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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잘라가는 야구'와 '길게 끌어가는 야구'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면...

롯데는, 특히 로이스터 감독 이후의 롯데는, '길게 끌어가는 야구'의 전형에 가까운 팀이라고 해야겠죠.

그리고 이제 롯데가 상대할 SK와 삼성은...

올해는 좀 변동이 있기도 했지만 최근 '짧게 잘라가는 야구'를 가장 잘 했던 팀들이네요.

포스트시즌은 '길게 끌어가는 야구'보다는 '짧게 잘라가는 야구'가 강한 법이라고들 하고...

어쩌면 그게 롯데가 지난 3년간 준플의 벽을 뚫지 못한 큰 이유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다고 지금 와서 롯데가 새삼스레 '짧게 잘라가는 야구'를 할 수 있는 팀은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오히려 어떻게든 '길게 끌어가는 야구'가 위축되지 않아야 이길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나 싶네요.

롯데의 '길게 끌어가는 야구'의 첫 번째 토대는 역시나 타선이겠죠. 2년 연속 득점 1위와 홈런 1위인...

SK와 삼성의 선발진 중에서 롯데의 타선을 6이닝 내외에 2점 정도로 막을 수 있는 선발은 그리 많지 않다 싶습니다.

(뭐 솔직히 말하면, 신경 쓰이는 선수가 없는 건 아니죠. 이영욱이라던가 이영욱이라던가 이영욱이라던가)

하지만 안 그래도 포스트시즌, 더군다나 짧게 잘라가기로 마음 먹으면 정말 독하게 할 수 있는 두 팀.

롯데 타선이 선발을 털겠다 싶으면 두 번째 투수가 올라올 거라고 봐야겠죠.

정규리그에서도 선발을 좀 턴다 싶으면 두 번째 투수가 올라오고 이 투수를 못 공략해서 헤메다가 고전하고 역전당하고 이런 경기가 종종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번에 상대할 SK 같은 경우 특히 큰승호 투수가 이런 역할을 많이 했었죠.

정규리그 2위 결정전이었던 사직 SK전에서도... 

1, 2차전 모두 선발은 일찍 내렸지만, 두 번째 투수인 송은범, 정대현에게 고전하다가...

송은범은 결국 마지막 이닝에 털어서 이기고 정대현은 끝내 못 털어서 지고 이랬었죠.

그래서 이제 벌어질 SK와 삼성과의 대결에서도...

두 번째 투수까지 공략하면 좀 쉽게 갈 수 있고, 반대로 두 번째 투수에게 막히면 상당히 고전하지 않을까(솔직히 말하면 질 가능성이 더 높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예상을 해 봅니다.

타선이 길게 끌어가는 야구의 토대라면, 그 위에 올라갈 주춧돌은 아무래도 선발진일 겁니다.

물론 올해 롯데는 나름 준수한 불펜을 갖추었지만, 그 양과 질에서 본격적으로 '짧게 잘라가는 야구'할 정도는 아직 아니죠. 선발진이 버텨 준다는 전제 하에서 '길게 끌어가는 야구'의 보완을 할 정도일 뿐.

그래서 제가 꼽는 올해 포스트시즌 롯데의 키플레이어 1순위는 송승준입니다.

물론, 잘 할 거야라는 믿음보다는, 잘 해야 한다(제발!)라는 바램에 가까운 의미입니다만.

'포스트시즌 송승준=악몽'이라는 게 지난 3년간 롯데팬들의 경험이긴 했습니다만...

올해도 이게 반복되면, 솔직히 올해도 해보나마나일 수밖에 없죠. 송승준을 없는 셈 쳐야 한다면 선발진 높이가 엄청 낮아질 테니.

데뷔 이후 사직 SK전에서는, 잘 던진 적이 꽤 많은 송승준이긴 한데... 

송승준이 2차전 정도에서 승리투수가 될 수 있다면 한국시리즈에 가겠다 싶습니다.

그 다음으로 눈여겨봐야 할 게 고원준이나 이재곤 등, 이번에 애니콜 노릇 좀 하지 싶은 친구들이겠죠. 우리 쪽의 '두 번째 투수'가 될 수 있을 친구들. 

개인적으로는, 문학에서 재미 본 적이 많은 고원준은 3차전 선발 정도로 써 보는 것도 어떨까 싶네요.

여기까지 투수들이 제 역할을 해 주면, 임경완-강영식-김사율로 승리를 지키는 것은 가능하리라 믿습니다.

타선에서의 키 플레이어로는 전준우나 손아섭을 꼽겠습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둘 중 3번에 들어갈 친구.

개인적으로 롯데 타선이 가장 잘 풀릴 때는...

3번에서 1점 먼저 나고, 이대호가 장타로 확인사살할 때라고 봅니다(하긴 이건 어느 팀이나 마찬가진가요?)

4번 이대호를 갖고 있기 때문에, 3번에서 웬만큼 해 주면 그 폭발력이 장난 아니게 되어 있는 게 롯데 타선의 구조죠. 실제로 로이스터 감독 이후 롯데 타선이 잘 나갈 때는 언제나 3번도 강력했구요(08 조성환, 10 홍성흔, 11 손아섭).

이번에도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손아섭이야 이미 검증된 3번. 전준우는 작년에 이미 포스트시즌에서도 잘 할 수 있음을 증명한 친구. 누구든 3번에서 야무지게 배트를 돌려 주면, 이대호와의 시너지 효과가 꽤 크리라 예상합니다. 그렇게 할 때 '두 번째 투수' 공략도 쉬워지지 않을까요?

좀 엉뚱한 야그로 끝맺어 볼까 합니다.

지난 9월 30일. 최동원 영구결번식 경기에서 강민호가 홈런 때리고 장원준이 7이닝 무실점해서 이겼죠.

근데 생각해 보니...

장원준과 강민호는 85년생. 최동원은 58년생이니까 27년 차이입니다.

그리고 올해는 2011년. 최동원이 한국시리즈 4승한 그 해는 1984년. 27년 차이죠.

그러니...

다른 선수들도 그렇지만(무려 '종범신'께서도 "그 분이 함께 하신다"고 할 정도니), 

특히 원준이, 민호 니네 둘은...

최동원 선배의 영전에 우승컵을 바칠 수 있게 열심히 뛸 것. 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