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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고굴 들여다본 이야기 계속~~~

막고굴에서 가장 많은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는 16/17번 굴 앞에서 어린이 증명사진 한 방.




위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이곳 16번 굴은 줄서서 들어가야 할 정도 인파로 북적거리는 곳.

바깥의 기와지붕으로 짐작할 수 있듯 굉장히 크게 파 놓았다. 내부 부처님 및 각종 조각들은 그 상태로 볼 때 청나라 것임을 때려잡을 수 있고.

이상하게 청대 제작된 불상엔 별 감흥이 없다. 남북조/수/당대 불상만 보기에도 바쁘니까.

정작 이곳이 그리 크게 유명해진 이유는...

16번 굴 들어가는 길목 옆에 뜬금 없이 뚫려 있던 17번 굴 때문이다.

바로 그 유명한 '장경동'.

1900년, 막고굴을 관리하던 (땡초) 도사 왕원록이 16번 굴을 청소하다가 문득 벽 사이의 틈을 발견했고, 이곳을 파보았더니 벽이 우수수 무너지며 천 년 가량 세월 동안 감추어져 있던 몰랐던 굴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이곳엔 15000점에 가까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잠들어 있었던 것.

흥미롭게도 불경 뿐만 아니라, 온갖 종교의 경전에 당시 이곳을 거쳐간 수많은 나라의 수많은 문서가 수많은 언어로 적혀 있는 것까지, 그야말로 온갖 것들이 쏟아져나온 것. 한국인이라면 그 유명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필사본도 이 무더기에 있었음을 기억할 만하고.

사진에 나와있다시피 이곳 17번 굴을 만든 이인 홍변 선사의 상이 안에 모셔져 있다.

1) 이곳에 왜 그런 잡다한 문서를 넣어두었는지, 2) 왜 이곳의 입구를 메운 데 벽화까지 그려 외부와 차단시키려 했는지는 아직까지도 학설이 분분하다고 한다. (특히 이슬람과의) 전란으로부터 내용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게 다수설을 차지하고 있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서를 감추려는 일종의 휴지통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소수설도 있다고.

왕원록 도사 자신은 이 보물의 가치를 온전히 깨닫진 못했지만 이를 보존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은 꽤나 기울였다고 한다. 인근 지역의 관리들에게 이곳을 지키기 위한 지원을 여러 차례 요청했다고 하니까. 하지만 1900년 당시 청나라 정부는 북경에서 2천km 떨어진 시골인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까지 신경쓸 여력은 가지고 있지 못했다.

이 공로로 스타인은 Sir 칭호까지 얻게 된다. 하지만 스타인 자신의 동양학에 대한 조예가 깊은 편은 아니라 그가 가져온 자료에는 옥석이 섞여 있었다고. 후에 이를 분류하여 가치가 큰 건 영국 박물관에, 크지 않은 건 인도 박물관으로 보냈다는 뒷얘기가 전한다-_-;;;;;

 

영국박물관에 있다는 보살 그림들. 당연히 스타인이 가져온 물건인 듯.

아, 스타인에 의해서 고구려 유민 고선지가 세상에 알려졌다는 것도 한국인을 위한 한 토막 상식.

장경동 보물 약탈에 가장 치명적인 공헌을 한 이는 프랑스의 폴 펠리오라고 한다.

영국인 오렐 스타인보다 한 수 위의 동양학 식견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왕도사에게 약간의 뇌물을 주고 장경동 안에 주저앉아 그만의 눈썰미로 보물의 가치가 있는 문서들을 재빨리 파악한 뒤 양적으로는 스타인과 비슷한, 약간 적은 수준의 문서를 들고 나왔지만 그가 빼낸 문서의 가치는 스타인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귀중한 것들이었다고 한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도 펠리오의 주요 수확물 중 하나.

펠리오가 빼낸 건 프랑스 도서관이나 루브르 같은 데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수탈의 역사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일본의 오오타니 코즈이 (이 공로로 백작 작위까지 받는다), 러시아의 @%@$$%(까먹었다-_-;), 미국의 랭던 워너(허허, '랭던'이라니, 문득 댄 브라운이 떠오른다ㅋ) 등이 다양한 방법으로 막고굴의 등골을 빼먹었다. 급기야는 벽화에 불상까지 떼어갔다고 하니ㄷㄷㄷ

뭐 덕택에 오오타니가 한국에 흘리고 간 보물들을 우리네 중앙박물관이 잘 써먹고 있긴 하지만 마음이 참 거시기하다.

(물론 대륙 정부에서는 도로 내놓으라 윽박지르고, 우리는 쌩~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이런 사연 때문에 왕원록 도사는 문화재를 눈뜨고 빼앗긴 천하의 멍청이라는 평가와, 그 혼란스런 시절에 그나마 막고굴을 지키려 애쓴다고 노력했다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스타인, 펠리오로부터 받은 '기부금'으로 막고굴을 보수할 수 있었다고 하니까.

물론 이는 가방을 비에 젖지 않기 위해서 가방 안의 비단으로 가방을 싸맨 격이었겠지만ㅋ

뭐 문화대혁명이라는 찬란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넘들이 저런 비난을 할 자격이 있는가는 둘째 치도록 합시다그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의 막고굴 구경은 계속.........

내부 사진 촬영을 엄격히 금하는 막고굴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아마도 이것이리라.

그나마 외부에서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곳인 96번 굴 입구이다. 사진기를 빼앗기기 전에 손쉽게 찍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이곳에는 막고굴에서 가장 큰 불상이 모셔져 있다. 30m 쯤 한다고 했던가?

이곳 96번 굴에 모셔진 부처님은 너무 커서 예술적으로 뛰어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어쨌거나 우리는 96번 굴은 못 들어갔다. 공사중이었기 때문에-_-;;;

따라서 위의 두 사진은 모두 불펌.

하지만 예술적인 면에서 막고굴을 대표하는 굴은 따로 있다. 누대에 걸쳐 만들어진 작품군에서 딱 하나만 집어서 얘기하기는 곤란하겠지만 말이다.

앞 글에서 입장료 160元으로 볼 수 있는 굴은 총 30개 가량 있다고 했었는데,

예술적으로 특별히 뛰어나며 보존 상태 또한 훌륭한 굴 10여 개는 위 30개 목록에 들어가지 않으며 특별굴로 지정해 별도의 입장료를 내야 들어갈 수 있게 해 놓았다. 우리 일행은 그런 굴이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지, 실제 입장료가 얼마인지는 모르고 있었고.

매표소에 도착해서야 특별굴의 입장료가 얼마인지 알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충공깽.

특별굴 관람료는... 한 굴마다

게다가 어린이도 예외 없다 ㄷㄷㄷㄷㄷㄷ22222222

즉 특별굴 하나를 더 구경하고 싶으면 이미 지불한 360元에 600元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말씀.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앞글에서 우리 식구가 미친 짓을 저질렀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 바,

는 말씀. 입장료로만 960元, 대략 19만원 정도 금액을 ㄷㄷㄷ

(우리 집이 이렇게 돈이 많았던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