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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이라고 표현했지만 출마하시는건 아니구요..

며칠전 고향에 내려간 동생녀석한테서 톡이 왔습니다.

"형, 아부지가 선거운동 또 해주신다는데?"

부아가 치밀어오르다가 나중엔 한숨만 나오더군요.

올해 60대 후반이신 아버지는 인구 4만명 정도인 지방 촌구석에서 수십년째 살고 계십니다.
보험영업을 하시는 직업 특성상, 지역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알고 계시고,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버지를 알고 있지요.
(아직 어린 학생들은 모르시겠지만, 그 학생들이 뉘집 자식이더라...하면 다 나오는지라..)

사실 이런 점을 당신께서도 잘 아시기 때문에, 제가 대학 졸업반이던 십여년 전에 군의원 출마를 생각하신 적이 있으십니다.
그때 살아계시던 저희 어머니께서 극구 말리셔서 다행히 출마는 간신히 막았더랬습니다.

(어머니께서 "늬 아부지가 정치병에 걸릴라나보다..." 하고 얘기하셨을 때,
제가 심드렁하게 "그럴 돈 있으면, 아들 전세값이나 좀 보태주시지.." 라고 어머니께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어머니가 그 얘길 아버지한테 하셨다는군요.
그 말씀 드리자마자 출마 얘기가 쑥 들어갔다고 어머니가 나중에 말씀하신적이 있는데, 잘됐다 싶기도 했고 죄송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 아버지께서 어머니한테 혼나면서도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이라고 중얼거리셨던 게 기억나네요 ;;;;

거슬러 올라가면 아마 원인은 친척어르신(할아버지 누나의 아들) 때문일텐데, 제가 중학생 때였을겁니다.
그때 군의원 제도가 없었을테니 아마 군수 선거에 출마했던거 같은데, 아버지한테 선거운동을 부탁하셨었죠.
마치 자기 일인것처럼 여기뛰고 저기뛰고 하시면서 고생하셨지만, 애초에 그 친척어르신은 그럴 깜냥이 안되었습니다.

당연히, 그리고 다행히도 낙선하셨죠.
그때도 어머니께서 속앓이를 많이 하셨었는데 말입니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십여년이 지나서 본인이 출마하겠다는 생각을 먹었다가 부인과 아들한테 저지당하신게죠 ㅎㅎ

그리고 나서 2014년 지방선거때였는데, 느닷없이 군의원 선거운동을 해주시겠답니다.
이게 왠 변고인가 싶어서 누굴 도와주시려나 했더니...... 20년 전 그 친척어르신의 딸이 군의원 후보로 나온거죠.

 
아버지한테는 친척동생인건데, 그 부친을 닮아서인지 머리에 든 건 없는데 일 벌리기는 좋아하고, 허풍쟁이에 수다는 또 얼마나 심한지....

제가 '고모(저한텐 고모뻘)가 군의원 깜이 될리가 없다', '군의회에서 활동할 최소한의 능력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말도 안된다' , '고모를 도와주면 아버지의 지역 내 신용도도 내려갈거다' 등등 수많은 이유를 들어 말려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그분은 당연히 공천도 못받았기에 무소속으로 나왔는데, 아버지는 업무가 끝나고 나서도 지역 내 여기저기를 차를 몰고 다니며 선거운동을 하시느라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엄청나게 쓰셨죠.

"선거 끝나면 떨어지든 붙든 내가 선거운동한 비용은 다 쳐서 줄테니, 걱정말고 나를 도와달라" 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으신거죠.

당연히, 그분은 후보 6명 중 5위로 낙선했고, 아버지는 선거운동하느라 쓰신 비용을 한푼도 못받으셨습니다.

어머니 타계 이후에 지금은 같이 살고 계시는 분이 있는데, 그분도 길길이 날뛰시고 저희들도 버럭버럭 화내고 난리도 아니었죠.
(낙선한 그 양반은 어찌나 뻔뻔스럽던지, 사과도 한마디 없고 전혀 미안해하는 기색도 없이 자연스럽게 아버지를 대한다는....)

그와중에 아버지는 그분이 5위가 아니라 4위이며, 그마저도 근소한 차이였다고 애써 스스로 위로를 하시는데... 선관위 홈페이지의 자료에 떡하니 다 나와있는데.... 미치겠더군요.

그리고 나서 "다시는 그분 선거운동 도와주지 마시라" 는 자식들의 얘기에 알겠다고 말씀하신지 4년만에, 다시 선거운동을 도와주시겠다니 기가 찹니다.

물론 그 양반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고 더불어민주당 쪽 인원이라는데, 그것도 마음에 들진 않습니다.

그쪽 지역이 원래 구 새누리당 텃밭인데, 노무현 정권 때 잠깐 열린우리당 쪽으로 바뀌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 때는 열린우리당 쪽 공천을 얻으려고 개나 소나 아주 지저분했지요.
그러다가 다시 정권을 잃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 민주당을 욕하면서 새누리당으로 돌아서는 걸 보고 참...

시골엔 그런 인간들밖에 없나....하는 생각도 들고, 또 한편으로는 저런 사람들이 민주당 공천받아서 당선되어도 문제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내부총질하고 분탕질하고 그리 될 단초를 제공할것이 뻔하니...

그러면 민주당 지지율도 떨어질테고...

여튼 저랑 제 와이프는 진짜 아버지가 왜 저러시나 싶네요.
다음번 선거에 출마하시려고 그러시는 거 같진 않고....

선거에 휩쓸리는 모습을 보기가 좀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ㅡㅡ;;

여러분들 가족은 안녕(?)하신지요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