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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의 도입부 기억나십니까?

작성일
09-12-13 22:39
글쓴이
퍼스나콘 알투디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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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렌티노 감독,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Inglourious Basterds, 2009, 미국)

올해 극장 개봉된 영화 중에 가장 재밌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쿠엔틴 타렌티노 감독의 열번째 영화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을 아쉽게도 저는 영화관에서는 놓쳤습니다.

결국 어둠의 루트를 통해서 이제야 영화를 봤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독특한 점은 역사를 소재로 영화화하되 타란티노적인 상상력으로 실재 역사를 전복시키는데 있습니다. 그것은 <로스트 메모리즈>나 <한반도>와 같은 대체 역사물과는 또 다른 것입니다.

시시껄렁한 교훈을 내세울려고 하지 않고 도발적 상상력으로 무한대의 재미를 추구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게 너무 좋더군요. 이 영화에도 수많은 인용들이 나옵니다. 독일 표현주의 시대의 영화 감독 파브스트(와 그의 영화 <피츠 팔루의 하얀 지옥>), 히틀러의 애인이며 영화 감독이었던 레니 리펜슈탈(과 <의지의 승리>), 괴벨스와 우파 영화사, 에밀 야닝스와 막스 린더, 앙리 조르주 끌루조의 <까마귀>...

여기에 인용되는 영화와 영화 음악에 대해 다 말씀드릴 수는 없고.. 오늘은 "1장 : 옛날 옛적 나치 점령하의 프랑스"에서 흥미로웠던 부분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먼저 The Brothers Four의 Green Leaves of Summer가 흐릅니다. 타렌티노가 특유의 구라를 펼치기 위해 분위기를 쫘악 깔아놓는 것이죠. 영화에 관심이 많은 분은 아시겠지만 이 음악은 존 웨인 주연의 <알라모>에서 작곡가 디미트리 티옴킨이 주제곡으로 사용한 곡입니다. <알라모>는 텍사스 독립을 위해 알라모 요새에서 싸우다 전사한 의용군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음악이 좀 의미심장한 건, <바스터즈>의 중반부에 독일 민족의 영웅으로 나오는 프레드릭이라는 청년이 러시아의 요새도시의 종탑에서 일당백으로 러시아군과 싸워 이긴 내용과도 유사합니다. 타렌티노가 직접적으로 의도하고 음악을 사용한 건지, 아니면 그냥 분위기만 띄울려고 사용한건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제게는 역사의 영웅이라는게 조작된 신화로서 남는다는 점에서 알라모 요새 일화와 러시아 요새 일화와 겹쳐지더군요. 또한 악명 높은 나치 장교 한스 란다가 역사 속의 영웅으로 이름을 남기고 싶어하는 모습도 같은 견지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화면이 밝아지면서 프랑스 작은 마을에 독일군 장교 한스 란다가 찾아옵니다. 라파디트라는 농부가 유태인을 숨기고 있다는 냄새를 맡고 병사들을 이끌고 친히 방문한거지요.
이때 한스 란다 일행의 차를 먼저 발견하는 것은 라파디트의 딸입니다. 빨래를 널다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빨래를 살짝 걷습니다. 그러자 멀리 군용차가 먼지를 날리며 오는 것이 화면에 들어오지요. 여기서 타렌티노가 빨래를 걷는 손과 음악의 싱크를 얼마나 기가 막히게 맞췄는지를 보시면 재미있습니다. 이 때 흐르는 음악은 세르지오 솔리마 감독의 1966년작 <빅 건 다운>의 주제곡 The Verdict로 엔니오 모리코네가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편곡하여 플라밍고 풍으로 바꿔놓은게 특징입니다.


자.. 여기까지는 왠만큼 음악에 식견이 있는 감독이면 영상에다 사운드를 붙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독일 장교 한스 란다와 유태인을 숨기고 있다고 의심 받은 농부 라파디트가 실내로 장소를 옮기고 난 뒤의 문제입니다.

여기서 한스 란다 역을 맡은 크리스토퍼 왈츠의 정말 밉살스럽고 여우 같은 연기가 펼쳐집니다. 토끼 사냥을 하듯 서서히 몰아붙이는 심리전을 펼지는 것이죠(크리스토퍼 왈츠는 이 연기로 올해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합니다).




두 사람은 프랑스어로 시작을 해서 영어로 대화를 나눕니다. 마루바닥에 숨어 있는 유태인들은 영어를 못하기에 두 사람 사이에 무슨 대화가 오고가는지를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란다는 쥐와 다람쥐의 차이점을 들어서 설명을 합니다. 유태인을 전염벙을 옮기는 쥐로 몰아가는거지요. 그리고 라파디트에게 위협을 가합니다. 숨겨놓은 유태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손가락으로 지목하라고 말입니다. 라파디트는 눈물을 흘리며 마루바닥을 가리킵니다.

한스 란다는 "(마루바닥에서)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그들은 영어를 모르나 보군요"라고 묻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에 있습니다. 이제까지 실내에서 음악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음악을 사용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영화 음악은 이 실내 씬의 앞장면처럼 확 트인 공간일 때 음악이 먹히는 것입니다. 두 사람 사이의 숨막히는 투숏으로 잡은 실내 공간일 때 음악이 들어갈 공간이 보이지 않습니다.

타란티노는 놀랍게도 여기서 음악을 사용합니다. 보십시오. 이 동영상의 7분 20초에 맞추어 보십시오. 불협 화음의 음악이 깔립니다. 그리고 란다의 병사들이 나타나서 마루바닥에 대고 총질을 하는 거지요.

여기서 나온 음악은 오리지널 곡이 아닙니다. 이 음악도 타란티노가 가져온 음악입니다. 시드니 J 퓨리 감독의 <심령의 공포>(The Entity, 1981)라는 공포 영화가 있습니다. 저는 학창시절 운좋게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볼 수 있었지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해 강간 당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이제 위의  두번째 동영상을 보십시오. 여기에 나온 곡이 찰스 번스타인의 "Bath Attack" 이라는 곡입니다. 욕실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바바라 허쉬가 강간당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나온 음악을 타란티노가 <바스터즈>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두 사람이 팽팽한 대화를 하고 있다가 음악 하나가 깔리면서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고 있습니다.

타란티노가 천재라는 소리를 들어먹는데는 그가 피칠갑을 하는 액션 영화를 잘 만들기 때문이 아닙니다. 대화를 통해 극단적인 긴장감을 줘놓고 갑갑한 실내 공간에서 갑작스런 음악으로 분위기를 일순간에 바꿔 놓는 재주.

이게 바로 타란티노의 뛰어난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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