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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취인불매] 문학 소년이여. 가볍게 혹은 무겁게.

작성일
09-11-29 13:20
글쓴이
퍼스나콘 울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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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거의 닿지 않았던 강남.  덕분에 강남 친구들은 볼 수가 없고  늘 그저 전화 한 통화로 끝내지. 이거 편애하는 건가, 사는 게 아닌가. 이상하지?  물 좋다가도 들여다보면 좋지만은 않은 그곳엘 왜 그리 진출하지 못하는지. 게으른 탓이겠지. 주말, 한 날. 모임 하나 초대된 덕분에 압구정역까지 전철을 타고 다녀왔지.아., 물론 3호선을 타니 한번에 가더군. 예전이나. 나이가 들었을때나  그런 것도 슬슬 따지게 되는건 마찬가지야. 갈아타는지 그냥 한방에 가는지. 오고 가는 길 내내 제법 일찌감치 앉을 수 있었어. 붐비지도 않고 그래서 난 한산한 전철이 참 편안하더라. 한산한.


갈 때는 노인석에. 올 때는 일반석에 앉았어. 노인석에 앉은 게 미안하냐구? 누군가 그러더군. 비워 두더라도 거긴 앉지 말라고.  그냥 앉았어.  다리도 그날따라 신통치 않은 상태였지만, 노인이 오시면 일어나야 한다는 거야 말할 필요없는 기본인데 굳이 있는 자리 서서 갈 필요 있을까 싶었어.  아무렴 내가 그런 양식도 없을라고. 빈 자리를 바라보며 효에 대해 더 깨닫는 건 아니겠지.

오늘은 어딜가든 창 밖을 거의 쳐다보지 않을지도. 왜냐고?  책 하나 들고 간 걸 읽느라고. 기껏 들고 나간 책이 문학에 관한 잡지였네. 폼재기는. 니가 문학을 아나.?  이런 말 하려고 하지. 나도 알아. 그러니 어째 폼이라도 재다 엎어지는 날에 뭐 하나 건져질지.

'정지용 시어의 다양성과 통계적 특성'

제목은 이랬지.

탄탄한 글들이 책의 첫페이지부터 눈길을 끌더니 슬슬 쉽게 읽혀지는 글이 아닌 이 틀별기고 앞에서는 잠깐 멈춰 섰어. 좀 긴 분량이다 가늠하니 지루해지려고 하면서 건너뛸까도 생각했지.

 정 지용 시인. 테너 박인수와 가수 이동원이 부르던 ' 향수', 그 시를 지은 분. 그 시는 차분히 읽어보려 해도 왜 자꾸 노래로 흥얼거려지는지. 씨익. 가신 지 100년이 되는 해 즈음 여러 행사와 더불어 재조명 차원으로 올린 글같았어. 세월의 저편에 이미 빛나는 별이 된 시인들을 보면 모두가 한결같이 참 대단해. 그들의  삶이 대체로 아프고 힘겨웠음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가늠해 드리기조차 부족한  더 큰, 세월의 시련과 역경을 견뎌내며 그 속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시를 빚어낸 걸 보면 말이야.  '승화'라는 단어가 떠오르더군.

오늘도 무지와 얕은 정서로 책을 뒤적이며 글줄을 찬찬히 짚어볼려고. 부끄러워도 어떡하나.
이정도 밖에 되지 않은 나인 걸. 시인이 지닌 개성적 감성을 통해 삭히고 묵혀져 나온 것들이 발견되고. 이제야  그 아름다운 한 편의 시 앞에 내가 서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쁨인 거지. 더불어 그때의 그 수고로움의 흔적까지 치하해 드릴 수 있으면야. 더 바랄 거 없잖아.

어제 전철에서 글을 읽는 동안 내내 감탄했는데. 정지용, 그도 역시 참 대단한 시인이더라. '적확한 감정 표현을 위해 모국어를 갈고 닦은 정지용의 성취를 확인' 한다는 부제에서 이미 간파되지만.  그의 시를 보면 난해함을 즐기면서도 속엣것들에 신체적인 표현 용어를 덮어 맛있게 하는 거야. 시어를 참 다양하게 만들어 쓴 까닭에, 익숙하고도 정겨우며 매우 사실적이고 살아 생동하는 그런 느낌이 들게 해. 또 우리 고유의 언어를 찾아내 다듬고 또 단어 하나 하나를 고민하고 연구하며.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이는 시어들이 넘쳐 흘렀지.

흔하고 습관적인 시인의 해석에서 벗어나 모처럼 시가 만들어진 환경과 주변에 관한 연구보다는 그 시인의 시어 자체의 종류와 쓰임과 맛에 대해 통계적 수치까지 뽑아내며 참 세밀하고 깐깐히 연구를 함으로써 정지용 시에 관한 새롭고 정확한 이해를 유도했던 최동호 교수의 글은 제법 되는 분량임에도 지루하지 않고 끄덕이며 흐믓하게 읽게 했어. 조금 전문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내내 꼼꼼히 본다고 봤지. 그 덕분에 전철을 타고 나서 다시 고개 드니 그땐 마침 내릴 때더라고.  

멀었구나 아직. 한참을 더 읽어야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 그 생각을 한 게 더 뿌듯했는지도 모르겠다. 내 단점과 모자람을 스스로 발견해 내는 일이. 그런 길잡이가 되어주는 인물을 찾아내는 것이 요즘은 정말 좋아.

그렇게 열심히 잘 찾아내고 연구하는 태도. 때이른 학생적 배움의 자세라고 해야할지. 프로들의 연구적 자세랄지. 글 쓴 사람의 성실함도 같이 누렸어. 적어도 그 정도의 열의로 무엇인가에 매달려볼 때 학문을. 문학을 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겠지.
 
 그동안 내가 넘기던 책장은 참 얄팍한 소리를 낸 것같아 부끄럽기도 했다. 그 부끄러움을 걷어내기 위한 시간들이 제법 걸릴 것같으니. 아니 요원해지기까지 하니 어쩌면 좋을까. 이렇게 내가 무지했었나. 하지만 다행이야. 오늘 그 무지 한꺼풀 벗겨낼 수 있으리란 의욕이 일발 장전 되었으니 말이야. 하루에 한 가지씩만 자신의 부족함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러면 참 좋겠어. 책의 절반쯤을 넘기며 남은 글들을 읽을 생각에 즐거워. 오늘도 차 한 잔 앞에 두고 좋은 글 속에서 배움과 깨달음과. 그것도 아니면 그저 느낌만으로도 충만한 하루가 되고 싶거든.

나중에 때가 되면 마주앉아서 내가 읽은 이 글과 사람과 언어라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기로 해. 정지용의 시 몇편도 같이 읽어보자구. 요즘은 긴 호흡으로 글을 읽고 쓰기 위해 조금씩 노력도 하는 중이야. 능력에서 자꾸 걸리긴 하지만 말이지.
물론. 내 앞에 앉아 술에 쩔어. 지금 흥얼거리는 이 여자처럼 낭독을 해보인다면 감동에 못이겨 당장에 화장실 가장 으슥한곳으로 숨어들테니까. 알아둬. 제자리로 돌아온 나에게 퍼붇는 당신의 야유조차도 사랑스러울거야.

.

그리고 오늘 하루의 말미를 내어 어쩔수없이 맺어진. 그래서 도리없이 사랑해야만하는 그와 그녀에게 돈을 속일거야. 비열하고 가장 에고이스틱한 욕망의 기층. 그걸 가지고 뭘 하겠느냐고? 기껏해야 어느 멋진 일을 해서 그들을 놀래키고자 하는 치기일 뿐인데.
그래도 속주머니에 차는 이 마음의 계략은 집요하고 풍족해. 거기에 나의 비밀이 있어.

매번 안 믿어지지만 또 겨울은 오고야 말았고.
맥주 한컵에 오롯이 취한 내 거동을 마땅치 않게 하는 망할 비가 내려.
그리고 계절이 바뀔 때 마다 우리는 다른 존재가 되어가는것만 같고. 여름의 연인은 다른 사람이 되어 겨울과 함께 당신과 나의 창밖에 서성이고 있어.

당신은 요즘 어떤 일에서 즐거움을 느껴? 무엇에서 사는 맛을 느끼며 지내는지? 
위로가 필요해? 질투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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