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원통해 죽겠네" 김응용 감독의 웃을 수 없는 농담
- 작성일
- 14-04-13 16:21
원통해 죽겠다. 이러다간 그 옛날처럼 뭐라도 발로 차버릴 것만 같은 심정이다.
한화 김응용 감독은 13일 대전 넥센전에 앞서 속 터지는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길게 말하지는 않아도 드문드문 혼자 내뱉는 탄식이 요즘 김 감독의 머릿속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한화는 개막 이후 기복 심한 경기를 하고 있다. 타자들은 대폭발하다가도 어느 날은 침묵하고, 불펜 투수들은 참 잘 던질 때도 있지만 선발이 승리 앞으로 잘 끌어놓은 경기를 뒤집히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특히 12일까지 넥센과 2연전은 모두 선발이 잘 던졌지만 불펜이 무너지거나 홈런 한 방에 뒤집혀 모두 역전패 했다.
경기 전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던 김 감독은 “원통해 죽겠네”라고 혼잣말을 했다. 저녁이면 아직은 쌀쌀한 날씨, 곁에 있던 난로를 보더니 “이거 혹시 차면 불 날까. 소방차 대기해야 되나”라고 껄껄 웃었다. “배가 다시 들어가는 계절이 됐다”며 시즌만 시작되면 밥맛이 없어져 겨울 동안 나왔던 배가 다시 들어간다고 스트레스를 농담으로 승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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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송창현이 5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8회와 9회 불펜이 3점씩을 내줘 6-7로 역전패 한 11일 경기는 이틀이 지나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송창현을 1이닝 정도 더 둬야 했다. 송창식도 더 길게 던지게 해야 했고, 김혁민도 8회가 아니라 9회에 올렸어야 했다. 1이닝만 던지게 해야 했는데 내가 투수를 너무 빨리 바꿨다”고 자책했다.
송창현은 이날 86개를 던진 뒤 4-1로 앞선 6회초 불펜에 공을 넘겼다. 이어 송창식이 1.2이닝 동안 27개를 던져 7회 2사 1·3루 위기를 맞자 윤근영을 등판시켰고 8회에는 좌완 박정진을 투입했는데 볼넷 2개로 1사 1·2루 위기가 되자 마무리 김혁민을 조기 투입했다. 결국 김혁민이 적시타에 홈런까지 맞으며 동점을 내준 끝에 한화는 역전패했다.
한화 마운드의 현재 약점이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선발투수들이 지난해에 비해 훨씬 안정적으로 시즌을 출발하고 있지만 아직은 모두 5~6회 사이에 등판 한계가 오는 편이다. 그래서 불펜의 역할이 더 중요한데 현재 불펜 사정 또한 공식대로 맞아떨어지기 어렵다. 1이닝만 쓰려던 마무리 김혁민을 일찍 등판시켜야 했던 이유도 거기 있다.
김 감독은 “송창현과 유창식도 (잘 던지고 있지만)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 미안하다. 나 때문에 첫승을 못하고 있다. 참 죽겠다”고 말했다.
잘 풀리는 듯 다시 꼬이는 시즌 초반, 김 감독은 농담을 하지만 머리와 마음은 매우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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