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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

작성일
09-12-01 21:57
글쓴이
퍼스나콘 허영이스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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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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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회사에서 썼는데, 아까 베팍에는 올려지지가 않더라구요. 왜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싶어, 뒤늦게나마 올려 공유합니다. ^^;

얼마 전에 한겨레 21의 칼럼으로, sbs 에서 하는 'sos...' pd의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글의 요지는, 

노예처럼 살아가는 한 사람이 의외로 그 상황을 '합리화'하고 언젠가는 가해자가 큰 보상을 해줄거라 '막연히'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얼핏 이해가 안갈 이 상황은, 그런 비슷한 상황의 모든 이들에게서 종종 보이는 모습이고, 이러한 모습은 결국 자기 스스로 그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나서야 벗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묻더군요. '우리는 과연 그 노예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과 다른가?' 고 말이죠.


지금의 삶을, '원래 삶이란 그런거야' 하며 낙천적으로 생각 하는 것이 꼭 나쁘지는 않지만, 그러한 사고가 자칫 '비합리적인 상황의 합리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저를 포함한 지금의 노동자들을 보자면, 너무나 큰 우려를 금할 길이 없습니다.

'넌 왜 그리 불만이 많냐?' 는 질책, '그렇게 불만이면 나가라'는 협박, '배가 불렀구만'이라는 비아냥 으로부터 자유로운 노조는 없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과연 노조라는 조직이, 작게 봐 노동자라는 존재가 그런 비난을 받아 마땅한 자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노동자는 원래 약자입니다. 피고용자의 위치로 고용자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노동자들의 연대임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학습했고, 그 학습의 결과가 지금의 노동조합이라는 걸, 다시 노동자인 시민들은 망각하고 있습니다. 이 망각을 누가 조성하고 고조시키는지, 잘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질투의 함정이라고 할까요. a라는 사람이 나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데도 투쟁을 한다니, 이거야 말로 어불성설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a의 돈을 낮추어야 정의가 실현되는 것인냥, 비판과 비난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네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하향평준화는 여기서 발생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럴 때마다 좀 더 크게 볼 줄 아는 리더가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최근 제 회사 동료 하나가 대학 교직원으로 합격하여 회사를 관두게 되었습니다. 이 친구는 매우 똑똑하고, 열정이 있으며, 위트도 있는 인재입니다. 이 인재가- 생산성이 있는 사기업을 미련없이 떠나 학교 교직원을 택합니다. 

학교 교직원이 불필요한 직업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인재가 공무원이나 교직원 같은 안정성이 높은 직군을 주로 택하는 현실을 말씀드리고 싶어 이 말을 꺼내는 겁니다. 

그러나 또 노동자 탓을 합니다. 예전처럼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고, 안정적인 직업만 찾는 신세대적 행태를 아쉬워하며 혀를 끌끌 찹니다. 

그러나 이 사회적 현상을 조성한 것이 누구입니까? 개별 노동자들입니까? 

개별 노동자들은 누구보다도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뿐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자신의 시간을 활용할 수 있고, 안정적인 직군이야말로 가장 매력적이 아닐 수 없으니까요.

그럼 사회가, 기업이 고민을 해야 합니다. 더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한 고민을 하고, 더 나은 인재들이 바라마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인재들이 찾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건 나중에나(언제쯤인지 기약조차 없는) 할 수 있는 그야말로 남의 나라(선진국) 일일 뿐입니다.


장기적으로 보자면, 이러한 환경의 열악함은 생산성이 더 높아질 여력이 있는 사회를 되려 생산성이 낮아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경쟁만을 강조하는 사회는, 안정성이 없는 노동자들로 하여금 전문성을 떨어뜨리고, 소비에 인색하게 만듭니다. 소비의 위축은 또 다시 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지겠죠. 우리나라의 경우는 해외무역 의존도가 높아지는 쪽으로 가거나, 인위적인 부양책(4대강 살리기가 대표적이겠죠)이 대안으로 종종 사용됩니다.

이런 대안은, 그러나 한 편으로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고, 실제 대부분의 경우 후유증을 남깁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 후유증의 원인 파악을 한 적이 있기나 한 건가 싶을 정도로- 고민과 성찰이 없는 사회가 아닐까, 비관적이기만 합니다. 우리 사회의 리더들은 대부분 자신의 광을 팔기에 바쁠 뿐, 장기적인 비전을 고민하고 성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전문직종에 종사하시는 한 분께서 노동의 가치에 대한 글을 남기신 걸 보았습니다. 
저는 그 분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을 표합니다. 
부자 노동자들이 많아져야, 또 다른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될 수 있습니다. 배부른 노동자들을 나처럼 배곯게 만들어봐야 변화되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현 상황을 합리화하고 언젠가 큰 보상이 따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살아가기 보다는, 현재의 비합리적인 상황을 타파하고자 노력하고(혹은 타파하고자 노력하는 이를 지지하고), 당장 나의 노력에 걸맞는 보상을 받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변화는, 당연히 나의 성찰(깨달음)으로부터 비로소 시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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