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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혹시. 그런가.

작성일: 14-05-13 01:54

글쓴이: 울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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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4

조회: 1,513

댓글: 7단계; 시간별 역순 댓글

가끔 아무런 약속도. 계획도 없는 주말 저녁에 방안에 덩그랗게 앉아있을때가 있다. 주소록을 뒤져 누군가와 대화라도 해볼까 하는 마음도 금새 사그러들고 말그대로 그냥 멍하게 앉아 있는 것이다. 어떤 한적한 쉴만한 순간을 갈구하다가도 왠지 모르게 그 쉼의 앞. 뒤로 커다란 간극의 시간이 있지 않으면 안될것 같다는 생각도 들곤 한다.. 그러니깐. 말 그대로 휴식도 하나의 정신적 활동이리라. 괜시리 멀쩡한 얼굴도 세수해보고. 보지도 않을 책을 뒤적거려보기도 하고. 몇병의 술을 들이키기도 하는 시간.

항상 난 스스로에게 있어. '나를 위해 마련된 어떤 시간' 이 도래하게 되면 그때는 정말 가면을 벗고 아무런 꺼리낌 없이 진정 기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요즈음에 드는 생각들은. 역시나 그런 순간이 나도 모르게 다가온다 하더라도 결코 나는 내 자신을 벗어날 수 없는 건 아닐까 하는 것들이다. 이건 이른바 온 힘을 다하면 이미터 정도나 뛰어오를수 있는 벼룩을 겨우 십센티미터 정도의 유리병에 오랜시간 가둬놓으면 나중엔 그 유리병에서 벗어나도 그 높이 이상을 뛰지 못하고 마는 것과 같은 이치.

하지만 문제는 그 유리병이란것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고 단지 나의 관념이 만들어 놓은 제약일 뿐인 것을.

'번민속에서 열반에 이른다' 라는 대승불교의 경구를 생각한다.

과연 그 순간은 오는 것일까?

요새계속 졸음과 나태함 그리고 무기력함과 자포자기와 싸우고 있다. 아니 싸운다는 말은 그다지 적합하지 않겠지. 어찌했건간에 상황은 나에게 주어졌고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조금의 시간이 생겼다. 이 시간을 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어떻게 보내버릴 것인가?

요즘은 정말 많은 사람들을 보고 다닌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하고 같이 호흡하고 싶다. 서로 서로가 낯선 관계로 그렇게 만나 그렇게 어색한 시간을 함께 보낸다. 어찌보면 어색한 순간들이야 말로 자기에게 정직한 순간이기도 할때가 많기 때문이다.

자. 다른 누군가의 속에서 난 무얼 발견할 것인가?

그 사람? 나 자신? 사랑?

시몬느 베이유가 말했던 대상없는 욕망. 대상없는 사랑을 생각해본다.

한없는 사랑 그리고 또 사랑.

대상이 부재하는 그런 사랑.

난, 나 자신을 끔찍히도 싫어하는 걸까.

사실 한번도 그렇다고 생각해본적은 없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살아가면서 늘 현재에 충실하고. 내 자신에게 자랑스러워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일말의 불만 조차 없었다.

하지만 가끔 세상을 살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그 사람들 속에서 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런데 그 느낌은 가히 좋은 것 만은 아니다. 오히려 불쾌한 것들. 내 안에 있는 나도 모를 그런 부정적 측면들을 그들 속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그래서 느끼는 그 이질감, 이기적인 모습에 대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그 감정들.

어느새. 나는 어쩌면 내 자신을 정말로 싫어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동안 그런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나를 발견했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 사이에서도 그런점이 보일라치면 정말 참을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거다.

누군가 아무리 얄밉게 굴어도 결코 싫지 않고. 나쁜짓 해도 하나 탓하지 않은 대상일지라도.

언젠가는 자주 약속을 잘 어기는 지인이 물었다.

" 당신은 정말 아량이 넘처서 화를 안내는 거에요? 아님 그냥 다 무시하는거에요? "

난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차마 그녀가 미안한 마음에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데 어찌 "니가 어쩌건 상관 없어" 라고 대답할 수 있단 말인가?

그건 그 사람을 결코 무시해서가 아닌.

그저 난 나일뿐이고. 뭐랄까 나를 둘러싼 모든 일이 머나먼 외계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다만 나를 둘러싼 일중에서 나의 모습이 슬며시 보이게 될때쯤에는 이상하리만치 화가 나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그렇게 미워하고 싫어하다가도 종국에서는 그 모습속에 보이는 내 자신에게 연민을 느끼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자신에 대한 분한 감정과 그러나 그 끝에 밀려드는 연민들 말이다.

그건 참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의 일이다.

이런걸 애증이라고 하는 걸까?

사랑하고 또 미워하고.

그리고 다시 사랑하고.

어쩌면 결국 나와 다른 모든 이들과의 만남의 나 자신과의 사랑이었고 자신과의 싸움이었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난 가끔 환영에 둘러싸여, 수많은 거울을 바라보며 샤도우 복싱을 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수 많은 사람들속에서도 여전히 외롭다고 느낀다.

........

그랬구나..

이 글을 보는 너도 혹시 슬퍼하고 있었던가.

자신의 다음 순간을 위하여 현재의 순간을 가르는 죽음을 택하는 연어는 거친 물쌀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끊임없는 퍼덕거림을 해댄다. 그는 현세에서 죽고 그는 영원히 구원받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다르다. 결코 그 계에서 죽지도 지워지지도 않는다. 사람의 영혼은 그런식으론 결코 구원받지 못한다. 그저 그렇게 처절하게 살아갈 뿐인 것이다.

거대한 흐름에 맞서서 그 흐름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사람은 필시 고독해 질 수 밖에 없다. 반대로 고독한 사람은 자신만의 세계에 갖혀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고독함을 느끼지 못하는 그런 고독한 사람은 광인 이거나 천치이리라. 하지만 그 세계는 절대 그 계에 속해 있지 않다. 그는 이미 다른 차원을 걷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흐름과 자신 사이에서 밀려오는 멀미나는 현기증 역시 두 계의 충돌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끊임없이 고통 받는다.

이 동정(이 부족한)없는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고통 속에서 끊임 없이 발버둥 치는 일일 뿐이다.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정말 의미없는 몸동작에 지나지 않는다. 그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

감내해 내는것. 온몸을 부수어 가며 맞부딛치는 것.

그리고 그러한 고통은 자기과오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다. 운명으로부터 부여된 축복이기도 하다.

온몸이 갈라지는 체험속에서 어쩔수 없이 피어나는 순간이 있다.

마비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 하다. 그 속에서는 모든 감각이 상실되어 버린다. 때문에 필연적으로 모든 감각이 죽지 않은 진정 '살아있는 인간' 은 고통을 느낄 수 밖에 없고 느껴야 한다.

그리고 그 고통속에서 인간은 진정한 자신을 발견 할 수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스스로 체험하는 기적 속에서. 그것을 믿음으로 인하여 그것의 현현을 직접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기적이라고 불리우는 하나의 현상은 우리에게 물리적 실존을 부여받게 된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믿음이 만들어내는 허상일 뿐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결국 삶의 구성원리는 확률에 지나지 않는다. 돼지꿈을 꾸고 복권을 산 100명의 사람가운데 단 한명만이 당첨이 되겠지만 그 하나의 당첨은 1/100의 확률이 아니라 애당초 100% 였던 것 처럼 믿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근본원리를 확률이라고 생각하는것 역시. 하나의 믿음인것 또한 사실이다.

결국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하나의 형태를 가진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하여 믿음이 만들어낸 세상은 우리자신을 집어삼키고 만다.

'기적이라고 불리는 것. 그것은 또다른 삶의 이름이다.'

라는 멋드러진 문구를 기억하지 말라.

기적이라는 말로 은폐될수 밖에 없는 아픈 현실, 이 세계 를 기억해야 한다.

세상은 기적의 확률만큼이나 더 희박한 확률의 특정 현상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의 잉여공간과 시간의 고통때문에 그것을 감추려 기적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믿음이 기적이 정녕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그려주는 것일까. 그것이 정말일까. 그것이 설령 정말이라고 해도 그것은 정말로 정말일까. 기적이라는 것이 새로운 세상을 우리에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이러한 절망적인 세상의 추악한 현실을 드러내는 매개가 될 뿐인 것은 인정안할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그리하면 우리는 이러한 고통뿐인 세상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오로지 진실됨을 추구하고 그리고 그것을 희구하며 대상없는 욕망을 하는 것 뿐인가. 그리하여 그것을 받아들이고 믿는것 뿐인가. 비참한 말이긴 해도 그것만이 진실이다.

그래서 믿음으로 인하여 구원받는다는 건 관념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옳을 수 밖에 없는 말이고.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의 순간이다.

우리는 단 하나의 주사위를 가지고 있고 정해진 결과와 싸움을 하지만. 그 싸움을 치열하게 해야하는 이유는 그래서이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우리는 죽음으로 향하는 하나의 실존일 뿐이다. 하지만 그것을 거스르는 방법이 이 세상엔 없다. 그렇다면 비참한 죽음 뿐인가. 때문에 이 자리에 믿음이 관여하게 된다. 그리고 기적이 관여하게 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주사위는 이 세상을 지우고 새로운 세상을 그리는 것 뿐이다.

때문에 세상이 고난에 가득차 고통스럽고. 또한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안개속의 한가운데 홀로 떨어져 있을때야 말로 우리는 진정한 빛을 느낄 수 있다. 빛은 은혜로움 가운데 수많은 군중속에서의 환희에 찬 순간에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정녕코 공중에 부유하는 먼지 한 터럭 같은 우리네 존재를 실감할때야 진정코 찾아오는 것이다.

기적에 의존치 말자. 그리고 삶의 고통과 절망을 받아들이자.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구원과 치유의 시작인 것이다.

......

이렇게 내리는 비는 오랫만이었다.

생각에 잠기게 하는 비.

비는 계속해서 흐른다. 어떻게 해야 피할 수 있나.

생각해보면 우산이나 우의도 있고.

맨머리로 맞서는 방법도. 아예 맞서지 않는 방법도 있다.

처마에 앉아 그칠때까지 술을 들이키는 것도 방법은 방법이겠지.

일찍부터 내리는 비.

늦게 오는 비;

중요한 것은 비가 내리는 때가 아니라 비를 받아들이는 나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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