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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안치홍(24)은 구단의 속 한번 안 썩인 ‘착한 선수’였다. 

누가 말을 하지 않아도 그라운드 안팎에서 성실하게 뛰었고, 팀을 대표하는 스타선수지만 늘 한결 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켰다. 진중한 성격의 어린 선수는 사람냄새 나는 선수이기도 하다. 신인시절부터 흔쾌히 이웃돕기 적립활동에 참여한 안치홍은 ‘많은 것을 누리고 사는 사람’이라며 더 많은 금액을 내겠다고 자청하기도 했다.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안치홍은 프런트와 관계자들의 사랑도 독차지한 ‘착한 선수’이자 ‘인기 선수’였다. 그랬던 안치홍이 군대를 가겠다며 처음 구단의 속을 태웠다. 

2010년에 이어 2014년 태극 마크를 두고 뜨겁게 이름이 회자 됐던 안치홍은 이번 가을에도 대표팀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탈락 사실보다 더 아팠던 ‘탈락 과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밤새 뒤척이고도 그라운드에서는 늘 같은 안치홍이 되어 최고 시즌을 만들어갔다. “무슨 정신으로 야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넋두리에도 안치홍은 자신의 역할을 잊지 않았다. 

안치홍이 군입대 이야기를 꺼내면서 한때 KIA에는 비상이 걸렸었다. 시즌 중반 군입대를 결정한 김선빈에 이어 ‘키스톤 콤비’가 동시에 전력에서 이탈하게 됐기 때문이다. 

시즌을 앞두고 KIA 안치홍은 “경찰청 수석입대가 올 시즌 목표다”는 농담을 한 적이있다. 고졸 6년 차 선수에게는 군복무 문제가 큰 고민이었다. 태극마크라는 목표가 있기는 했지만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열심히 하다 보면 결과가 따라올 것이다”고 말을 아꼈다. 아시안게임만을 보고 가다 보면 오히려 시즌을 망칠 수도 있고,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현실에 충실하겠다는 설명이었다. 

농담반 진담반 했던 말처럼 안치홍은 경찰청 입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주 서류 접수를 끝낸 안치홍은 15일 체력·실기 테스트를 받는다. 

갑작스러운 소식일 수 있지만 안치홍의 입장에서는 긴 안목에서 준비했던 계획이다. 마음을 돌려보려던 구단도 안치홍의 뜻을 존중해줬다. 크고 작은 부상에도 V10의 주역이자 팀의 주축선수로 활약을 해준 안치홍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자, 쉼없이 달려오느라 지친 심신의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팀의 리빌딩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군문제를 해결한 뒤 부흥기를 이끌 베테랑 선수로 돌아와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작별을 준비하는 안치홍의 마음은 미안함과 고마움이다. 

안치홍은 “군복무는 언젠가는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많이 지치기도 했고 똑같은 모습으로 야구를 할 자신이 없기도 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팀도 재정비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만큼 선빈이 형과 빨리 군대를 다녀와서 마음 편하게 역할을 하는 게 개인은 물론 팀에도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2년 뒤 팀에 돌아왔을 때 당연히 내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열심히, 착실하게 군복무를 하고 더 좋아진 모습으로 돌아와 경쟁을 통해 당당히 내 자리를 잡겠다. 많은 사랑을 보내준 팬들과 뜻을 존중해준 구단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