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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팬들은 울고 싶다. 뜨거운 팬심의 결과는 구겨진 자존심과 허탈함이었다. 

올 시즌에도 KIA 팬들은 명성에 맞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줬다. 올해 역시 승(54)보다 패(74)가 많았지만 팬들은 열정적으로 경기장을 찾아 타이거즈를 외쳤다. 

챔피언스필드를 찾은 관중은 66만3430명으로 지난해 관중 47만526명을 훨씬 넘어섰다. 평균관중도 7352명에서 1만366명으로 뛰어올랐다. 새 구장 효과까지 더해 8위 팀 팬들은 관중 증가율(41%) 1위 자리에 올랐다. 

원정길도 예외는 아니었다. 제대로 된 순위싸움 한번 하지 못했지만 팬들은 예매 전쟁을 벌이면서까지 11차례 원정 매진을 이루며 팀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시청률 1위 자리도 KIA 팬들의 몫이었다. 미디어오딧코리아에서 분석한 2014 프로야구 정규시즌 시청률 자료에 따르면 ‘8위’ KIA는 1.27317%로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4승12패로 그라운드에서는 이기지 못한 ‘1위’ 삼성(1.24223%·3위)을 상대로 거둔 팬들의 승리라면 승리다. 2위는 롯데(1.24685%), 4위는 LG(1.06222%)가 차지했다. 

관중 증가율, 시청률에서 1위를 찍으며 팬들은 변함없는 응원과 지지를 보내줬지만 구단과 선수단은 이에 응답하지 못했다. 

2014 시즌 가을은 팬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퇴보한 마운드와 끈기 잃은 타선, 리더십 부재 속 위기 관리에 실패한 벤치 탓에 2년 연속 8위로 일찍 시즌이 마감됐다. 시즌 마지막까지 1·4위 싸움이 전개됐지만 뒷전에서 밀려난 KIA는 이번에도 구경꾼 신세로 전락했다. 

선동열 감독의 재계약 소식도 팬들에게는 잔인했다. 냉정한 프로세계에서 결과를 내지 못한 타구단 수장들이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리빌딩’이라는 허탈한 목표 아래 KIA는 실패한 3년에 이어 2년의 기약없는 약속을 했다. 

성적도 내지 못했고 ‘성적 탓’에 팬들이 누리지 못한 소소한 즐거움과 이벤트도 있다. 거침없는 추락과 함께 ‘타이밍을 놓쳤다’는 이유로 올 시즌에도 올드 유니폼데이는 없던 일이 됐고, 지난 16일 미래의 ‘아기 호랑이’들이 챌린저스 필드에 입소했지만 그라운드에서 정식 인사를 올릴 이벤트는 마련되지 않았다. 한화·롯데·두산·넥센 등이 그라운드에서 신인 선수들을 소개하고 입단식을 가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라운드와의 작별을 고한 포수 김상훈·투수 유동훈의 은퇴식도 ‘성적 탓’에 내년으로 미뤄졌다. “좋은 분위기에서 더 많은 팬들과 만나고 싶다”는 주인공들의 바람이 있었다. 

25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팬 미팅 자리인 ‘호랑이 한마당’도 걱정이다. 서운했던 성적에 감독 재계약 논란으로 잔치의 흥이 떨어졌다. 군입대를 앞둔 안치홍이 팬들과의 마지막 만남을 위해 광주로의 발걸음을 준비하고 있지만 정작 팬들이 기다리는 선 감독의 참석여부는 미정이다. 들끓는 팬심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성적도 내지 못했고 팬들의 마음을 달래 줄 이벤트와 미래도 내세우지 못한 KIA. 팬들은 울고 싶다. 

김여울 기자도 굉장히 화난 듯. 3일 연속 비판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