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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족한 장타력과 불펜 약화가 팀의 가장 큰 약점

외부 영입보다는 내부 육성을 강조했던 선동열 KIA 감독의 생각이 바뀌었다. 그간 선동열 감독은 팀이 장기적으로 강해지기 위해서는 내부 육성을 통해 유망주를 길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KIA의 얇은 선수층을 겪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선동열 감독은 "선수층이 얇아도 이렇게 얇을 수 있나"라며 KIA의 젊은 선수들이 1군 전력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임을 체감한 것이다.

▲ 올 시즌 공-수에서 KIA에 가장 부족했던 것

올해 KIA의 전력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은 무엇일까? 공격력에서는 '장타력'을 꼽을 수 있다. 출루율은 3할4푼7리로 리그에서 2번째로 높지만, 장타율은 리그에서 가장 낮은 3할4푼8리에 불과하다. KIA가 현재 기록하고 있는 48개의 팀 홈런은 타이거즈 역사상 가장 홈런이 적었던 2008년 기록과 타이 기록이다.

장타자가 부족한 탓에 경기별 득점 편차가 컸다. KIA를 만나는 에이스급 투수들은 마운드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올 시즌 KIA 타자들 가운데 장타율이 5할 이상인 선수와 두 자릿수 홈런을 친 선수는 단 1명도 없다. 뛰어난 출루율을 바탕으로 득점은 5번째로 많지만, 장타력의 부족으로 인해 무득점에 그친 경기가 빈번했다.

투수력에서는 '불펜'이 가장 문제다. 선발투수의 퀄리티스타트는 리그에서 2번째로 많으며, 윤석민-서재응-김진우-앤서니-소사로 이어지는 선발로테이션은 매우 잘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도 불펜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후반기 몰락하고 말았다.

전반기까지는 신인 박지훈의 활약과 최향남의 합류로 불펜의 약점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지만, 후반기 부진에 빠진 박지훈의 빈자리를 그 누구도 대체하지 못해 4강 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여기에 최향남은 내년이면 43살이 된다. 언제 은퇴를 선언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 KIA의 공/수 약점을 메워줄 FA선수는 누구?

올 시즌 이후에 FA 자격을 취득하는 선수들 가운데 타 팀에서도 탐낼만한 자원으로는 삼성 정현욱, 롯데 홍성흔, 김주찬, SK 이호준, KIA 유동훈, 김원섭, LG 정성훈, 이진영 등이 꼽힌다. 이 중에서도 특히 대어로 꼽히는 선수들이 김주찬, 정성훈, 이진영, 정현욱이다. 선동열 감독 역시 얼마 전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의 이름을 언급한 바 있다. 이호준과 홍성흔도 뛰어난 선수들이지만, 수비 포지션이 없다는 점과 적지 않은 나이는 영입에 걸림돌이다.

정현욱은 불펜이 불안한 KIA에 유용한 자원이 될 수 있다. 비록 올해는 3.24의 평균자책과 3홀드에 그치며 예년만 못하다는 평이지만, 후반기 들어서는 18경기에서 20⅓이닝을 투구하는 동안 1.33의 평균자책과 2할1푼9리의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현재 KIA에 1이닝을 완벽하게 맡길 신뢰가 가는 투수가 없다는 점과 선동열 감독이 삼성 지휘봉을 잡았을 때 정현욱을 유용하게 활용한 점을 감안하면 매력적인 선수임은 틀림없다.

다만, 정현욱은 내년이면 36살이 되며, FA로 이적한 불펜투수들 가운데 뛰어난 활약을 한 투수라곤 정대현이 유일하다는 점이 영입을 주저하게 한다. 정현욱은 여전히 150km/h을 상회하는 강속구를 던지고 있지만, 나이를 먹으면 타자는 파워가 떨어지고 투수는 구속이 떨어진다. 정현욱이 정교한 제구력이 아닌 힘으로 상대 타자들을 잡아내는 유형이라는 점을 볼 때, 그의 활용성에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타자 중에서는 안타깝게도 KIA가 원하는 장타자가 부족하다. 81년생의 롯데 김주찬이 타자들 가운데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FA 선수지만, 김주찬은 커리어 내내 단 1차례도 1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낸 적이 없는 교타자다. 그래도 현재 KIA의 외야수 한 자리가 사실상 공석인 상황이라 김주찬이 영입되면 이용규, 김선빈 등이 주도하는 빠른 야구가 한결 더 강력해질 수 있다.

이진영 역시 장거리 타자라기보다는 2루타를 많이 양산해내는 스타일의 중거리 타자로 볼 수 있다. 그의 올 시즌 장타율은 김주찬보다도 낮고, 타고투저가 극심했던 2009년 14개의 홈런을 마지막으로 올해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내지 못했다. 김주찬만큼 다리가 빠르지도 않고 수비력도 이전보다는 약해졌다는 평이다. 통산타율이 3할이 넘는 왼손 타자라는 점은 매력적인 요소.

포지션을 따지지 않는다면 KIA에 가장 필요한 FA 타자는 정성훈이라 할 수 있다. 올해 LG의 4번 타자로 변신한 정성훈은 자신의 임무에 맞게 호쾌한 타격을 뽐내며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12개의 홈런과 5할을 상회하는 장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80년생으로 나이도 그리 많지 않다. 고향이 광주이며 타이거즈 선수로 데뷔했다는 점도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다.

영입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이범호의 회복 여부다. 이범호가 허벅지 부상에서 회복한다면, 정성훈의 영입 필요성은 낮아진다. 오로지 3루만을 소화할 수 있는 2명의 A급 선수를 한꺼번에 보유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 할 수 없다. 때문에 KIA 구단에서 이범호의 회복 가능성을 불확실하게 보는 경우를 제외하면 정성훈을 탐낼 가능성은 매우 낮다.

▲ FA 영입, 선 감독의 선택은?

한 시즌을 보내면서 내부 육성에 시간이 많이 걸림을 느낀 선동열 감독은 올 시즌 이후 FA 선수 영입을 노리고 있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준척급 선수가 부족하고, 내년에 준척급 선수들이 많이 쏟아져 쉬어가는 해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KIA가 FA선수를 잡는다면 허약한 불펜과 장타력 문제를 해결해줄 선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장타자 문제는 내부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 이범호, 최희섭, 김상현만 정상적으로 가동된다면 KIA의 장타력은 그 어느 팀에 부족하지 않다. 나지완마저 군입대를 연기했기 때문에 이상적인 시나리오만 완성된다면 KIA는 2009년의 파괴력 있는 타선을 다시 되찾을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 장타자가 부족하기도 하지만 굳이 장타자 영입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포지션별로 보면 KIA는 포수와 외야수 그리고 불펜 투수가 부족하다. 포수 FA 선수는 나오지 않지만, 외야수는 2명 이상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 올해 KIA는 이종범의 은퇴와 신종길의 기량 향상 실패 등의 사정으로 외야수 한 자리가 계속 공백이었다. 신인 이준호가 많은 기회를 받았지만, 수비에서만 제 몫을 했을 뿐, 6할이 간신히 넘는 OPS로 공격 쪽에서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물론, FA 자격 선수들이 원 소속팀과의 우선협상기간 동안 계약을 맺으면 KIA는 닭 쫓던 개 신세가 된다. 그러나 내부 육성만 고집했던 선 감독의 철학이 바뀐 것만으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팬이 적지 않다. 선동열 감독이 올 시즌 이후 FA 시장에 성과를 거두고 내부 육성과 외부 영입의 2마리 토끼를 잡고 팀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지 올 한 해 KIA의 난로 시즌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