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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강원도 시골 외갓댁에 다녀왔습니다.
저도 강원도 출신이지만 외갓댁이 있는 곳은 제가 자란 곳보다 더욱 시골인지라 시골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네요 ㅎㅎ

작년 가을쯤 찾아뵙고 올 1월에 또 간다는게, 애들이 감기걸리고 아프고 해서 여차저차하다보니 4월이 돼서야 찾아뵙게 되더라구요.

아침 10시쯤 도착했는데, 도착하자마자 증손주들이 이뻐서 어쩔줄 모르시네요.
근데 이놈들은 할미 집에 간다고 해서 왔는데 자주보던 지들 외할머니가 아니라 아빠네 외할머니라고 하니
"할미 아냐" 하면서 무서워하더라는...
그 모습조차도 이뻐서 어쩔줄 모르십니다 ;;

물론 요놈들의 경계심은 지들 증조외할머니가 내오신 메밀전, 도토리묵 앞에 1시간도 안돼서 해제되긴 했습니다 ㅎㅎ

제가 집안의 첫 손주였던 탓에, 비록 외손주지만 어렸을때부터 제가 엄청 이쁨 받았거든요.
가기만 하면 진짜 거짓말 안보태고 교자상에 음식을 더 놓지 못할 정도로 빽빽하게 음식을 해서 내오시곤 했는데,
90 이 다 되어가시는 연세에도 또 그러시더군요 ㅠ



메밀전에 도토리묵을 먹은지 2시간도 안돼서, 점심은 직접 고으신 곰탕에 소불고기에, 두릅에...
두그릇을 먹고 더이상 못먹겠다고 하니 남은 반공기 밥을 가져가시길래 그런가보다 하고 있으려니, 새로 밥 한공기를 채워 오십니다 ;;;  따뜻한 밥으로 먹으라고 ;;;

와이프는 그런 외할머니한테 이제 좀 적응(?)이 되었는지 애들도 먹여가며 열심히 먹더군요.
둘다 밥먹고 까스활명수를 한 병씩 원샷했습니다 ;;

애들데리고 동네 어귀에도 나갔다가 낮잠도 자고 오랜만에 외할머니와 하루종일 여유있게 보냈습니다.
저 온다고 전날 짜두신 들기름에, 김치에, 꿀에....  차에 넣으려고 두 번을 왔다갔다 했네요.


짐을 정리하고 애들 태우고 슬슬 출발하려는데, 결국 울먹울먹하십니다.
이렇게 애들이 이쁜데... 못보고 죽은 니 엄마가 너무 불쌍하다며...

제가 찾아뵙지 않아도 우시고, 찾아뵈어도 결국 배웅하실때는 우시기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자주 찾아뵈어야지요.

인사드리고 차를 출발하면서 거울로 보니, 계단에 걸터앉아서 울고 계시네요.

나이먹으면서 드는 생각이... 사회생활도, 친구도 좋지만, 집안 어르신들께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절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예뻐하셨는데, 제 살길 바쁘다고 자주 얼굴 못보여드려서 죄송하다는 생각도 들고...

가을 전에 또 찾아뵙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