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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관련 진중권글에 대한 철학적 해석의 한 시도

작성일
09-01-13 02:12
글쓴이
퍼스나콘 punkro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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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가면무도회‘를 통해 'myself'는 이제 ‘myselves'가 된다. 미디어 철학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자신을 한 가지 가능성에만 묶어놓는 정체성(identity)에서 해방되어 자아를 복수화(multiply)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인터넷의 능력이다. 가상적 아이디의 정체를 까는 것, 그것을 법률로 강제하는 인터넷 실명제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 마디로 그것은 사이버 공간의 특수성을 법적으로 무시하겠다는 얘기인데, 과연 그것이 디지털의 시대정신에 얼마나 적합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인터넷은 가면무도회다. 그런데 가면무도회를 하는데 꼭 가면을 벗겨야만 하는가?


이번 프레시안에 올라온 미네르바관련 진중권씨의 글의 일부입니다.
(전문은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112153717§ion=02 )
여기에서 그는 주체성subjectivity 혹은 정체성identity의 복수화multiply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것을 '자아를 복수화 하는 가능성'으로서 복수의 자아를 논거로 미네르바의 온라인 정체성이 가진 복수적 정체성의 의미를 짚고 있군요.

여기서 그가 제기하는 정체성/주체성의 복수화 가능성은 철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주제중 하나입니다. 소위 "인터넷 가면무도회"를 가능케 하는 배경. 그것은 단지 미네르바와 같은 한 개인이 온라인에서만 활동했던 사람이어서 '가능'했던 것이라기보다는 "미네르바" 혹은 "박모씨"라고 하는 한 개인/개체가 원래부터 복수의 정체성을 가진 현실태現實態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현실태로서의 개체는 복수의 정체성을 가진 잠재적 실재일까요? 

아리스토텔레스는 dynamis이라는 개념을 그의 철학에서 중요하게 다룹니다. dynamis는 기존에 잠재태나  잠세태 혹은 가능태등으로 번역되어 온 개념으로 특히 현실태와 쌍을 이루면서 "가능태-현실태"라는 개념으로 플라톤의 초월적 이데아론을 비판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형상(이데아)이 현실태(actus)로서 등장함으로써, 질료는 가능태(potentia)라는 뜻을 갖게 된다. 이런 것들은 형이상학의 새로운 싹들이다. <형이상학> 7권과 8권에서 질료-형상문제를 광범위하게 다룬 후에, 아리스토텔레스는 9권에서 가능태-현실태문제를 다룬다. 현실태가 규정을 하는 능동적인 원리인데 비해서 가능태는 작용을 미치고 실현을 할 수 있는 것. 간단히 말하자면 가능적인 것이다."(서양철학사 1권. 힐쉬베르거 254쪽)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 철학이 가지는 형상(이데아)의 편재성 혹은 보편성을 비판하기 위해 이를  사용하고 있는데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는 질료-형상 이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중 가능태는 질료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모든 현실태가 왜 이데아가 아니며 단지 현실태가 되기 위한 한 가능성으로서 즉, 가능태로서 존재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나무라는 재료(질료)가 있다고 해서 모든 나무가 책상(형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가능태는 현실태의 사후에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납니다. 가능태라는 질료로부터 우리는 현실의 책상을 유추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책상이 먼저 존재하고 그 결과를 역으로 추론한 뒤에 그 질료를 확인받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가능태는 표면적인 선차성은 무의미해지고 현실태의 부수적인 결과로서만 존재하게 되죠. 이는 플라톤 철학을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으려고 하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고유하면서도 중요한 특성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능태-현실태 도식을 베르그손은 <시론>이나 <물질과 기억>등을 통해서 비판합니다. 여기에서 그가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능태를 대체하는 것으로 내세우는 것이 바로 잠재성潛在性 혹은 잠재태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능태-현실태의 인과론을 거부하고 대신 잠재태-현실태로서의 '실재'를 이야기했던 것이죠.

" '잠재성'의 본성은 무엇인가? 이미 <시론>에서 나아가 <물질과 기억>에서 베르그송의 철학이 가능성의 범주를 거부하는 바로 그때에 잠재성이라는 생각에 그만큼의 중요성을 부여햇었다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그것은 "잠재성"이 적어도 두 가지 관점에서 "가능성"과 구별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관점으로 보면 가능성은 실재의 반대이며, 실재에 대립된다. 그러나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잠재성은 현실성에 대립된다. 우리는 이 용어법을 신중하게 취해야만 한다. 가능성은 (비록 현실성을 가질 수는 있지만) 실재성을 갖고 있지 않다. 역으로 잠재성은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그러한 것(잠재성)으로서 실재성을 소유하고 있다....
왜 베르그송은 잠재성의 개념을 선호하면서 가능성의 개념을 거부하는가? 정확히 다음의 이유 때문이다. 앞서 말한 성격들 때문에 가능성은 거짓된 개념이며 거짓 문제의 원천이다. 실재는 가능성을 닮았다고 상정된다. 이 말은 이미 만들어져 있고, 미리 형성되어 있고, 그 자신보다 앞서 존재하고 그리고 연이은 제한들의 질서에 따라 실존하게 되는 실재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에겐 모든 것이 주어져 있으며, 실재의 전부는 이미지 속에 가능성이라는 사이비-현실성 속에 주어져 있다. 이렇게 해서 요술이 분명해 진다. 만약 실재가 가능성을 닮았다고 얘기된다면, 실은 실재가 --- 그것의 허구적 이미지를 "역투사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그것은 언제나 가능성이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 그 고유한 수단을 가지고 생겨나기를 우리가 기다렸기 때문 아닐까? 사실 가능성을 닮은 것은 실재가 아니며, 실재를 닮은 것이 바로 가능성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단 만들어진 실재로부터 가능성을 추상해냈기 때문에, 이 가능성은 실재로부터 자의적으로 추출해낸 쓸데없는 부본 같은 것인 셈이다."(베르그송주의. 질 들뢰즈. 134~137쪽. 강조는 인용자)

 이처럼 가능태는 현실태를 설명하기 위한 추상이라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 베르그손과 들뢰즈의 지적입니다. 대신 잠재성(태)를 도입합니다. 잠재태는 가능태와는 달리 현실태의 추상이 아니라 실재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무엇입니다.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실재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잠재태를 현실태와 동일한 지위로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지요. 잠재태는 가능태처럼 현실태를 '실현'시키기 위한 가능서으로 존재하는 것이아니라 오히려 현실태는 여기서 보다 다층적이고 유동적인 복수multiple적인 것으로서의 실재(잠재태)의 한 측면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베르그송 그리고 들뢰즈가 이러한 잠재태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은 세계의 변화가 가지는 불확정성 혹은 유동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였다고 볼수 있습니다. 들뢰즈는 특히 이런 베르그송의 잠재태와 관련된 특히 그의 이미지론과 관련된 논의를 재현representation과 관련된 미학의 비판으로 연결시킵니다. 예술의 본성은 대상을 모사 재현하는 것이 아닌 대상 자체가 이미 시뮬라크르이므로 예술은 이러한 현실속에서 또다른 시뮬라크르를 제작/창조하는 행위와 관련된다고 본 것이지요.

여기서 저는 이러한 가능태-현실태 혹은 잠재태-현실태 개념이 양자역학에서 관찰되는 '파동함수의 붕괴'와 관련된 양자의 실체와 관련된 논란과 관련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양자의 세계에서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의 지배를 받습니다. 불확정성 원리에 의하면 양자의 위치와 운동은 동시에 '관측'할 수 없는데 왜냐하면 우리가 양자의 운동(예컨대 스핀spin)을 관측 하려고 하면 그것의 위치를 알수 없게 되고 반대로 위치를 알게 되면 운동량을 알수없게 되는 역설에 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점이 발생하는 원인을 몇몇 물리학자들은 슈뢰딩거에 의해 고안된 파동함수wave function를 이용해 "파동함수의 붕괴"라는 방법으로 설명을 시도합니다. '불확정성'이 생기게 되는 것이 우리가 특정한 양자를 관측할 때 관측하기 전에 그 양자에게 고유한 것으로 '예상'되는 파동함수가 관측 이후에는 항상 특정한 형태로 '붕괴'되어서 나타나게 되고 우리가 얻게 되는 정보는 오직 이러한 파동함수의 붕괴 이후의 양자이기 때문에 파동함수가 붕괴되기 이전의 상태는 예측불가능하게 되고 관측전 이전의 원래의 양자의 상태 즉, 여러 다양한 가능성( 아니 잠재성)으로서 존재하는 양자의 상태에 대해서는 우리가 알수 없게 된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우리는 베르그송/들뢰즈가 제시하는 잠재태/현실태의 논리가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파동함수붕괴 이전의 즉 고정된 측정값(혹은 현실태)로서 존재하기 이전의 양자의 상태는 바로 '잠재태'를 지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현실태로서 존재하는 측정값이라는 것이 단지 다양한 양자적 운동 혹은 세계의 가능한 형태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나아가서 이러한 불확정적인 양자적 운동의 가능성은 "다중우주 해석many worlds interpretation"이라는 우주해석의 한 가설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관측하여 어떤 특정한 값을 얻었다면 그것은 무한히 많은 우주 중 하나의 우주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다른 값이 얻어지는 사건은 지금도 다른 우주에서 진행되고 있다. 물론 다른 우주에도 당신과 나를 비롯한 모든 살마들이 똑같이 살고 있다....시공간은 단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능한 사건들이 나름대로 진행되고 있는 무수히 많은 시공간이 동시에 존재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그저 가능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우주에선가 반드시 일어나고 있으며 따라서 관측을 하더라도 파동함수는 붕괴되지 않는다"(우주의 구조. 298~299쪽. 강조는 인용자)

다시말해 이 우주론에 의하면 (양자적) 가능성은 우주 어디에선가는 현실화되었으며 그러한 우주는 우리가 살고있는 우주와 나란히 다중적으로 존해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여기서의 "가능성"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야기한 가능태-현실태로서의 가능성이 아니라 베르그송이나 들뢰즈가 이야기하는 잠재태-현실태로서의 잠재성에 더 가깝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진중권의 미네르바관련글을 인용하다가 다소 먼 길을 돌아온 셈입니다만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와 봅시다. 진중권은 온라인 상에서의 정체성은 다수일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특정 주체의 정체성이 가지는 복수성은 온라인 상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원래부터 그것이 다양한 잠재태의 일부에 지나지 않음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따라서 미네르바 혹은 우리가 온라인에서 행한 "인터넷 가면무도회"는 온라인만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살고있는 현실 자체가 바로 원래부터 "가면 무도회"인 것은 아닐까요? 

" 미네르바"라는 가면은 우리가 현실화시킬수있는 우리안의 잠재성의 일부일 따름입니다. 그런데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이러한 잠재성을 자신들의 권력에 공고화하는 과정에서의 걸림돌로 간주하였고 제거 대상으로 호명한 결과가 지금의 미네르바 구속사건인 셈입니다. 이는 단지 미네르바 한 개인의 잠재성/현실성을 억압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들 자신이 가진 다양한 잠재성 그자체를 억압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러한 다양한 잠재성으로서의 주체를 억압하는 현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될 일은 무엇일까요? 프로이트는 무의식은 억압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단지 표면적으로만 사라질 뿐이지 언젠가 그 억압된 것은 다시금 회귀한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억압받고 있는 우리의 잠재성은 억압에 의해 영원히 제거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저들에 의해 지연되고 검열될 뿐이지요. 우리가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또다른 잠재적 우주는 지금도 어디선가 현실태로 존재합니다.  단지 그것은 아직 우리의 현실태와 결합하지 않았을 따름이지요. 그러나 세계는 항상 변화합니다.  잠재태은 어느 순간 현실태로 변화하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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