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한화행’ 배영수 “광야에서 기다림을 배웠습니다"
- 작성일
- 14-12-04 16:28
삼성 울타리를 막 벗어났을 때는 마치 찬바람 부는 광야로 나온 것 같았다.
배영수(33)는 FA(자유계약선수) 우선 협상기간을 막 마치고 진짜시장으로 나왔을 때 첫 느낌을 ‘멘붕(멘탈붕괴)’으로 표현했다.
돌아보니 삼성에서 뛰는 동안 다른 팀에서 뛰는 그림을 그려보지 않았다. 막상 시장에 나오니 갈 곳이 바로 보이지 않았다.
며칠 뒤 김성근 한화 감독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분명 함께 하고 싶다는 목소리였다. 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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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배영수. |
“기다려볼랍니다. 서둔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든 잘 되지 않겠습니까.”
가장 원치 않는 시나리오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원소속구단과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는 일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돌아보니 ‘몇년에 얼마짜리 계약’이 따라붙는 ‘조건’이 자신에게 우선 순위는 아니었다.
배영수는 우선 협상 마감일인 지난 26일 초저녁 협상테이블이 차려진 경산볼파크를 찾았지만 기다림 끝에 부름이 없자 귀가했다가 밤 10시께가 돼서야 다시 집을 나왔다. 구단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다시 협상테이블이 차려진 경산볼파크를 찾았는데 그곳으로 가는 발걸음이 여간 무겁지 않았다. 아무래도 협상 순위에서 많이 밀려있는 것 같았다. 애써 평정심을 찾으려했지만 어쩔 수 없이 속이 상했다. 배영수는 14년간 둥지로 삼았던 삼성의 문을 박차고 나섰다.
지난 3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한화 노재덕 단장을 비롯한 협상진과 불과 1시간의 만남에 계약에 합의한 것도 밖에 나가 보란듯이 잘 던지고 싶은 마음이 앞서있었기 때문이었다. 배영수는 “정말 빨리 계약했다. 한화에서 성의를 보였고, 나도 계약 내용을 갖고 끌고 싶지 않은 생각이었다. 내용을 듣고 나서 ‘오케이, 오케이 하시죠’ 하고 바로 했다”고 말했다. 배영수는 “정말 다시 말하지만 ‘돈 욕심’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배영수의 꿈은 어쩌면 한화 관계자 또는 한화팬보다 훨씬 크다. 뭔가 보여주겠다는 마음이 가슴 속에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배영수는 “계약을 하고 대구로 내려가며 정말 내년에 김성근 감독님 하고 우승할 수 있다면 ‘그 그림이 얼마나 멋질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 그림을 그저 꿈으로 끝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배영수는 삼성 시절 이름 뒤에 ‘투혼’이 따라붙었다.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는 팔에 통증 주사를 맞고 10이닝 노히트노런의 극적인 장면을 남겨두기도 했다. 배영수는 그 정신을 그대로 안고 새 팀으로 향하겠다고 했다. “내년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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