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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취인불매]과거의 설렘과 현재의 그리움이 닿을 때.

작성일
10-02-08 04:17
글쓴이
퍼스나콘 울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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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9,057
댓글
7단계
시간별 역순 댓글














그날. 한순간. 누나의 시선은 분명. 슬쩍 손 흔드는 나에게 고정되었지. 오직 한 사람의 눈에만 비췄을.


그리고 그 순간 너도나도 대단히 놀라면서. 떨어져 있는 거리에도 확실히. 이내 평온한 얼굴로 흐믓한 웃음 나눈 것으로 기억해.



다정하게 들려주었던 후일담.


첫날밤에 "정말 시준이가 왔었나?" 라는 생각에 골몰히 잠겼다는 누나의 말.
(착하게 생긴 신랑은 신부가 왜 골똘히 깊은 생각에 잠겼는지 몰랐다는 말.)
청첩을 하고도 먼 길이여서. 오긴 힘들 거라고 생각해서인지 정말 본 게 맞는 것인지, 누군가와 착각을 한 것인지 헷갈렸다는 말. 충분히 알 것 같아. 그 기분. 신혼여행 중에 그렇다고 전화해서, "너 그날 왔었니?" 라고 물어볼 수도 없었을 테니까. 씨익.



감사하고 기쁜 건.
운명처럼. 사실은. 의지에 따른 인연으로 인해 다시금 맞닥뜨리는 "예기치 않은" 모든 광경이란. 일단 놀라움을 주는데 그 놀라움이 기쁨과 감사함으로 연결되는 것은 정말 훌륭한 일이지. 서로에게 말이야.


조금은 쓸쓸하고 초라한 인생을 때론 환하게 비춰주는.

내 기억의 갈피에 끼인 인연들에 고마워해야 한단 말이지.


비록 혼잣말이 되어 맴돌지라도..



.





재생되지 않는 기억.



두어 달전에 졸업동기였던 여성들을 잠깐 만났던적이 있습니다.
그녀들은 나를 가리켜 '학교 다닐 때랑 변한 것이 없다' 라고 하더군요.
그럼에도 저는 답례로 '너희도 마찬가지' 라고 맞장구치기를 그만 두었습니다.


그녀들을 마지막으로 본 게 몇년 전이었는지. 그때 봤을 때는 학교 생활 때와 그리 달라지지 않은 모습들이었습니다. 물론 나는 그때도  '예전 그대로 '라는 둥의 살가운 덕담을 건네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생각보다 나이들고 세월을 탄 티들이 나는겁니다.
약간 마음이 복잡해진 기분에 속으로 '저 정도면 비교적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거 아냐?' 라고 합리화하려 했으며 그러는 와중에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 덕담을 건넬 수 없었던거지요.
그녀들 둘 다. 아주 잠시였지만 내가 매력을 느꼈고 다분히 혼자 생각으로 그쳤지만 사귀면 어떤 일들이. 대화들이 오갈까. 같은 생각까지 해봤던 이들이었는데. 그런데 그랬던 사실조차 기억 속에서 힘들여 끄집어 내야 했던 답답함.



한때 감정을 느끼고 끌렸던 여성들 중. 어떤 이들은 여전히 기억 속에 매력을 갖추고 있는 모습으로 남아 있지만. 어떤 이들은 내가 매력을 느낀 적이 있다는 사실조차 기억이 희미해지는건. 왜일까?

어떤 임계점이 있는 걸까요. 어떤 상처는 깨끗히 아물고 어떤 상처는 가까스로 흉터로 보존 되듯이? 이는 사실 임계점의 문제가 아니라 상처를 받을 무렵 절실한 마음가짐과 피부가 어떤 상태였느냐와 관련이 깊을수도. 예컨대 나이가 들어 재생력이 떨어지면 피부는 한번 긁힌 흠집을 계속 안고 가게 되는 것 처럼. 그리고 아직 그 무엇에도 적응되지 않았던 피부. 그래서 진솔한 모든 열망을 뿜어낼 수 있어 깊게 베인 통증을 감싸안는 부유감과 행복을 맛볼수 있었던 시절에만 가능한. 그리 살아숨쉬는 피부. 말입니다. 죽을때까지 데려가야 할 추억은 그렇게 한꺼풀 피부위에 돋아난 생채기에 의해 새겨지는 것입니다. 다른말로. 흔적. 이것은 수평적 시간의 개념으로서는 생각될 수 없으니.  수직적 시간에서 만들어짐으로. 삶이란 좌절에 의해 끊임없이 변모해 가는 것. 한 번씩 변모할 적마다 그것의 흔적은 만들어지고. 그리하여 그 흔적의 크기와 시간의 길이는 비례하니까. 말하자면 그 흔적으로 존재의 가치 척도를 인정할 수도 있는거지요.





.





러브레터 그리고 비켜가버린 기억.


더 예전으로 거슬러 가보면.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저도 히로코처럼 지난 기억의 흔적을 찾아 헤맨적이 있었습니다.
그리 거창한건 아니고. 초등학교 시절의 풋사랑(?)을 찾기위해서였죠.


물론 다른 마음이 있었던것은 아니었고.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는가. 단지 한번 보고 싶어서
그 아이를 찾은순간 저 역시 이츠키의 기억을통해찾아낸 연인의흔적앞에서 보였던 히로코의 서운함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수밖에 없더랍니다.

기억도 못하는 사람 앞에서 스스로 당혹감에 이것 저것.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아야하는 서글픔이란.
온전히 나만의것이라 믿었던 기억이 실상은 다른이의것이었음을 깨달았을 때 그 기분만큼은 무척이나 씁쓸함.



하지만 기대치를 충족시킬수없는 단점을 안고갈지라도서로의 기억 속에 스며든 이런저런 잔상들을 깨닫는것은 분명 살면서 느끼는 다른 하나의 기쁨일듯 합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했었던 첫사랑.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과 내가 누군가에게 있어 시간을 초월해. 행복의 일부였다는 것을 느끼는 기쁨과 기억으로. 그 순수함에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또한 우리를 또 다시 그 눈부신 사랑의 통로 속으로 다시금 걷게 해 준다는 사실.


 

.


 

저녁 무렵. '러브레터'를 다시 보았습니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는 흔적이 자리하며. 그 흔적을 상처라 하고. 세월의 은혜를 받은 추억이라 합니다. 상처와 추억의 거리는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지만. 뒤로 지나갔다고 해서 끝이 아닌. 미래의 사랑과의 마주침과 그것을 대함에 중요한 작용을 할 것이란 점에서 그 거리를 바라보게 하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겨진 삶과 사람을사랑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상처를 추억으로 바뀌는 성숙의 과정은 신묘하고도 소중한지니. 그것은 떠난 사람과 새로이 관계를 다시 맺는 일에 다름 아님을.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영화가 '러브레터' 입니다.

러브레터에는 그 미스테리적 복선과 치밀한 시나리오.
계속 움직이고 충돌하는 화면을 감싸안고 있는 낭만주의 음악.
심지어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는 이츠키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올리고 쓰다듬는 관객을 향한 애교부리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씨익.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가슴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이영화에 존해하는 3개의 러브레터에 있지요.
처음 이츠키에게 편지가 배당될때 우체부가 "러브레터?"라고 질문을 하는데.
그 내용이 '오겡끼 데스까? 와다시와 겡끼데스.." 라는 대사입니다.
그것이 다시 히로꼬가 산을 향해 외치는 러브레터로 변이되고 다시 과거의 도서카드로 변함을 뜻하는데요.


 
하나의 편지를 가지고서 과거를 거슬러 증폭시키고 시점을  바꾸고 주인공을 바꾸어나가는것이 이 영화의 탁월한 점이랍니다.
다시 말하면 추억이 현실화. 문자가 언어가 되고 다시 회화화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 영화가 보고 싶어진 것은 '후지 이쯔이'의 중학생 시절의 모습으로 나온 '미키 사카이'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청순한 모습으로 하여  그리고 마지막 장면 도서 대출카드 뒷면에 그려진 그 모습을 성장한 '후지 이쯔이'로 분한 '타카시 카시와바라'의 표정과 대비된 감동을 다시 가져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영화가 펼쳐보인 아련한 이미지를 보면서 다시는 가지 못하는 세월의 절망감과 그리고 지금 내가 서있는 이시간에 대한 회한. 가슴 깊이 간직한 개인적 감성에의 결과물을 들여다보며 이러저러한 느낌들이 뒤죽박죽되고 있는 시간들입니다




그때는 좋은줄 미처 알지 못하고 지나간 애틋한 시절은 자꾸만. 이토록. 아름다워지기만 하는 거지요.
아쉬움속에 변치 않는 마음. 살면서 더 뚜렷해지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
비틀거리는 우리를 지탱하는. 귀하디 귀한 것들.



그대여 지금은 어디에 있나요.

또 속절없이 하루해가 저물었습니다. 그래서..



아니. 아니요. 그런 것과 상관없이.  애초에 피하지 못할. 그리움 하나 다녀갔을 뿐입니다.




[이 게시물은 [올므]apple♪님에 의해 2010-04-28 11:18:53 불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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