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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커다란 노란 리본이 있는 광화문 광장 끝까지 오는 길에 세 개의 사람무리를 지나쳤다.

동화면세점 앞 관광버스 두 대 분량의 사람을 실어다 놓고 좌좀들에게 흔들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느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어버이연합을 지나 유족들이 천막을 친 장소에 있는, 원래 그 자리에 있는 분들과 그들을 위해 백 일배를 하는 불교신자들을 지나 세종대왕 앞 단상을 차려놓고 전문 엠씨들을 그 위에 세워놓고 각종 시상식을 하고 박수를 치던 독도사랑을 위한 남북예술인 모임 행사를 지나 

광장 맨 끝, 광화문 앞 노란리본 촛불집회까지.

인간이라고 믿기지 않는 악마의 무리들을 지나

음울하고 힘겨운 분위기의 유족 천막을 지나 

가족들 바로 뒤에서 빨강파랑 조명에 물을 맞으며 기념촬영을 하던 무관심한 시민들을 지나 

독도를 사랑하시겠다는 행사를 지나 

잔디밭으로 오니 지금껏 지나친 모든 사람들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노란 리본 앞 잔디밭에 평화롭게 앉아있었다.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웠다.

동화속의 주인공이 되어 

서로 너무나도 이질적이고 비현실적인, 이상한 방들을 지나 

갑자기 세상 그 어느곳보다 아름다운 평원에 다다른 기분이다.

오는 내내 배고프고 힘들었는데 역시 난 또 주는거 없이 위로를 받고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