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시리즈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
- 작성일
- 13-11-26 19:18
응답하라 1994가 이제 반을 지났네요.
여기쯤에서 응답하라 시리즈가 나온다면 다음편에 대한 소망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응답하라 1994가 왜 좋은지 생각해 봤습니다.
주조연 연기가 좋고 캐릭터가 살아있고, 이런건 당연해서 적을 필요도 없을것 같구요.
방송으로는 보기 힘들거라고 생각하던 아다치 풍의 그 첫사랑의 아련한 느낌을 처음으로 거의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기존에 일본에서 만든 아다치 작품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나 드라마는 다 그런 느낌이 안 났거든요.
원래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제게, 이런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는 드라마는 정말 신기하고 가슴 깊숙한 곳을 찌르면서 들어오네요.
(그래서 갑자기 쓰레기가 주절주절대면서 자기 맘을 얘기한 11화는 제게는 오히려 조금 맘에 안 듭니다..)
보면 볼수록 드라마가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만화를 보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건 어쩌면 제작진에게 약간은 실례일지도 모르겠네요.. 원래 제가 드라마를 별로 안 좋아했었다는 점을 감안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응답하라 시리즈의 다음편이 주의해야 할 점(성공하기 힘든점?)은 무엇일까요?
이것또한 많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두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하나는 아다치풍으로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시리즈의 연속성을 위해 고를 수 있는 연도의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뒤의 것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시작 년도로 1994년과 1997년이 나왔습니다.
다음해인 1995년과 1998년 또한 주로 사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90년대에서 또 다른 해를 고르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80년대로 돌아가기엔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힘들것 같고, 당시의 재현이 어려서 완성도가 떨어지기 쉬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10년 이내의 이절로 되돌아가서 이야기를 시작하기엔 너무 가까운 시기라, 그냥 현재를 시작점으로 잡는 것과의 차별성을 보이기 힘들것 같습니다.
결국 가능한 년도는 1999년말~2003년 정도라 보이구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면 결국 2002년 외에는 힘들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2002년을 대상으로 하기엔 또 다른 단점이 있습니다. 이는 바로 다른 단점인 아다치 풍으로 힘들다는 얘기로 연결이 됩니다.
지금까지의 응답하라 시리즈가 성공한 것은 파릇파릇한 10대~20대 초반에서 느꼈던 첫사랑의 감정을 잘 살렸기 때문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2002년은 그런 첫사랑을 그리기에 적합한 년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20대 중반~후반의 시기에 느끼는 불타고 열정적이면서도 무겁고 절망적인 느낌과 잘 맞는 시기이지요.
그렇기에 2002년을 배경으로 한다면 또다시 아다치 풍으로 드라마를 그려내는 것이 좀 덜 어울릴 것 같습니다.
게다가 1994와 1997에서 연속적으로 보여진 모습에 시청자도 조금은 그 뻔한 스토리에 반전을 기대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렇기에 다시 그 아련한 첫사랑의 모습만으로는 시리즈의 성공으로 한층 커진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힘들것 같습니다.
뭐, 다 나왔네요.
결국 제가 생각하는 차기작(물론 만들어진다는 가정 아래에서 이지만요)은 2002년을 배경으로 하고, 20대 중반의 세상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열정적이면서도 세상의 높은 벽을 실감하는 이야기를 담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마침 그런 이야기를 잘 그린 만화가가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만화가가 몇이 있습니다.
위에서 계속 나온 아다치 미츠루, 그리고 위대한 캣츠비의 강도하, 아즈망가 대왕의 아즈마 키요히코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하라 히데노리가 있습니다.
이 네명을 한번에 적어놓으니, 참 재미있네요.
어린 아이~10대 소녀의 순수하면서도 풋풋한 감성을 잘 풀어내는 아즈마 키요히코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첫사랑과 꿈을 꾸기 시작하는 이를 잘 그리는 아다치 미츠루
20대 중반~20대 후반에 느끼는 방황과 절망, 그러나 놓지 않는 꿈을 그리는 하라 히데노리
20대 후반~30대 초반에 느끼는 오히려 무던한 슬픈 현실적인 사랑을 그리는 강도하
왠지 모르지만 이렇게 이어지는 듯 합니다.
(물론 저 분들의 모든 작품이 모두다 저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대가 좀씩 다른 경우도 있지만 제가 느끼는 그 감성이 그렇다는 것이지요.)
이 중에서 이 글에서 중심으로 다룰 이는 20대 중반을 그리고자 함에 적합한 하라 히데노리입니다.
하라 히데노리의 느낌을 몇마디로 표현하기에는 제 말솜씨가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그 느낌을 조금이라도 전달할 수 있는 것을 여러군데서 긁어왔습니다.
먼저 하라 히데노리의 주요 작품입니다. (모든 이미지는 여기저기서 퍼왔습니다..)
(혹시나 사진 안 나오시는 분들을 위해서.. 겨울 이야기, 내 집으로 와요, Someday, 언제나 꿈을, 청공, 그래 하자, 프리킥, 시소게임, 레가타, 별이 내리는 마을. 이렇게 10개 작품입니다.)
(전차남이라고 기존의 이야기를 하라 히데노리가 그린것이 있지만, 이것은 스토리가 다른 이의 이야기이기에 뺐습니다.)
(레가타와 별이 내리는 마을은 제가 아직 구하질 못해 보지 못했습니다.. 무척 보고 싶어요 ㅠㅠ)
그나마 유명한 것이 겨울 이야기 일것 같네요.
제가 생각하는 최고 작품은 내 집으로 와요이구요, 반쯤은 자화상적으로 느껴지는 언제나 꿈을이 그 다음입니다.
다음으로, 하라 히데노리와 아다치 미츠루를 비교한 어떤 이의 글의 일부분입니다.
(원문 : http://stcaptain.tistory.com/entry/하라-히데노리-VS-아다치-미츠루-감성과-여운의-대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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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는 슬픔,아쉬움,애틋함...등의 negative mind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별”이라는 것은 그 이전에 “멋진 만남”과 “행복한 사랑”이라는 과정이 전제가 되어 존재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인생에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찬란한 가치를 지닌다.
대저 “아름다운 이별”이란 별로 존재할 수 없다.
“이별”이라는 행위에는 2명의 객체가 필요한데, 그 두 사람이 모두 후회와 아쉬움, 증오와 불만이 남지 않도록 동의할 수 있는 “이별”이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중략) ...
“아다치 미츠루”가 선호하는 “여운”은 “애매모호함”과 “우유부단함”인데, 그것이 그의 매력이다.
하지만 그의 만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멋지고 Cool 한 캐릭터들에 비해 작가가 너무 용기가 없고 멍청하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하라 히데노리”의 “여운”은 “결말”과 “느낌”이다.
비록 그의 만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찌질하고 멍청한 우리 주변의 인물, 혹은 “나 자신” 이지만, 작가인 “하라 히데노리”는 냉정하게 결말을 제시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그 결말에 대한 의미를 곱씹게 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여운”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중략) ...
“아다치 미츠루”는 10대를 위한 꿈과 사랑의 드라마를 “그렸다”.
“하라 히데노리”는 20대를 위한 애틋한 감성 에세이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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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하라 히데노리의 언제나 꿈을에 대한 리뷰(라고 하고 하라 히데노리를 이야기한 듯한)글입니다.
(원문 : http://blog.daum.net/softmanman/70859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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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치 미치루'의 작품은 가늘고 깔끔한 선을 바탕으로 주된 내용 설명이나 사건들을 말 풍선을 이용하여
설명하지 않고 그림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하거나 독자의 허를 찌르는 유머로 나타내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하라 히데노리'는 거칠고 액션 감이 큰 필체로 직접적 언변이나 절제 된 유머로 칸과 칸 사이의
연속성을 이용하여 영화적인 느낌의 책 일기에 도달하게 만들지요. 물론 글을 절재하고 그림을 통한 내용전달
형식에서 비슷한 점을 발견 하기도 하지만 표현 법에 있어 확연히 다른 그들의 작품은 묘한
매력으로 독자들을 대면 하게 됩니다.
... (중략) ...
작가 '하라 히데노리'는 그가 등장 시키는 주인공 캐릭터를 내성적이고 우유부단 하며 결단력이 떨어지고
모든 일에 망설이게 하여 무슨 일에도 결론 짓지 못해 갈등 하는 인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가 창조한 스포츠 물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습도 종종 보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주인공들은 그러한 모습들을 답습해 나가며 책을 읽는 독자들이 답답해 할 만큼의 행동들을 나타내게 합니다.
…바뜨(But)…그러나…
이러한 주인공의 모습으로 인해 남성 독자들은 엄청난 공감성을 나타내며 나와 비슷한 동질성을 느끼게 되어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는데, 특히 주인공이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망설이는 생각들과 행동하는 모습들은, 뭔가 부족한 것 같고 내세울 것 없는 용기 없는 남성들의 대표적인 패턴들을 보여 주는 것 같아 자신과 겹쳐지는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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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응답하라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저는 응답하라의 다음편이 만들어진다면, 2002년을 배경으로하고 대학교 3~4학년을 주인공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아직 꿈을 찾지 못했거나 꿈을 이루기 위한 원동력이 없는 상태일 것이고, 그냥 살아가다가 월드컵의 열기로 우연히 하룻밤을 같이 보내면서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의 도움으로 꿈을 찾아 뛰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서로 멀어지는 이야기..
엔딩에서조차 둘의 사랑은 잘 되지 못하고, 엇갈리면서 서로의 꿈을 쫒는 이야기.
감히 이런 이야기를 응답하라 2002가 잘 그려낸다면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끌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발 하라 히데노리의 작품에서 자주 나오는 여주인공 강간씬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저것까지 잘 그려낸다면, 저는 이 제작진의 빠돌이가 될 것이 확실합니다!
마지막은 다시 하라 히데노리 작품의 인상적인 몇장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