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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의 정치인생을 돌아보면 2002년을 제외하고 언제나 둔하고 어설프고 굼떴습니다. 그것이 쌓여 오늘을 만들고 있지요. 돌아보면 2004년부터 늘 그랬습니다. 그해 4월 탄핵총선이 열린우리당의 승리로 끝난 뒤 이해찬이 아닌 천정배가 열린우리당의 원내대표로 선출된 것부터가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4대 입법 가운데 단 하나도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고 누더기로 만들고는 무책임하게 원내대표직을 던져버린 게 천정배였으니까요. 그 다음에 올라간 법무장관 자리에서도 그는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문제로 물의를 일으켰을 뿐 내세울 만한 개혁도 변변한 업적 하나도 남기지 못했습니다. 2007년에는 당시 수많은 정치인들과 다를 바 없이 노무현을 비난하고 열린우리당을 탈당했고요. 물론 그 부분은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할 수도 있지요. 적어도 천정배라는 정치인이 갖고 있던 노선에 충실했던 점이 있으니까. 

하지만 진짜 문제는 2011년부터 시작됩니다. 천정배는 계속 헛발질을 일삼고, 결단해야 할 때와 기다려야 할 때를 전혀 분간하지 못하는 모습을 거듭 보여줬습니다. 2011년 뜬금없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것부터가 모두를 의아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를 4선 의원으로 만들어 준 안산을 버리고 아무 인연도 없는 서울로 가겠다는 그의 발길에서 어떤 명분인들 어떤 계산인들 찾을 수 있었을까요? 박원순과 안철수로 대표되는 정치권 바깥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친 선거에서 그가 무엇을 이루려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설령 그가 가졌던 나름대로의 포부가 있었다고 한들 그 포부를 펼 곳은 서울이 아니었지요. 분명 당시 그에게 어울리는 자리는 안산이었고 그곳에서 5선을 한 다음 2014년의 경기지사 선거를 노리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었습니다. 그저 뜬금없음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만큼 어설픈 결정이었고 결과 또한 좋지 않았습니다. 그는 본선은 커녕 박원순과의 단일화 경선에조차 오르지도 못한 채 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했습니다.

경선에서 탈락한 뒤, 안산을 버린 그가 갈 수 있는 곳은 서울의 험지(險地) 아니면 사지(死地)뿐이었습니다. 동작에 들어가려 하자 동지의 터를 빼앗는다는 비판이 들어왔고, 동대문에 들어가려 하자 쉬운 곳만 골라 간다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결국 아무 연고도 없는 송파로 흘러들어가 석패하고 말았을 뿐입니다. 그나마도 진득하게 자리 잡아 지키지 못하고 이제는 광주로 내려가 광산으로, 서구로 떠돌며 ‘광주정신’의 회복을 외치고 있군요. 그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 앞에 던질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결행하려 했다면 적어도 1월에 결행해야 했다고. 언제나 그랬듯이 천정배는 이번에도 한 발, 두 발도 아닌 서너 발은 더 늦고 굼뜨기만 합니다. 학력과 능력의 불일치, 나아가 현격한 차이를 이보다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인물은 드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