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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포심은 11번 방향 정도로 움직입니다. 공이 회전하면서 중력과 반대방향으로 뜨는 효과를 갖지만 팔각도가 정확하게 지면에 수직하지 않아서 좌투수 기준에서 약간 왼쪽으로 치우치게 되죠. 

그럼 투심은요? 투심은 10번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전히 중력과 반대방향으로 뜨는 효과를 갖지만 포심보단 덜하고 대신 좌측으로 더 휘어나가게 됩니다. 

슬라이더는 어떨거 같아요? 류현진 기준으로는 2~3번 사이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물론 슬라이더가 밑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시겠지만 그건 중력으로 인한 것이지 공에 회전을 줘서 생긴 효과는 아니라는거죠.  팔각도를 좀더 높이면 4번으로 떨어뜨리는 것도 가능하긴 합니다만 메이저 전체에서 찾아봐도 그 정도로 공을 떨어뜨리는 투수는 찾기 힘듭니다 많이 떨어뜨려봐야 3번에서 약간 더 낮은 정도로 떨어져요. 

커브는 다들 예상하셨듯이 5번. 

마지막으로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10 번 방향입니다. 투심이랑 같잖아?라고 물으신다면 류현진은 투심을 던지진 않습니다. 

체인지업은 보통 패스트볼(직구)에 비해서 회전이 덜 먹히게 됩니다. 회전을 아주 안주는 것은 너클볼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합니다. 손가락으로 회전을 주지 않으려고 공을 깊게 손바닥으로 잡아도 손목의 움직임이 회전을 주게 되어있거든요.  그래서 포심처럼 뜨는 효과가 더 적게 됩니다. 

그래서 류현진의 써클 체인지업은 투심 비슷한 움직임을 가지면서 공의 구속은 더 느리게 형성이 됩니다. 

문제는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한국에서만큼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건 달라진 공의 점성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길게 왔습니다. -_-

쉽게 말하면 메이저에서 쓰는 공인구는 더 미끄럽기 때문에 류현진이 자신이 마음먹은 곳으로 던지기 위해 공에 주는 압력이나 그립이 조금 달라졌어요. 이젠 OK모양이 거의 사라지고 팜볼에 많이 가깝습니다. 그래서 약지와 새끼 손가락으로 공에 역회전을 주는 것 역시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공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공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삼진수의 큰 감소로 이어졌어요. 류현진은 자신의 체인지업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젠 변화해야 할 시간이에요. 체인지업을 던지는 팔스윙의 감각은 여전하기 때문에 그립을 바꿔가며 공을 더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해요. 

류현진의 체인지업 위력의 감소(원래 체인지업은 삼진을 잡기 위한 구질은 아닙니다만,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국내에서는 삼진을 잡는 구질이었습니다. 마치 산타나나 페드로의 체인지업이 삼진을 잡기 위한 구질이었던 것처럼)는 

주자가 나가있는 상황에서 류현진의 안정성을 심하게 떨어뜨려버렸고, 결정구가 약해진 까닭에 파울이 늘어 이닝수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꾸역꾸역 운에 의존(맞은 타구가 수비쪽으로 가면 다행)하며 던지는 것처럼 보이게 되어버렸어요. 

작년보다 당연히 나빠져야 할 성적이 유지되고 있는 건 볼넷이 더 줄어들었고 홈런을 작년보다도 덜 맞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만약 체인지업을 국내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면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재앙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