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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그 모든 파도를 나의 바다라고 부를 순 없어요.

작성일
09-07-21 02:54
글쓴이
퍼스나콘 울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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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단계
시간별 역순 댓글

세월에 밀려나 보내지 못한 편지.


1
당신에게 쓰는 거라구. 알지?
구지 이름을 부를 필요는 없겠지만 혹시나 귀를 잘라 준 또 다른 그로 착각할 까 봐.
쉽게 당신에게 품을 내어주는 그에게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읽어 두는 게 좋을거야.
아주 짧은 이야기가 될테니까.

신화

당신 가슴에 남은 나는 이제 신화가 되어 더 이상 현실이 될 수 없는 또 다른 전설이 되고 말아. 그것 또한 당신이 원해서, 당신이 원하는 색깔로 채색되어, 당신이 원하는 이름표를 달고, 당신의 책꽂이에 고이 간직되어 당신이 원하는 때에 빼어 볼 수 있게. 그렇게 편리하게. 난 당신의 신화가 되었지. 전설이 된 아이리스에겐 그 흔한 별도 주어지지 않아.

글이 쓰고 싶어졌어. 당신에게.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하는데. 고함 지르며 울음을 토해내는 당신이 가여워지더군. 이미 아이리스가 아닌 나를 숨기고 곱게 채색하려는 당신이 불쌍해 보였지. 시집이 가고 싶다는 당신에게 가 줄 수 없어 미안했었거든. 당신이 있는 곳 모퉁이에 서 있으면서도 당신을 만나러 가지 않은 내가 이젠 사랑도 슬픔도 아쉬움도 아닌 당신에게 뭔가 해 줘야 할 것 같아서. 지금은 또 어떤 신화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을 당신에게 잠시 옛 흔적을 떠올려 주려 한다면 안되는 건가? 아니지? 상관없지. 내가 모르는 당신의 그가 사정의 순간을 느끼며 당신을 안고 매달릴 때 잠시 딴 생각을 하는 이유가 될지도 모르는데, 뭘. 당신은 오히려 그걸 즐기수도 있잖아? 이별의 시기,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또 얼마나 웃었던지, 당신은 항상 나를 즐겁게 해.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지. 요즘 이상하게 들떠있는거 같아.

잠시 머무는 동안만이야. 이 달거리가 끝나면 나도 날아가 버리고 없을테야. 당신이 내게 잘라 준 귀도 태울거거든. 이 계절이 지나가면 말이야..

2
이제는 더 이상 당신의 내가 아닌 모습으로 여전히 당신의 글들을 읽고 있는 나를 보면 참으로 죄스러울 때가 많아.. 진실로 진실로 참을성이 없는 내가 이다지도 오래 온전하게 당신을 떠나 있는 걸 보면 나는 여전히 당신이 두려운 게 틀림없어. 가끔씩 지나간 남자들을 하나 둘 세어가며 그 속에 남아있는 아이리스의 향기가 그리운 당신은 여전히 향기가 없는 아이리스를 만나보지 못한 장님. 내가 원한 건 너의 그 추억 속에 남자가 아니었지. 제일 마지막으로 바랬던 것도 내가 지저분한 글 들속에 파 묻혀 그 때 그 남자로 불려지거나 당신 추억들의 유치한 소재가 되는 거였어. 남겨지고 싶지 않은 내가 남겨지는 것도 내가 너에게 지은 죄 때문이라는 걸 알아. 그래서 당신에게 그 흔한 소식을 전하지도 못해. 이제 그만했으면. 나는 사랑하고 싶어졌거든. 나는 앞으로 맞닥뜨릴 미지의 그녀가 두렵지 않더군. 그녀가 나를 잡아 내 몸에 난 상처들을 하나 하나 핥아줄 걸 나는 알고 있거든. 우리 모두에게 알맞은 때가 오면 말이야.

당신을 떠나고 한동안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게 되었어. 내 머리는 텅 비었고 내 손가락들은 말을 듣지 않아. 내가 행복해 졌다는 말이야, 그건. 아직도 안에 남은 빈센트의 광기로 가위를 버릴 순 없지만 그 여자가 내 옆에 있는 한 그 서랍을 열지 않을 작정이야. 그 사람은 나와 함께 나의 빈센트도 함께 사랑해. 우리 둘 모두를 사랑하는 거야. 당신이 날 그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아니지. 그게 내가 당신을 놓아준 이유야. 당신은 예수를 방 안에 가둔채 문을 꼭꼭 걸어 잠궈 버린 걸. 그건 알고 있겠지.

죄가 많은 나는 다만 그녀의 은총을 바랄 뿐이야. 아이리스를 용서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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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 여름. 저물어가는 저녁을 뒤로하고 서로 낯선 표정으로 다시 한번 마주했던 날. 

그대로 멈춰 서 있는 남자와 달리

여자는 안과 밖으로 성장해있었다.

변함없이 종잡을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지만 언제 봐도 근사한 여자다.
 
김빠진 맥주처럼 밋밋하고 별다른 감회 없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던 여자의 얼굴은 차라리 다행이었는지도.만약 남자를 바라보는 여자의 표정에 어떠한 감정이 아직 남아있었던들.
 
사실은 그렇다고 했을지라도.
 
이제 와서 어찌할건가. 무얼 할 수 있겠는가.
 
주말이면 필드에 나가 그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골프를 치러 다닐 정도로 안정된 경제력을 지닌 여자의 남편.
가볍지만 않은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여자의 딸아이.

일에 지쳐 허겁지겁 매일의 일상이 삭막해져 가다 보면
은연중 인간의 상실이 어떤 것인지 차츰 명확해질 때가 자주 있는 남자.
물론 몸이 힘든 만큼 마음도 강팍해지는 현상을 어쩌지 못한 채
월급날만을 기다리며 등짐 같은 일상을 되풀이하는 남자.

나를 떠나고 살아왔던 사연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딸의 건강에 대한 그녀의 불안함을 다독일 수 있었건만 대화의 말미, 너와 나의 만남은 오늘로 끝이겠지. 라는 말을
남자는 그녀와 자신에게 분명한 목소리로 새삼 상기시켰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을 침착한 표정과 쓸데없는 무게로 위장한 채 여자를 대했던 이유는.
그렇게 해서라도 그 사람에게만큼은 더욱 당당하고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이유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그러는 것이 적어도 내 여자였던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남자는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남자의 돌아서는 발걸음이 끝내 무거웠던 것은 결국 지금의 답답하고 어두운 모습을 내비치고만 자신이 원망스럽기 때문이었다.
 
내 안에 있었을 땐 상상도 못했을 여자의 서운할 정도로 따끔하고 냉정한 질책, 당당함에 남자는 부끄러웠고, 자신과 떨어져 있던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한 치의 흔들림 없고 바르게 살아온 듯한 모습과,  모든 것에 자신이 있고 여유로운, 그렇게 커버린 그녀가 고맙고 대견해 보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움츠러들게 하는 고약한 기분은 남자에게 고문 그 자체였다.

1시간이 넘는 대화의 시간을 뒤로하고

헤어지기 전 손을 내밀며 그녀가 말했다.
 
'요즘 다시 담배 펴요?'

그녀가 나에게 귀에 익지 않은 존댓말을 했다.
 
내게서 담배 냄새가 난다는 걸 깨달았다.

'얼굴도 하얗고 잠은 제대로 자요?'
 
순간 내 피부가 창백하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그때, 잊고 지냈던 것이다. 온몸에 가시처럼 박혀 본질처럼 고착되어 가는 것에 대해 분명히 잊고 있었다. 나의 요즘을 모두 그녀 덕분에 인지할 수 있었다.
 
다른 따뜻한 말을 할 수도 있었는데.

모든것을 초월한 수행자처럼 내뱉고 말았다.
 
'괜찮아'
 
내 여자가 다시 물었다.
 
'잘 지내는 거 맞아요?'
 
난 말했다.
 
'너가 걱정해준 덕분에'
 
아, 다시는 볼 수 없는 내 여자가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보이며 또 말했다.
 
'아니 걱정 안 했는데요'

그런 여자를 천천히 눈길 한번 주는 것이 고작인 남자는 궁금했다.

여자는 잠시나마 후회했을까. 만약에, 어쩌면, 걱정하지 않은 대신 보고 싶었다고 그리웠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을까.
 
헤어지는 순간 그녀의 눈에 담배냄새와 수척한 얼굴만 보인 건 조금은 애석한 일이었다.
 
이왕이면 나의 그리움이 담긴 내재율을 그녀에게 읽혔더라면.
한 번쯤 그녀를 다시 안아보고 싶었던 속내마저 읽혔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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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이었던 여자는 자주 속병에 힘겨워했다.
미련스럽게 무리를 자주해서 그랬다. 늘 챙겨주고 싶었지만, 남자의 신분은 학생이었던 탓에 그런 자신의 마음을 다 따라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결혼도 생각해 보았지만 남자는 청혼하려는 마음이 있었지만 두려웠다. 사랑과 결혼은 다르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기 때문이다.

바람이 사납게도 몰아치던 날. 그날도 속병이 나서 많이 아프다는 여자의 연락을 받고 남자는 바로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렇데 더딜 수 없던 지하철. 여자의 상태가 걱정되어 체크를 하면 통화를 하다 여자가 더 아파할 것 같아서 애써 참아야했던 전화. 그냥 최대한 빨리 달렸다. 무작정 달렸다.
그때 남자를 제외한 주변의 모든 것들은 멈춰 있었고, 세상으로 나있는 모든 길은 남자가 여자에게 달려가기 위한 길이었으며, 세상에 주어진 모든 시간은 오직 여자를 사랑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었다. 그렇게 오직 여자만을 생각하면서 남자는 그녀에게 당도했다. 여자는 남자의 예상대로 혼자서 끙끙 앓고 있었다. 왜 그렇게 생겼니. 왜 그렇게 자주 아프고 약했는지. 허겁지겁 도착한 남자는 막상 뭘 먼저 해야 할지 몰라 하다가 우선은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남자는 엉성한 손놀림으로 만든 콩나물죽을 먹이고 나서야 여자의 머리를 무릎에 뉘인 채 벽에 기대어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여자가 멍하니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너와 같이 살고 싶어'

고요하기만 했던 둘만의 공간을 통째로 덮어버린 여자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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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 여자는 남자 옆에 없다.

얼마간의 시간 지나고 그녀는 자신에게 그런대로 적당하고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이 만족할만한 중년남자와의 결혼을 통보해왔다.
우리는 얼마 후 이별했다.
사랑의 온기로 탄생한 콩나물죽도 현실의 온도엔 식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항상 그 사람과의 헤어짐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은 그로인한 충격을 줄이려고 했던것 같다. 내 예전에 대해 대견해 하고 앞선 내 대처에 대해 정당화시키고 그래서 스스로에 대한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작용했는지 모른다.
후일에 느껴야 할 비참한 마음에 대한 사전 대비 같은 것.
'충분히 예상했던 일' 일이니까. '언젠가 찾아올 시간' 이라 여기는 자기 위안.
그리고 그 최면에서 풀리고 나서야 남자는 알게 되었다.
약해 보일 때만 내 것 같았는지도 몰랐다고.
그래서 내 방법대로 보호해주고 안쓰러워하고 한겨울 산기슭에 따스한 한줄기 햇빛이 되고자 했다고. 그리하여 나도 같이 따뜻해지는 것.
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존재.
나에게 기대어와도 어색하지 않은 존재.
그런 의미가 되고 싶었고 조금 자신도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정작 누군가 힘에 겨워 기대려 할때 나는 자신도 서 있기 힘들다는 이유로 회피해버렸는지도 모른다. 서로를 위한 최선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힘들어하면서도 한편으론 다가올 시간을 예상했던 일로 만드는 또 다른 최면을. 준비하는가. 나는.
 
불안하지만 길들여진 것, 갈등과 결단,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사랑하면 안 되는것을 사랑하는 것. 잘 통하는 것도 많지만, 전혀 통하지 않는 것도 있는 것. 잘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이런 것들이 나와 그녀가 함께했던 시간 동안 비추어진 모습이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남자는 아직도 외롭거나 쓸쓸한 날이면 여전히 그때 여자를 위해 콩나물 죽이 생각난다. 앞으로의 남자의 삶에 누군가를 그토록 사랑할 수 있는 날이 다시 올 수 있을까라는 아쉬움과 함께 그때의 추억이 간절하게 떠오르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알고 있다. 아무리 뒤돌아봐도 이제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남자와 여자의 거리는 이미 많은 시간에 가리워져 어두워졌으니.
그럼에도 남자는 간혹 미처 못다 한 불을 밝혀 여자의 등대가 되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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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쩍새 울다

저 새는 어제의 인연을 못 잊어 우는 거다
아니다. 새들은 새 만남을 위해 운다
우리 이렇게 살다가, 누구 하나 먼저 가면 잊자고
서둘러 잊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아니다 아니다
중년 내외 두런두런 속말 주고 받던 호숫가 외딴 오두막
조팝나무 흰 등 넌지시 조선문 창호지 밝히던 밤
잊는다 소쩍 못 잊는다 소소쩍 문풍지 떨던 밤

이면우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잊음은 이면우의 시처럼 의지대로 하기 어려운 면이 많은가 보다.
그러니 잊혀지는 일은 더욱 조절할 수 없는 일이며 그만큼 불투명하겠지.
누군가에게 잊혀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는 일은 과연.
기쁨, 어쩌면 슬픔 그 자체일 수도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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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기 전, 그녀에게 다가가 말하고 싶었다.

"같이 살고 싶다"는 그 말이 고마웠다고.

사랑은, 스러져 가는 집을 보면서도, 망설이면서도 기어히 그 안으로 향하는 발자국.
그 걸음을 내딛지 못해 미안했다고.


어느 라디오 채널을 통해 사랑에 관한 담론을 나누던 도중 한 출연자가 이렇게 소리친다.

"사랑하니까 보내준다는 말은 헛소리에요."

헛소리의 힘을 깨닫는 일은 무척이나 쓰디쓴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 헛소리의 밑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감추어져 있다면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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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늘어놓았던 그의 많은 말들은 결국

'나는 그녀의 비밀로 남고 싶다' 라는 한문장으로 내 머릿속에 정리 되었다.'


굳건한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는 내내.

사실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

내가 없어서 더 행복해질 그녀의 인생을 바라며
나만의 추억으로 남겨두는 것도 좋지만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면 곁에 둬야 해.
염치없고 뻔뻔하고 이기적이어도 내가 할 수 있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녀에게 모두 들려줬어야해.
그랬다면 더는 오를 데 없어 보였던 사랑이 조금은 더 커지지 않았을까.
조금 더 좋아진 그 사람과 같이 서 있을수 있지 않을까. 사실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

서로를 그리는 사람들은 누구든
가슴 속 가득히 들어찰 만큼 거대하지 않고 또 망각 할 정도로 부족해 잊히지도 않을 그리움 한 아름 버리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립다고 말하면서도, 애처롭게 안달하지도 않는다.
다만, 가슴에 그 사람이라는 이름을 붙인 작은 달을 허공에 뛰어 올려 외면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사는 동안에 너와 나의 만남을 의심하지 않는 것은 서로 마주할 날을 참고 참아도 마주하지 않고는 시린 달 하나 녹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서로를 원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만나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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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전이 좋았다고 세상의 모든 믿음으로부터 모조리 버림받았다며 뒹굴던 한 남자.
자기의 삶이 빈틈없이 버림을 받았다며 스스로를 내려놓으려는 마음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항상 미소 짓던 얼굴이, 아직은 괜찮다고 호기롭게 내뱉던 그 자신감이, 하물며 이제부터 시작이라 생각하던 그 다짐마저도 전부 함몰하는 과정을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인정하기 시작했다면 이는 그에게 있어서 어느정도 추락이었을까.
그러나 중요한 존재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철저히 버림받았다는 그에게 건네고 싶었다.
물론 힘내라는 말로 그의 아픔을 함부로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그 상실의 끝에서 오기 한번 내 볼 것. 결국엔 잘 살아낼 거라고. 씨발끄,
그런 용기, 깡. 하나 둘쯤 기를 쓰고 건겨내기를. 거기에 반드시 희망도 더불어 따라올테니까.

그의 사랑의 상실에 따른 고통에 찬 토악질도 어디쯤인가 반드시 그치게 되리라 믿는다.
다만 그 때 그가 갖출 그리움의 자세를 격려 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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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맥주병 소주병 양주병을 목에 갖다 댄 채 목소리로 들려주는 바이올린 연주나
수염 덥수룩한 덩치 큰 외국인 친구 위에 걸터앉아 기타를 튕겨내는 음유시인놀이도 더이상 보기 힘들어지는거야?


그는 그 날 밤을 끝으로 머지않아 바람처럼 떠날 예정이다.
눈에 살짝 힘을 주고 가만히 그와의 기억, 그의 입장을 떠올려 보았다.
어쩌면 그는 친구인 내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마음이었겠구나.
 
그러하기에, 나는 그의 여정을 축복하는 수밖에 없다.

떠나는 그가 어느 날 기적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기다리기만 한 나에게 다시 돌아올수도.
내 어깻 죽지를 두드리며 웃는 얼굴로 미안하다. 반갑다며 눈앞에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만나지든 그렇지 못하든 기다림과 그리움은 그와 내 삶 저변에 다른 모양으로 함께 할 것이고
계속 이어지리라는 예감. 아니 분명한 사실이다.
살면서 겪은 절망과 희망이 계속해서 또 다른 희망이나 절망으로 변해온 것 처럼.


그를 보내는 순간, 모든 감정 꾹 눌러담은 미소로 작별하자.

다시 만나는 날 웃음으로 인사하기 위해.

언젠가는 다시 만나자.

언젠가. 꼭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어느 때에 우리가 다시 같은 길을 걷게 될지, 예감할 수 없지만 아마도 그와 나는 다시 어느 길목에선가 만나게 될 것이다. 왠지, 그럴 것 같다.

그런 믿음으로 보이않을지라도 가끔은 서로를 바라보며 살아가자.

그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간직하고 있을테니..

다만, 그리움에도 가끔 쉼이 찾아와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한밤 중에 깨거나 하는 일 없이. 그리움도 가끔 지칠 때가 있어.
그것이 너무 잦으면 그 그리움은 거짓이겠지만.
그러니 너무 오래 되진 않았으면. 이런 기분 금방 말라질까 두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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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찬찬히 떠올리니, 어울리지 않게 비장하고 슬펐던 그의 얼굴

오래되어 굳어버린 마른 안주 같았다. 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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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제외하고도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사람들을 틈틈이만났다.
어둑해진 하염없이 거리를 같이 걸으며, 친구들의 웃음소리와 친근한 기운에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했다.
좋은 걸 좋다고 말하는 일이 이제라도 부끄럽지 않게 된 건 내 인생에 있어서 정말 잘 된 일이다.
친구가 사는 동네의 풍경을 구경하고 새벽 공기 내음를 맡았다.
때때로 아니, 행복은 욕망보다 애정에서 더 한 크기로 비롯된다.
친구들의 농담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애틋한 기운은 내 주위에 항상 상주하는 미세한 우울함과 고독감 따위를 가볍게 날려보내준다. 사는 게 분명 마음먹은대로 되진 않는다지만. 이런 고맙고 즐거운 순간이 있어 내 삶은 썩 괜찮지 않을까.


자기 안에 무언가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은
눈물이 날 정도로 외롭거나 아니면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하지.

이 더운 계절에 아랑곳하지않고 조금 더 따스해지고 싶다.

나에게로 들어오는 모든 것들 모두 품어낸 온기로.

설사 모르는 사이 내게서 빠져나가 내 가슴, 나를 떠나간 이들의 발자욱 투성인채로 남겨질지라도 
품어낸 것들 인해 죽도록 아프고 죽도록 행복하게 살아가리다.

한 세상 살아가는 동안 얼룩지어졌지만 꼬숩은 냄새나는 이야기가 배여있는 내 마음의 그림
한 점 두 점 펼쳐 보고 웃음 짓는 삶을 살아보겠노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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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애인은 모두 옛 애인이지요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 애인이지요.
나의 가슴에 성호를 긋던 바람도 스치고 지나가면 그뿐.
하늘의 구름을 나의 애인이라 부를 순 없어요.
맥주를 마시며 고백한 사랑은 텅빈 맥주잔 속에 갇혀 뒹굴고,
깃발속에 써 놓은 사랑은 펄럭이는 깃발속에서만 유효할 뿐이지요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 애인이지요.
복잡한 거리가 행인을 비우듯,
그대는 내 가슴의 한복판을 스치고 지나간 무례한 길손이었을 뿐,
기억의 통로에 버려진 이름들을 사랑이라고 부를 순 없어요.
지나가는 모든 것과 다가오는 그 모든 파도를 나의 바다라고 부를 순 없어요.
이세상 애인은 모두가 옛 애인이지요.
맥주를 마시고 잔디밭을 더럽히며 빨리 혹은 좀 더 늦게 떠나갈 뿐이지요.
이세상에 영원한 애인이란 없어요.
이 세상 애인은 모두가 옛 애인이지요.

박정대, "이 세상 애인은 모두 옛 애인이지요."


" ... 다가오는 그 모든 파도를 나의 바다라고 부를 순 없어요. "

" ... 다가오는 그 모든 파도를 나의 바다라고 부를 순 없어요. "

" ... 다가오는 그 모든 파도를 나의 바다라고 부를 순 없어요. "





[이 게시물은 [울므]영계소문님에 의해 2009-07-21 11:46:30 불펜 게시판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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