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선수·프런트 따로 놀던 KIA ‘소통이 열쇠’
- 작성일
- 14-11-03 00:15
‘호랑이 군단’의 새 사령탑 김기태 감독이 2일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에 짐을 풀었다.
지난달 29일 KIA의 사령탑에 선임된 김기태 감독은 그동안 국내에 머물며 코칭스태프 구성과 전반적인 팀 상황을 살펴보는데 주력했다. 김 감독이 2일 조계현 수석코치와 캠프에 합류하면서 ‘김기태호’의 항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KIA가 김 감독을 선택한 배경에는 ‘소통’의 문제가 존재했다. ‘소통’은 김 감독이 우선 염두에 두고 있는 부분이자 KIA 암흑기를 풀어나갈 열쇠다. 진정한 소통을 통한 혈액순환과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프런트와 선수들의 노력도 절실하다.
◇침묵의 시간은 공동의 책임
지난 3년의 실패에 프런트와 선수들도 할 말은 없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감독, 코칭스태프, 프런트, 선수들 등 팀을 구성하는 각 조직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 이를 간과했다면 역량 부족이고 문제를 보고도 눈감았다면 직무유기다. 소통 부재 속 성적까지 시원치 않으면서 결국 곪은 게 터지고 말았다.
“왜?”에 대한 답을 내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팀의 운영과 결과에 대한 의문은 있었지만 이에 대한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의 답은 부족했다. 중간 단계에서 충분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감독실과 단장실을 직접 찾겠다는 반발의 목소리들이 있었다.
선수단 내부에서는 ‘위계 질서가 사라졌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팀 내 입지와 ‘함께’라는 부분이 약해지면서 베테랑을 중심으로 한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부족했다. 또 오랜 시간 팀을 지켜본 고참급 프랜차이즈 스타가 없는 상황 속에서 베테랑들이 내·외적으로 위축되면서 선수들의 밑바닥 목소리가 구단과 벤치에 전달 될 수 있는 통로가 막혔다.
강압적인 구단 문화의 잔재 탓에 선수들과 프런트의 필요 이상의 오해와 반목도 존재했다.
◇읽지 못한 팬심, 부족했던 팬 서비스
팬들과의 소통도 부족했다. 성적과 함께 가라앉은 내부 분위기 탓에 이런저런 이벤트를 준비하고 추진하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팬 서비스에 대한 아쉬움은 팬들의 몫이 됐다.
무엇보다 KIA는 감독 선임을 놓고 팬심과 다른 행보를 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여론과 프로 논리에 반하는 재계약으로 아름다운 작별을 기다리던 팬심을 자극하며 논란의 가을을 야기했다. 또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반발 분위기였지만, 팬들과 선수단을 설득할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생채기를 남겼다.
선수들 역시 팬들 앞에 당당할 순 없다. 프로로서 가장 기본적인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팬들을 실망시켰다.
그라운드에서 최선이자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성적은 물론 외적인 팬서비스에서도 낙제점을 받았다. 경기가 끝난 후 관중석을 향해 하는 기본적인 인사를 놓고도 팬들의 원성이 높았고 팬들 앞에 서는 이벤트 등에도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프런트가 골머리를 앓았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프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선수들이다.
◇변화의 바람이 분다
피해갈 수 없는 암흑기 속 희망은 존재한다. 새로 판이 짜이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새로운 경쟁체제 속 선수들은 생존을 위한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고,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암흑기 도래를 막지 못했다는 구단의 통찰도 이뤄지고 있다.
팀 재정비와 팀 컬러 정립이라는 큰 틀을 목표로 한 구단의 통큰 행보도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허영택 단장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양현종의 포스팅·안치홍의 군입대를 허락하며 두 선수의 선택을 존중해줬다. 격려도 잊지 않는 등 변화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강압적이었던 구단 문화에 높게 벽을 세웠던 선수들이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KIA의 실패는 명확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명확하다.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 프런트 모두 한배를 탄 사람들이라는 인식 아래 각자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소신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또 다른 실패와 상처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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