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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욕망과 좌파의 윤리(2)

작성일
09-09-23 01:46
글쓴이
퍼스나콘 punkro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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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제가 말했던 논의를 좀더 보충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좌파라고 특정 단체나 인물을 규정할 때 그들이 가정하는 대안적 사회는
구사회주의의 재건은 물론 아니라는 것은 다들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구사회주의의 실패를 극복하고 보다 나은 대안을 생각해 보아야 하는데
구사회주의국가에서 가장 큰 문제였던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소련이나 구사회주의 국가의 실험이 실패로 귀결되고 그 국가의 인민들이 오히려 자본주의사회를 동경했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자본주의사회의 상대적인 '물질적 풍요'입니다.

  구사회주의국가에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풍부하게 생산되는 소비재를 생산해 낼 수가 없었지요. 여기서 소비재는 의식주와 관련된 모든 것이라고 칩시다. 제가 예로든 페라리를 포함해서 말이지요.

  자동차 이야기가 나와서 말해보자면 소련시절 국영자동차회사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품질은 서구의 그것에 비해 매우 조악했습니다. 제품도 다양하지 못했고요. 이유는 자동차생산을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와 감성에 기반할 필요가 없었고 또 다른 회사와 경쟁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다만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양만큼 일정량만 생산해 내면 되었을 따름입니다. 때문에 자본주의경제의 기업들처럼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그들의 요구에 신경을 쓸 필요도 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지요.

 이러한 위로부터의 획일화된 소비재생산시스템은 결국 소비재의 부족과 열악함으로 이어집니다. 배급받으려는 사람들의 줄만 길어져 갔을 뿐이지요. 북한의 경우 아예 식량조차 자급하지 못하여 기아선상에서 헤멜 정도로 생산성이 하락하게 됩니다.

 이런 문제가 생기게 된 일차적 원인은 무엇보다도 소비자의 다양한 필요와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는 획일화된 계획경제 때문이라고 봐야 합니다. 구사회주의 국가에서 이러한 계획경제를 사회주의의 근간이라고 본 것은 자본주의적 계급착취를 근절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화폐를 기반으로 한 시장경제를 부정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인 것이지요.

 그러나 과연 사회주의적 경제가 시장경제의 부정이어야만 할까요?

 맑스는 <자본론>에서 상품을 교환가치와 사용가치로 구분합니다. 자본주의사회는 사용가치가 화폐로 표현되는 교환가치로 표상되면서 물신화된다고 합니다. 소위 ‘상품의 물신성’이 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가 상품물신성을 이야기 했을때 상품이 가진 사용가치 전반을 부정했던 것은 아닙니다. 상품의 다양성이 사용가치의 다양성으로 현현되는 것이라면 상품이 자본주의적 교환과정을 거쳐 잉여가치 혹은 이윤의 초과착취를 위한 수단으로서 기능하지 않는 한 그런 한에서의 상품의 사용가치는 긍정해야만 하는 것이지요.

 가령 100가지 종류의 사용가치를 가진 제품들을 선택할 수 있는 경제와 10가지 종류의 사용가치를 가진 제품들을 생산하는 경제 중 어느 것이 소비자를 더 많이 만족시킬 수있는가하는 것은 자명하겠지요.

 또 한가지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부분은 100가지 상품을 생산해 내는 경제를 불필요한 '과잉'이다라고 섯불리 이야기해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어떤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요구하고 소비하는가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개개인의 소비성향과 조건에 따라서 다양한 상품이 제공된다라는 것은 해당 경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왜냐하면 바로 그 차이가 오늘날의 자본주의의 성공과 구사회주의의 실패의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물론 100가지 상품을 생산해봤자 모든 사람이 100가지 상품을 소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는 반론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경제"입니다. 근대경제학적 용어로 이야기하자면 경제는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까하는 문제이므로 말이지요. 어떤 사람은 돈이 많아 페라리를 소유할 수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뚜벅이로 걸어다녀야 합니다. 만약 뚜벅이로 걸어다닐 수밖에 없는 경제여건을 가진 사람이 페라리를 소유하고 싶어서 페라리를 손쉽게 획득할 수 있으면 그게 더 좋은 사회이겠지만 페라리의 생산은 자전거 만드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요. 다수의 사람들이 다이아몬드반지를 원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이아반지를 가질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희소하기 때문이지요. 그것이 경제입니다. 사회주의 경제에서도 여전히 경제는 작동합니다. 공산주의적 유토피아에서처럼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소비하는 환경은 아마도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자원은 한정되어있고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기 때문이지요.

 구좌파가 간과했던 것이 바로 이 경제라는 딜레마였던 것이지요. 그들은 자본주의적인 소비를 단순히 과잉과 불균형으로만 여기고 국가에 의해서 획일적으로 통제된 경제를 시행하면 모든 사람들이 부족함이 없이 생활하리라 생각했지만 이러한 계획경제는 경제문제를 경제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계획으로 해소하려고 했기에 실패로 돌아갔던 것입니다. 애초부터 상품 생산의 완벽한 조절이라는 것은 통제할 수 없는 다수의 상품소비자가 존재하는 한 불가능한 것인데 이것을 인위적으로 계획하고 통제하려던 끝에 파산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때문에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자본주의에서 장점을 수용하고 단점을 극복한다고 했을때 우리가 수용해야 하는 것은 ‘시장경제’입니다. 다수의 소비자와 다수의 생산자가 시장이라는 공공의 장소에서 자신의 의도와 목표를 최대한 달성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수용해야할 자본주의의 장점인 것이지요. 아담스미스가 이야기했던 ‘완전경쟁시장’은 결코 사회주의적인 경제와 배치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공정한 경쟁을 전제로 하는 한 말이지요.

 자본주의의 문제점은 상품물신성에 기반한 화폐경제입니다. 상품을 교환가치로 치환하여 잉여가치 수탈을 통한 자본의 축적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제인 것이지요. 따라서 이러한 착취와 자본축적의 고리를 끊고 상품을 보다 순수한 형태의 상품으로 되돌려 놓기, 그래서 이것을 가능한 한 다양한 소비자에게 분배될 수 있도록 생산력을 극대화시키는 것, 이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될 대안적 사회 혹은 경제의 모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따라서 다시 말하지만 좌파라고 해서 페라리를 욕망하고 루이비통 가방을 소유하고 싶어하지 말아야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보다 멋진 자동차 보다 멋진 가방을 들고 다니고픈 욕망을 가지고 있으며 또 그 욕망이 비윤리인 것도 아닙니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욕구와 욕망을 획일적으로 통제하고 억압하려는 것이 오히려 비윤리인 것이지요.

 인간의 욕망은 흔히 무한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절제의 미덕이 필요로한 경우도 있지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들 각자가 주어진 여건과 환경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여기에 좌파니까 자전거 타고 다녀야 돼. 좌파니까 환경친화적 제품을 사용해야돼. 라고 간섭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로하겠습니다만 일반화될수있는 강제로서는 곤란하다는 것이지요.

 개인들 각자가 자유롭게 꿈꾸고 자유롭게 상상하는 것..이것이야 말로 보다 나은 사회가 아니겠습니까? 다시한번 이야기하지만 자본주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사회는 공공성이라는 미명하에 개인의 자유와 욕망을 억압하는 그런 사회가 아닙니다. 보다 나은 사회는 가능한한 많은 개인들의 이상을 실현시켜주는 사회인 것이지요. 환경보호를 위해 제3세계의 노동착취를 근절시키기 위해 선택적인 소비를 개인적으로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자본주의자체를 해체시킬 수는 없는 것이지요. 자본주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작동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해서 불가피하게 자본주의체제 내에서 경제활동을 영위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과 단절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자본주의의 임계점을 뛰어넘는 총체적 변혁을 요구하는 것으로 이루어져야지 개개인의 자유와 욕망을 제한하는 것으로 시작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비록 그것이 자본주의에 의해 재생산된 욕망이라고 하더라도요. 자본주의적 상품물신성을 지양하는 것이 개개인의 소비의 선택을 가로막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게시물은 ▶◀ dr.레인님에 의해 2009-10-13 13:05:59 불펜 게시판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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