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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그 타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는 KIA 최희섭이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시원시원하게 말을 하고 있다. < 휴가(일본)=노재형 기자 >

　▶2㎏ 정도 늘었어요. 근육이 붙은거죠. 지금 110㎏ 정도입니다.

　-등산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새로워졌다고 했는데요.

　▶작년 시즌이 끝나고 혼자 차를 몰고 설악산으로 갔어요. 정신자세를 바꾸고 싶어서였죠. 한 10분쯤 올랐을까, 숨이 탁탁 막히며 헥헥거리는 거예요. 몸이 썩어있는데 무슨 운동이 되겠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광주에서는 무등산에 매일 올랐어요. 저절로 살도 빠지고 자연스럽게 건강해지더군요. 2년전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 사실 부담이 굉장히 컸어요. 하지만 지금은 심신이 깨끗해지니 컨디션이 아주 좋습니다.

　-작년 캠프에선 어지럼증으로 고생했는데 지금은 문제 없나요?

　▶여러가지 개인적으로 복잡한 일도 있었고 운동도 제대로 되지 않으니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아마 그게 직접적인 원인이었나 봅니다. 미국에 있을 때 겪었던 뇌진탕 후유증이 있는 거 같기도 했고요. 그런데 지금은 전혀 문제 없습니다.

　-10년전 미국진출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선수가 돼 있을까요. 미국에 갔던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지요.

　▶미국에 가지 않았다면 두 가지중 하나겠지요. 신인 때부터 프로에 적응하지 못해 실패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성공한 것인데요. 성공했다면 또 미국에 가려고 했겠지요. 지금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을지도 모르죠. 고등학교 때부터 메이저리그는 꿈이었어요. 한국에 와서 다시 무대가 바뀌는 바람에 야구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메이저리그 시절 공을 너무 신중하게 고른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타자마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습니다. 쉽게 고칠 수 있는게 아니죠.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정면승부를 많이 한다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유인구도 많이 던집니다. 내가 투수라도 무작정 정면승부만 하지는 않겠지요. 타석에서 신중하고 참을 줄 아는게 한국에서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메이저리그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홈런은 뭔가요.

　▶2002년 컵스 시절 친 메이저리그 첫 홈런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게 첫 안타이기도 했거든요. 세인트루이스전이었고 투수는 사이먼태치(최희섭은 굉장히 친한 선수였다고 했다)였습니다. 타석에서는 체인지업으로 보였는데 나중에 전력분석팀에서 얘기하길 직구라고 하더군요. 1루를 돌 때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는데 생각하고 있던 세리머니는 아니었어요.(최희섭은 2002년 9월9일 부시스타디움에서 0-2로 뒤진 7회 제이슨 사이먼태치로부터 우월 솔로포를 때려 빅리그 첫 홈런을 기록했다) 아! 한 게임 3홈런 친 것도 기억나네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자신 있었던 투수는 누구였나요.

　▶존 스몰츠, 톰 글래빈, 브랜든 웹한테 5안타 이상은 친 것 같아요. 반대로 그렉 매덕스와 제이슨 슈미트에게는 잘 못쳤어요.

　-이승엽의 아시아신기록인 56홈런에 도전해볼 생각은 없나요.

　▶한국으로 돌아올 때 인터뷰에서 승엽이형 기록에 도전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언론과 팬들이 많이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56홈런은 대단한 기록입니다. 현재 우리 투수들 수준을 보면 30홈런이면 홈런왕에 오르지 않습니까. 투수들이 너무 강해졌어요. 승엽이형 기록은 도저히 깨지지 않을겁니다. 물론 저도 깨지 못할 겁니다.

　-이승엽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요.

　▶승엽이형은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입니다. 마지막에는 꼭 메이저리그에서 뛰기를 바랍니다. 요미우리에서 올해 잘하고 우승도 해서 메이저리그 꿈을 이루었으면 좋겠어요. 일본 선수들이 미국에 많이 가는데 승엽이형이 한국의 홈런왕으로 미국 사람들을 놀라게 해주기를 바랍니다. 30~40홈런은 충분히 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2회 WBC에서 다시 뛰고 싶은 생각이 클 것 같은데요.

　▶(한참 생각을 한 뒤)제가 올해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대표팀에서 뽑아주겠지만, 옛날 메이저리그 뛰었던 경력만 가지고는 어림도 없거든요.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저도 한국에서 손꼽히는 타자가 돼야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WBC가 벌써 2회째가 됐는데 비록 참가는 못해도 우리 선수들이 최강이라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홈런왕 후보로 김태균, 이대호가 있습니다. 두 후배들에 대해 어떤 것을 느꼈나요.

　▶둘 다 개인적으로 친합니다. 같은 선수로서 후배지만 보고 배울 점이 많아요. 많은 홈런을 칠 수 있는 파워풀한 폼을 가지고 있어요. 무엇보다 정신력이 강해 보입니다. 후배지만 2년 동안 봐오면서 '역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타자들입니다. 경쟁관계가 될 경우 열심히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을 거예요. 황병일 타격코치께서는 "태균이가 40홈런을 치면 너는 41개를 쳐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인터넷으로 기사는 자주 보나요.

　▶컴퓨터는 하지 않는데 기사만은 찾아서 봅니다. 대신 댓글은 전혀 보지 않아요. 왜냐면 안 좋은 얘기가 많으니깐요. 나에 대해 안 좋은 점은 나도 피부로 느끼고 있는데 댓글까지 볼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훈련 잘 마무리하고 올해 좋은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광주에 자주 내려오시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