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취해있지 마라” 양상문 감독이 LG의 장그래들에게
- 작성일
- 15-01-05 16:56
“취해있지 마라.”
드라마 ‘미생’에서 오상식 차장은 마음으로 깊이 아끼는 계약직 사원 장그래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당부한다. 단순히 술을 많이 먹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현실이 노력과 다르다고 좌절에 빠져있지 말고, 기획한 사업이 성공했다고 도취돼 있지도 말라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깨어 살자는 깊은 뜻을 안고 있다.
2015년, LG 역시 절대 취해있지 않기로 했다.
LG는 5일 잠실구장에서 양상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전체 선수단, 프런트들이 한 데 모여 2015년 신년 하례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양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강렬한 메시지를 던졌다. “올시즌 중 우리 코칭스태프들은 절대 술자리를 갖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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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양상문 감독이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선수단 시무식에서 선수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LG 트윈스 제공 |
그러나 올해 LG에서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양 감독은 코칭스태프 전원이 올해는 취하는 일 없을 것이라고 선수들 앞에 ‘약속’했다.
LG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에게 전하는 강한 메시지다.
양 감독은 “선수들에게 항상 몸 관리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경기에 지장을 줄 정도로 밤 문화에 시간을 보내지 말라는 당부다. 그렇게 하려면 결국 코칭스태프부터 그렇게 지키면서 얘기해야 하지 않겠느냐. 물론 1년을 살다보면 한 두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벽 늦은 시각까지 그렇게 하는 일은 없게 하겠다”며 “이번 시즌은 144경기로 일정이 확대돼 더욱 힘든 시즌이 될 것이다. 그래서 굳이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양 감독의 선언 역시 단순히 ‘금주’ 자체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양 감독은 “야구장에 바른 정신으로 나오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코치들의 솔선수범 속에 깨어있자는 뜻이 함축돼있다. 선수들에게 전한 몇 가지 당부의 말에서도 이같은 뜻을 읽을 수 있다.
양 감독은 신년사 첫머리로 “감독이 기회를 줘 선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감독이 주는 짧은 기회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스스로 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회를 주지 않아 실력을 보일 수 없었다는 변명을 하기보다는 자신이 선수생활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실천에 옮기라는 뜻이다.
이어 “야구만 잘 하면 된다”고 당부했다. 양 감독은 “아침에 야구장에 나오다 그 이른 시간에 모 기업 직원들이 워크숍에 가기 위해 단체 버스를 타는 모습을 봤다. 우리는 직장인보다 훨씬 편하지 않은가. 상사 눈치 볼 일도 없고 억지로 회식 자리에 갈 일도 없다. 그저 야구만 잘 하면 된다”며 “나는 오로지 실력 좋은 선수를 기용할 것이다. 여러분은 야구만 잘 하면 된다”고 당부했다.
또 한 가지, “일찍 준비하자”고 말했다.
LG는 지난 시즌 최하위로 출발하는 바람에 마지막까지 4위 한 자리를 놓고 여러 팀과 힘겹게 싸워 최종전에서야 SK를 제치고 4위를 확정지었다. 플레이오프 탈락 직후 양 감독은 “이렇게 진 것이 솔직히 분하다. 내년에는 준비 잘 해서 초반부터 승수를 많이 쌓겠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이날 선수들에게 “다들 느꼈겠지만 맨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는 것은 너무 힘들다. 최소한 스프링캠프부터 시즌이 시작됐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운동하길 바란다”고 신신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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