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긍정마인드 전도사’ 브렛 필, 이 남자가 사는법
- 작성일
- 14-05-20 18:39
처음 뛰는 한국 프로야구, 이제 개막 한달 반이 지났는데 벌써 1년은 지난 듯 여러 일을 겪은 외국인 선수가 있다.
브렛 필(30·KIA)은 올해 프로야구에 등장한 외국인 타자 9명 중 한 명이다. 얌전한 외모에 점잖은 매너, 순한 성품으로 KIA 동료들과 광주 팬들에게도 인기 만점인 필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프로야구 화제의 중심에 서는 경험을 몇 차례 했다. 그래서 ‘산전수전’이라는 표현을 건넸는데, 필은 고개를 저었다. “야구를 하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 생기기 마련이다. 다 잊어버렸다”는 필은 그야말로 ‘초긍정의 사나이’다.
불안했던 개막 전 시선을 꿋꿋이 견뎌내고 KIA에 없으면 안 될 타자가 된 필을 18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났다.
필은 “한달 반 정도 지나면서 많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새 리그에서 적응해야 할 첫 과제인 스트라이크존에 대해서도 “어차피 싱글A와 더블A도 어느 정도 차이는 있다. 한국에 와서 느끼는 차이도 그 정도 작은 차이일뿐이다. 다 적응됐다”고 말했다.
필이 한국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맞은 첫 위기는 시범경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지닌 호르헤 칸투(두산)나 루크 스캇(SK), 독특한 캐릭터의 펠릭스 피에(한화) 등이 잔뜩 기대를 모은 시범경기에서 필은 침묵했다. 애초에 거포 스타일이 아니라 중장거리형 타자인 필의 타격은 그때만 해도 특색이 없어보였다. 외국인 선수 3명 보유에 2명 출전 규정으로 인해 KIA 선동열 감독이 “홀튼이 선발로 나가는 날은 필을 선발에서 제외하겠다”고 계획할 만큼 필은 믿음을 사지 못했다. 실제로 3월29일 시즌 개막전에 필은 출전하지 못했다. 선발투수가 홀튼이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현실적인 상황은 위기였지만 필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필은 “당시에 주변의 그런 시선과 평가를 모두 알고 있었다. 나도 다 느꼈다”고 웃으며 “전지훈련과 시범경기는 시즌을 준비하며 타격감을 잡아가는 과정이다. 일단 공을 보고 상황을 보면서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 주목적인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도 나는 전지훈련 기간이나 개막 전부터 폭발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주변 평가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5월 중순을 지나는 지금, 필은 외국인 타자 9명 가운데 가장 큰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19일 현재 타율 3할2푼6리. 첫 출전한 3월30일 삼성전에서 1호로 출발한 홈런은 벌써 10개를 쌓았다. 홈런 질도 다르다. 10개 중 4개가 3점 홈런이다. 타점은 34개를 쌓아 공동 4위, 장타력도 6할2푼9리로 5위에 올라 있다.
개막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반전을 보여준 필은 이제 KIA 타선의 핵심이다. 홀튼이 선발등판한 17일 삼성전에서 KIA는 마무리 어센시오를 포기하고 필을 선발출전시켰다.
■그 사건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필이 실력 이상으로 팬들에게 깊이 각인된 것은 그 사이 벌어진 두 가지 사건 때문이다.
4월30일 광주 SK전. 관중이 경기 중 그라운드에 뛰어들어와 1루심을 공격하고 팔로 목을 감아조르는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다음날 각 스포츠신문 1면을 모두 장식한 이 사건 현장 사진에는 KIA 1루수 필이 함께 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인 필에게 창피하다’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겠다’는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필은 당시 사건에 대해 묻자 웃음부터 지었다. 애매했던 자신의 ‘역할’ 때문이다. “난 1루수였고 평소처럼 발로 땅의 흙을 고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 돌아보니 이미 그 관중이 심판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며 “그냥 빨리 심판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SK 백재호) 코치가 이미 도와주고 있어서 실질적으로 내가 도와줄 상황이 되지 못했다. 코치가 다 했다. 다음날 당시 사진들을 봤는데 내가 봐도 내가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게 보였다”고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오심이 줄을 잇던 과정에서 터진 사건이고, 그라운드 안전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 사건이었다. 필은 “팬들이 그라운드에 들어와서 뛰어다니는 건 몇 번 봤지만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은 처음 봤다”며 “당시에는 그냥 한 게임에서 일어난 일로만 알았는데 나중에 일련의 상황들을 모두 이해했다. 특이한 일인 것은 맞지만 그냥 해프닝으로 생각한다. 그 일 이후 한국을 떠나고 싶겠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도 들었는데 전혀 아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한국이 좋다”고 웃었다.
그리고 불과 보름도 안 돼 필은 또 한 번 ‘최초’의 사건을 겪었다.
지난 13일 마산 NC전에서 왼쪽 펜스를 넘겼다. 홈런 판정을 받고 그라운드를 돌아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는데 그 뒤 비디오판독을 하더니 파울로 정정되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프로야구 역사상 비디오 판독을 통해 홈런이 파울로 정정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다시 타석에 선 필은 8구까지 접전 끝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긍정의 사나이’ 필은 이 얘기를 하면서도 웃었다. “나는 사실 홈런이라고 해서 더 놀랐다. 내 느낌에는 파울인 것 같았는데 홈런이라고 하니 ‘잘 됐네’ 싶었다”면서 “그러다 비디오 판독을 한다기에 파울로 정정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원래 맞는 상황으로 결론이 난 것이라 실망하지 않았다. 내가 열받은 건 그러고나서 삼진 먹은 것이지 홈런이 취소된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런 초긍정 마인드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필은 “야구를 하면서 항상 하는 생각은 화를 내봤자 소용 없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 내가 적응하는 게 낫지 화를 낸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경기를 하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 생긴다. 나는 경쟁을 해야 하는 선수다.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경기가 지나면 좋지 않았던 일들은 다 잊으려고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필이 KIA 선수들 사이에서도 ‘착하다’는 평을 들으며 ‘젠틀맨’으로 불리게 된 것은 스프링캠프 합류한 첫날부터다.
그동안 강훈련에 익숙한 기존 KIA 타자들도 힘들어한 이번 캠프 야수 스케줄을 필은 굳이 모두 똑같이 소화했다. 외국인 선수에게 허용되는 자유가 있었지만 필은 모두 다 소화하겠다고 나섰다.
필은 “새로운 환경에 왔으니 이쪽 룰대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할 수 있는 한 전부 같이 하고 싶었다”며 “그래도 캠프 중간쯤 지나서는 나도 중간중간 알아서 많이 쉬었다”고 털어놓았다.
새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필의 또 한 가지 놀라운 노력이 있다. 필의 아내 칩은 현재 임신 중이다. 7월이면 아기가 태어난다. 그런데 지난달 한국에 왔다.
필은 “새로운 나라에 오는 것이 어려운 결정이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경기에 많이 나가고 싶었다. 지금 그러고 있어 좋다”며 “KIA의 포스트시즌 진출도 한국에서 야구하는 나의 중요한 목표다. 그리고 더 중요한 목표는 선수 생활을 오래 하고 싶다는 것이다. 언제나 팀이 원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물론 지금 내가 바라는 건 KIA가 나를 원하는 것이다”라며 활짝 웃었다.
브렛 필(30·KIA)은 올해 프로야구에 등장한 외국인 타자 9명 중 한 명이다. 얌전한 외모에 점잖은 매너, 순한 성품으로 KIA 동료들과 광주 팬들에게도 인기 만점인 필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프로야구 화제의 중심에 서는 경험을 몇 차례 했다. 그래서 ‘산전수전’이라는 표현을 건넸는데, 필은 고개를 저었다. “야구를 하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 생기기 마련이다. 다 잊어버렸다”는 필은 그야말로 ‘초긍정의 사나이’다.
불안했던 개막 전 시선을 꿋꿋이 견뎌내고 KIA에 없으면 안 될 타자가 된 필을 18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났다.
■내가 보여준 반전, 어때요?
필은 “한달 반 정도 지나면서 많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새 리그에서 적응해야 할 첫 과제인 스트라이크존에 대해서도 “어차피 싱글A와 더블A도 어느 정도 차이는 있다. 한국에 와서 느끼는 차이도 그 정도 작은 차이일뿐이다. 다 적응됐다”고 말했다.
필이 한국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맞은 첫 위기는 시범경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지닌 호르헤 칸투(두산)나 루크 스캇(SK), 독특한 캐릭터의 펠릭스 피에(한화) 등이 잔뜩 기대를 모은 시범경기에서 필은 침묵했다. 애초에 거포 스타일이 아니라 중장거리형 타자인 필의 타격은 그때만 해도 특색이 없어보였다. 외국인 선수 3명 보유에 2명 출전 규정으로 인해 KIA 선동열 감독이 “홀튼이 선발로 나가는 날은 필을 선발에서 제외하겠다”고 계획할 만큼 필은 믿음을 사지 못했다. 실제로 3월29일 시즌 개막전에 필은 출전하지 못했다. 선발투수가 홀튼이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현실적인 상황은 위기였지만 필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필은 “당시에 주변의 그런 시선과 평가를 모두 알고 있었다. 나도 다 느꼈다”고 웃으며 “전지훈련과 시범경기는 시즌을 준비하며 타격감을 잡아가는 과정이다. 일단 공을 보고 상황을 보면서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 주목적인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도 나는 전지훈련 기간이나 개막 전부터 폭발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주변 평가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5월 중순을 지나는 지금, 필은 외국인 타자 9명 가운데 가장 큰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19일 현재 타율 3할2푼6리. 첫 출전한 3월30일 삼성전에서 1호로 출발한 홈런은 벌써 10개를 쌓았다. 홈런 질도 다르다. 10개 중 4개가 3점 홈런이다. 타점은 34개를 쌓아 공동 4위, 장타력도 6할2푼9리로 5위에 올라 있다.
개막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반전을 보여준 필은 이제 KIA 타선의 핵심이다. 홀튼이 선발등판한 17일 삼성전에서 KIA는 마무리 어센시오를 포기하고 필을 선발출전시켰다.
■그 사건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필이 실력 이상으로 팬들에게 깊이 각인된 것은 그 사이 벌어진 두 가지 사건 때문이다.
4월30일 광주 SK전. 관중이 경기 중 그라운드에 뛰어들어와 1루심을 공격하고 팔로 목을 감아조르는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다음날 각 스포츠신문 1면을 모두 장식한 이 사건 현장 사진에는 KIA 1루수 필이 함께 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인 필에게 창피하다’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겠다’는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필은 당시 사건에 대해 묻자 웃음부터 지었다. 애매했던 자신의 ‘역할’ 때문이다. “난 1루수였고 평소처럼 발로 땅의 흙을 고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 돌아보니 이미 그 관중이 심판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며 “그냥 빨리 심판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SK 백재호) 코치가 이미 도와주고 있어서 실질적으로 내가 도와줄 상황이 되지 못했다. 코치가 다 했다. 다음날 당시 사진들을 봤는데 내가 봐도 내가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게 보였다”고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오심이 줄을 잇던 과정에서 터진 사건이고, 그라운드 안전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 사건이었다. 필은 “팬들이 그라운드에 들어와서 뛰어다니는 건 몇 번 봤지만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은 처음 봤다”며 “당시에는 그냥 한 게임에서 일어난 일로만 알았는데 나중에 일련의 상황들을 모두 이해했다. 특이한 일인 것은 맞지만 그냥 해프닝으로 생각한다. 그 일 이후 한국을 떠나고 싶겠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도 들었는데 전혀 아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한국이 좋다”고 웃었다.
그리고 불과 보름도 안 돼 필은 또 한 번 ‘최초’의 사건을 겪었다.
지난 13일 마산 NC전에서 왼쪽 펜스를 넘겼다. 홈런 판정을 받고 그라운드를 돌아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는데 그 뒤 비디오판독을 하더니 파울로 정정되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프로야구 역사상 비디오 판독을 통해 홈런이 파울로 정정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다시 타석에 선 필은 8구까지 접전 끝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긍정의 사나이’ 필은 이 얘기를 하면서도 웃었다. “나는 사실 홈런이라고 해서 더 놀랐다. 내 느낌에는 파울인 것 같았는데 홈런이라고 하니 ‘잘 됐네’ 싶었다”면서 “그러다 비디오 판독을 한다기에 파울로 정정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원래 맞는 상황으로 결론이 난 것이라 실망하지 않았다. 내가 열받은 건 그러고나서 삼진 먹은 것이지 홈런이 취소된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야구하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생기잖아요
이런 초긍정 마인드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필은 “야구를 하면서 항상 하는 생각은 화를 내봤자 소용 없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 내가 적응하는 게 낫지 화를 낸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경기를 하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 생긴다. 나는 경쟁을 해야 하는 선수다.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경기가 지나면 좋지 않았던 일들은 다 잊으려고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필이 KIA 선수들 사이에서도 ‘착하다’는 평을 들으며 ‘젠틀맨’으로 불리게 된 것은 스프링캠프 합류한 첫날부터다.
그동안 강훈련에 익숙한 기존 KIA 타자들도 힘들어한 이번 캠프 야수 스케줄을 필은 굳이 모두 똑같이 소화했다. 외국인 선수에게 허용되는 자유가 있었지만 필은 모두 다 소화하겠다고 나섰다.
필은 “새로운 환경에 왔으니 이쪽 룰대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할 수 있는 한 전부 같이 하고 싶었다”며 “그래도 캠프 중간쯤 지나서는 나도 중간중간 알아서 많이 쉬었다”고 털어놓았다.
새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필의 또 한 가지 놀라운 노력이 있다. 필의 아내 칩은 현재 임신 중이다. 7월이면 아기가 태어난다. 그런데 지난달 한국에 왔다.
그동안 상당히 많은 외국인선수들이 ‘아내의 출산을 보기 위해’ 시즌 중 고향에 다녀오곤 했다. 팀으로서는 중요한 순간 에이스 혹은 중심타자가 빠지게 돼 곤란해진 적도 많았다. 그러나 필은 아예 한국에서 아기를 낳아 키우기 위해 아내를 불러들였다. 새로운 리그 한국에서 뛰게 되면서 적응하고 정을 붙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필은 “새로운 나라에 오는 것이 어려운 결정이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경기에 많이 나가고 싶었다. 지금 그러고 있어 좋다”며 “KIA의 포스트시즌 진출도 한국에서 야구하는 나의 중요한 목표다. 그리고 더 중요한 목표는 선수 생활을 오래 하고 싶다는 것이다. 언제나 팀이 원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물론 지금 내가 바라는 건 KIA가 나를 원하는 것이다”라며 활짝 웃었다.
은 올해 프로야구에 등장한 …', 'http://images.sportskhan.net/article/2014/05/20/l_201405190200095530022998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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