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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DB는 지난 시즌 기적을 만들었다. 하위권 후보라는 평가를 뒤집고 정규리그에서 37승을 쓸어 담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첫 13경기에서 4승에 그치며 서울 삼성과 함께 공동 8위로 떨어졌다. DB가 올 시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유를 기록을 통해 알아봤다. 

◆무난한 외국선수 선발

DB는 저스틴 틸먼(197cm), 마커스 포스터(185cm)와 함께 2018~2019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 초 DB의 외국선수들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운동능력이 뛰어난 틸먼은 다양한 방법으로 득점을 올렸고 속공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힘이 약하기 때문에 상대 선수와 몸싸움을 할 때 어려움을 겪었지만 높은 타점과 빠른 발, 긴 슛 거리 등으로 약점을 극복하려 했다. 

포스터는 틸먼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탄탄한 체격, 수준급 기술과 운동능력을 겸비한 포스터는 돌파 후 직접 마무리 또는 킥아웃 패스에 모두 능했고 전문슈터 수준의 슈팅력도 뽐냈다. 그의 올 시즌 기록은 지난 시즌 DB를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외국선수상을 받았던 디온테 버튼(192cm)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포스터(13경기) 27.2득점 5.3리바운드 5.3도움, 3점 성공률 38.4%, 야투 성공률 46.7%

디온테(54경기) 23.5득점 8.6리바운드 3.6도움, 3점 성공률 33.3%, 야투 성공률 46.8%

◆버튼에 미치지 못하는 포스터

하지만 포스터에 대한 평가는 버튼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포스터는 올 시즌 단신 외국선수 중에서 가장 크고 힘도 세다. 돌파 이후 힘을 쓰며 득점을 해냈다. 하지만 버튼은 그야말로 괴물이었다. 엄청난 타점을 자랑하며 상대팀의 골밑을 맹폭했다. 두 선수의 체격(버튼 192cm> 포스터 185cm)으로 인한 결정력의 차이는 승부처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포스터(4쿼터) 5.7득점, 야투 성공률 43%, 턴오버 1.3개

디온테(4쿼터) 7.0득점, 야투 성공률 55%, 턴오버 0.8개

◆외국선수와 국내선수의 득점 불균형

버튼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포스터는 뛰어난 외국선수이다. 그는 경기당 27.2점씩 넣으며 LG의 제임스 메이스(27.9점)에 이어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6일 LG와의 경기에서 손가락 부상을 당하며 완전 교체가 결정된 틸먼도 득점력이 뛰어났다.(11경기 평균 25.5점) DB는 올 시즌 외국선수들의 평균 득점 합계(52.7점)가 가장 많은 팀이다.(2위 LG 48.5점)

반면 국내선수들의 득점력은 많이 떨어진다. DB는 올 시즌 경기당 10점 이상을 넣는 국내선수가 없는 유일한 팀이다. 평균 득점이 가장 많은 DB의 국내선수는 6.3점씩 넣은 김현호(184cm).

DB는 공격이 뛰어난 외국선수 2명이 동시에 뛰는 2~3쿼터에는 득점에 별 문제가 없었다.(47.8점, 리그 최다 2위) 반면 외국선수가 1명만 뛸 수 있는 1, 4쿼터 때는 득점력이 다소 떨어졌다.(37.9점, 리그 최소 3위) 지난 시즌 21.7득점을 합작했던 두경민(군 입대)과 김주성(은퇴)의 공백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외곽 수비의 붕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DB의 득점력은 나쁜 편은 아니다. 13경기에서 평균 87.7점을 넣으며 리그 최다 득점 6위를 기록 중이다. 득점만 보면 상위권에 있는 안양 KGC인삼공사(2위, 9승 4패, 88.2득점) LG(3위, 8승 5패, 88.8득점) 등과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실점이다. 평균 94.1점을 내주며 부산 KT(94.5실점)에 이어 리그 최다 실점 2위를 달리고 있다. 많은 점수를 내주는 가장 큰 이유는 외곽 수비에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다. DB를 상대하는 팀은 경기당 9.8개의 3점슛을 넣었고 성공률은 무려 39.6%였다. 모두 리그에서 가장 나쁜 기록이다. 많은 자유투 허용(296개, 리그 최다 1위)과 적은 턴오버 유도(119개, 리그 최소 2위)도 많은 실점의 원인으로 꼽힌다. 

수비 세부 기록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DB는 상대팀의 2점슛 성공률을 49.9%로 낮췄다. DB보다 상대의 2점슛을 더 잘 막아낸 팀은 울산 현대모비스(46.1%)와 LG(47.3%) 뿐이다. 

◆반격의 조건

DB는 김주성이 입단한 2002-2003 시즌 이후 늘 골밑이 강한 팀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다. 틸먼은 힘에서 약점을 드러냈고 윤호영(197cm)은 파워포워드로 뛸 때 상대에게 힘과 높이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 그로 인해 DB는 골밑 도움 수비에 이은 풀 로테이트, 지역방어 등을 펼치는 빈도가 많아지고 있다. 모두 골밑 높이에 자신감이 없을 때 쓰는 작전이다. 

DB가 중위권으로 가기 위해서는 수비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골밑 도움 수비에 의한 수적 우위를 통해 상대의 2점슛 성공률을 떨어뜨렸지만 그 부작용이 너무 심했다. 그로 인해 외곽 수비가 완전히 붕괴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2점슛을 좀 더 내주더라도 3점슛은 잡아가는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상황은 나쁘지 않다. 틸먼의 대체 선수로 합류한 리온 윌리엄스(196cm)는 건실한 골밑 플레이를 펼치는 빅맨이다. 골밑에서의 자리싸움과 리바운드 등에서 틸먼보다 더 나은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골밑 도움 수비를 가는 빈도가 줄어들면 외곽 수비가 강화된다. 여기에 적극적인 수비의 결과가 자유투 허용에서 턴오버 유도로 바뀐다면 실점은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