 BWV 173 (& 173a)

3. 아리아 (알토) 주께서는, 오 그대 인간의 아들이여 Gott will, o ihr Menschenkinder
&
3. 아리아 (베이스) 레오폴트 전하의 가장 높으신 덕망은 Leopolds Vortrefflichkeiten


Petra Noskaiová            波多野 睦美              Klaus Mertens

Gott will, o ihr Menschenkinder,
An euch große Dinge tun.
Mund und Herze, Ohr und Blicke
Können nicht bei diesem Glücke
Und so heilger Freude ruhn.

Leopolds Vortrefflichkeiten
Machen uns itzt viel zu tun.
Mund und Herzen, Ohr und Blicke
Können nicht bei seinem Glücke
Das ihmn billig folget, ruhn.

칸타타 BWV 184

2. 아리아 (소프라노&알토) 오 황홀경에 빠진 축복받은 믿는 이들이여 Gesegnete Christen, glückselige Herde


Gerlinde Sämann                  野々下 由香里

Gesegnete Christen, glückselige Herde,
Kommt, stellt euch bei Jesu mit Dankbarkeit ein!
Verachtet das Locken der schmeichlenden Erde,
Dass euer Vergnügen vollkommen kann sein!

BWV 129

1. (합창) 주님을 찬양하라, 나의 주, 나의 빛, 나의 생명이신 이를 Gelobet sei der Herr, mein Gott, mein Licht, mein Leben

Gelobet sei der Herr,
Mein Gott, mein Licht, mein Leben,
Mein Schöpfer, der mir hat
Mein Leib und Seel gegeben,
Mein Vater, der mich schützt
Von Mutterleibe an,
Der alle Augenblick
Viel Guts an mir getan.

3. 아리아 (소프라노) 주님을 찬양하라, 나의 주, 나의 안식, 나의 생명이신 이를 Gelobet sei der Herr, mein Gott, mein Trost, mein Leben


Edith Ma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