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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가 다니는 회사 출신인 협력업체 사장의 압박에 못이겨, 업체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왔습니다.

원래 저희 부서장과 팀장님을 초대했으나, 부서장님이 자리가 불편하셨는지 핑계를 대고 안나가시는 통에,
팀장님과 실무자인 저만 참석하게 되었지요.
이 협력업체 사장이 지금 제 부서장님보다 십여년 정도 선배인 것 같았습니다.

어리고 좀 뚱뚱한 대리 여직원 한명과 마르고 키가 큰, 제 나이 또래정도로 보이는 과장 남직원 한명을 대동하고 왔더군요.

사장이라는 사람은 전화통화만 가끔 하고 직접 보는건 처음인데, 역시나 인상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안좋았습니다.
전화통화 때부터 저한테 이것저것 가르치려는 말투로 대했던 게 기분이 나빠서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도 그 업무를 해봤느니.... 과장이라 한참 힘들겠다느니.... 시장 상황이 이럴때는 그쪽에선 그렇게 하는게 아니라느니....

식사를 주문하자마자 자기 자랑이 쏟아집니다.

십여년 전에 임원으로 퇴직했으니, 그 전에는 한참 잘나갔던 모양입니다.
하긴 이삼십년 전이면 한참 울나라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인데, 누군들 그런 자랑거리 없겠습니까.

'역시 ....꼰대가 맞군....'  속으로 생각해봅니다.

식사주문 때부터 시작된 해외 주재 근무 시절 얘기는 식사를 마치기 5분전까지 계속되더군요.

마지막 5분동안은 정신을 차렸는지 본론을 짧게 얘기하는데...
저희 회사가 물류업체인데 자기들이 좀 이용하고자 하니 수송료를 좀 깎아달라는 거였죠.

다른 업체들 눈치도 있고, 요구하는 수준이 좀 터무니 없어서 힘들 것 같았지만, 저야 고개 박고 밥만 먹었고, 역시 팀장님께서 베테랑답게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하시면서 불편한 순간을 잘 넘기셨습니다.

식사 마치고 돌아오면서 팀장님한테 "진짜 그 가격에 제공하실건가요?" 라고 여쭤보니, "네가 알아서 해" 하고 한숨을 푹 쉬십니다.
평소에 야근도 잘 안시키시고 위에서 치대는 각종 지시들도 잘 막아주시는 분인데, 아무래도 그 양반 때문에 스트레스를 좀 받으셨나봅니다.

하긴, 안된다고 통보하면 더 윗선을 통해 재검토 해보라는 청탁이 들어오니...

제가 식사중에 신경 쓰였던건, 그 사장이 말을 하면 남자 과장과 여자 대리분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밥을 먹으면서도 고개는 자동으로 끄덕끄덕 합니다.
사장이 말은 겁나 많은데, 들어주는 척은 해야겠고.... 하다보니 습관이 들어버린 것 같더라구요.

자기가 옛날 있던 회사에 이것저것 들이대면서 부탁해서 사업을 꾸려나가는 거 보면, 어찌보면 능력있는 사장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전 저런 사장 밑에서 일하고 싶지가 않네요...

지금 팀장님이 참 좋은 분이라는 걸 느낀 하루였구요.

이상 뻘글이었습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