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사이클링히트 놓친 정근우 “다시 그런 기회가 올까요?”
- 작성일
- 14-06-08 17:20
평생 올까말까 한 대기록의 기회를 놓쳤으니 두고두고 생각해도 아깝기만 하다.
정근우(32·한화)는 8일 대전 삼성전에 앞서 삼성 류중일 감독으로부터 핀잔을 들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기습번트가 뭐냐”는 류 감독의 말에 정근우는 “(박)석민이가 윙크를 하더라고요”라고 농담으로 대답했다. 류 감독이 “그래도 그렇지”라고 계속 약을 올리자 정근우는 “창피한 건 한 순간이지만 기록은 영원하잖아요”라며 씨익 웃었다.
지난 뒤 농담이지만 그만큼 욕심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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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정근우. 한화 이글스 제공 |
4개 중 1개가 모자라 사이클링히트를 놓치는 선수는 한 시즌에도 여러 명 나온다. 보통은 3루타나 홈런을 못치는 경우다.
그런데 정근우는 단타 하나를 못 쳤다. 1년에 홈런 10개를 친 적 없는 정근우는 이날 첫 타석에서 홈런을 터뜨린 뒤 두번째 타석에서 2루타, 세번째 타석에서는 3루타를 쳤다. 가장 어려운 것들을 차례로 먼저 쳐내 역대 17번째 사이클링히트의 기운이 대전구장을 에워쌌다.
그러나 마지막 타석에서 평소에는 잘만 치던 단타 하나를 못 쳐 기록에 실패했다.
한화가 2-7로 뒤진 9회말 1사 1루 네번째 타석에 나선 정근우는 두 차례나 번트 자세를 취했다. 기습번트로 내야안타를 만들어서라도 기록을 달성하고 싶은 의지 때문이었다. 류 감독이 말한 것도 이 장면이다. 그러나 볼카운트 3-1 유리한 상황에서 5구째를 받아쳐 ‘윙크’를 했다던 3루수 박석민에게 땅볼로 잡히며 1루를 밟는 데 그쳤다. 대기록은 날아갔다.
정근우는 빠른 발과 타격 능력을 동시에 갖고 있어 단타 하나 만들기는 쉬운 타자다. 그러나 이날은 대기록의 설렘 앞에 무릎 꿇어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1루 베이스를 밟고서도 아쉬운 감정을 표현했던 정근우는 하루 지난 뒤 여전히 살짝 아쉽기는 하지만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정근우는 “다시 그런 기회가 올지 모르겠다. 볼카운트 3-1이 나를 압박했다”고 웃으며 “최근 얼마동안 팀에 도움이 많이 못 돼 자신감도 떨어져있었는데 어제 경기를 계기로 페이스가 올라오고 자신감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으로 다행이다”고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한화 이종범 코치는 “나도 선수 시절에 정말 여러 번 기회를 맞았지만 한 번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어려운 기록”이라며 “기회는 앞으로도 여러 번 올 것이다. 다음 기회에는 꼭 달성하라”고 정근우를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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