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LG 선수들은 왜 삭발을 했을까
- 작성일
- 14-04-22 20:14
LG 베테랑들은 올시즌을 시작하며 다짐한 게 하나 있다. 팀이 부진하다 싶으면 분위기 반전을 위한 의지 표현으로 으레 하는 삭발 또는 농군패션을 혹여라도 하지 않기로 했다. LG 박용택은 “머리를 깎거나 뭔가 비슷한 표현을 하게 되면 연패를 더 의식하게 된다. 오히려 독이 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LG 고참 대부분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시즌 개막 이후 위기다 싶으면 했던 선수단 회식 또는 집합도 자제했다.
이날 아침식사를 하는 자리에 이병규(9번) 이진영 정성훈 등 고참들이 머리를 짧게 깎고 나타났고, 그 모습을 본 후배 선수들은 차례로 숙소 인근 미용실을 찾아 나섰다. 신인투수 임지섭은 “아침을 먹으려는데 선배들이 머리가 짧아 놀랐다. 바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박용택은 “더워서 깎았다”고 슬쩍 둘러댔지만, 삭발 이상의 의미로 치장하고 싶지 않아했다. 그러나 이번 삭발에는 여러 의미를 담지 않을 수 없었다. LG 고참들은 현 상황을 최하위라는 팀순위로 나타나는 숫자 이상의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정찬헌과 정근우 사이의 빈볼 시비가 벌어지며 벤치 클리어링을 한 뒤 여론으로부터도 따가운 시선을 받자 어떤 식으로든 팀 내부의 결속력을 다져야할 시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LG는 한화전 이후로 잃은 게 많았다. 반등의 기회로 여겼던 3연전에서 1승2패로 밀리면서 정찬헌이 5경기 출장 정지를 받아 불펜에도 빈틈이 생겼다. LG 고참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들이다. LG 성적이 긴 세월 바닥을 칠 때 갖가지 비난을 받았을 뿐 아니라 지난해에는 LG의 10년 포스트시즌 불발 역사를 단절하고 가을야구를 하는 기쁨도 누렸다. 대부분은 “우리는 정말 여러 일을 겪었다”고 말한다. 그들은 개막 이후 20경기를 치르기도 전에 삭발을 선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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