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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가 꽤나 누적된 마나님의 하소연을 외면한 채 방문하려는 이날의 명소는,

황하 상류 유가협 댐으로부터 한 시간 가량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막고굴과 더불어 감숙성 석굴 유적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곳, 병령사석굴.

근데, 병령사가 어디 있는지 도통 보이질 않는다-_-;;;;

저 멀리 보이는 입구에 적혀 있기론 '병령석림'이라 하는구만.

알고봤더니 최근 몇년 새 이곳도 관광지로 개발하려고 당국에서 머리를 굴린 나머지,

병령사와 별도로 산세가 묘한 곳을 '병령석림'이라 지정하여 개방하고 있는 것.

물론 병령사와는 별도로 요금을 받는다.

유가협 댐 선착장에서 출발한 배들은 손님들을 한 시간 걸려 여기까지 데려다 주고 자유시간 한 시간이 지나면 병령사로 이동한 뒤 거기서 또 한 시간 정도 병령사를 구경할 시간을 주고 다시 한 시간 정도 걸려 유가협에 돌아오는 식으로 영업을 하는 셈.

번갯불에 콩구워먹는 수준으로 둘러볼 수밖에 없는 여정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 산속 깊숙히 들어가는 데 이용하는 전기자동차 요금은 당연히 따로 내야 한다-_-

뭐, 나름 산세 묘하고 멋지긴 한데,

이를 어쩌나, 우리는 전날을 포함해서 이런 무지막지한 괴경을 벌써 며칠 째 신물이 나도록 보아왔단 말이다.

아무리 대단한 장면이라 해도 감흥이 일어나기는 쉽지 않은 지경.

것도 모르고 병령석림 입장권을 구입해 버린 게 후회막급.

하지만 어쩔 수 있나.

저런 사암지대에 뚫린 구멍구멍에 석굴이 자리잡고 있으면 얼마나 좋겠누.

전기차가 한참을 달리더니 막다른 길에 우리를 내려준다.

저 위로 가고 싶은 만큼 적당히 올라가다가 너무 늦지 않게 돌아오라나.

근데, 길도 제대로 안 닦여 있어서 산을 오르기가 만만찮아 보인다.

우리 앞에 가던 남자 하나는 풀에 미끄러지더니 아래쪽으로 10m 가량 데굴데굴 굴러떨어지기까지 하더만ㄷㄷㄷ

거지 같은 비탈을 한참 헤치고 나와보니,

나름 닦여 있는 길이 나타나긴 한다.

따가운 햇볕에 지친 몸이지만 기왕 돈을 냈으니 투덜대며 비탈을 오르다보니,

저런 재미있게 생긴 바위도 나타난다. 얘네가 저런 바윗덩이에 붙이는 이름은 경추봉磬棰峰.

凸 머 요런 종류의 이름을 붙일 법도 한데ㅋ

문득 몇 년 전에 다녀왔던 거대한 경추봉이 떠오른다.

하북성 승덕 -청나라의 피서산장으로, 우리에겐 박지원의 열하일기의 무대로 유명한 장소-에 있는 경추봉.

어떻게 안 넘어지는지 꽤나 신기해 보인다.

몇백년 동안은 넘어질 걱정 없으니 안심하라고들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