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석을 옹호(?)하는 이유....
- 작성일
- 10-01-01 11:19
1995년 삼성에 앞서 진정한 돈질이 무엇인지 보여주며 창단한 현대 유니콘스.
과감한 투자와 현명한 운영진에 의해 2000년 즈음 프로야구 최강자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기도 했죠.
그러다 불어닥친 현대家의 분쟁들과 어려워진 모기업의 사정으로 돈질하던 구단에서 가장 가난한 구단으로의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죠.
연고지를 팔아먹었지만 새 연고지를 살 능력은 안 되는 그래서 수원에 불청객으로 버텨야만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그 이후 벌어진 유니콘스 구단에 대한 매각 협상들..
농협, STX, KT 등 여러 기업들이 물망에 올랐지만 확실한 인수의사를 보여준 기업은 없었고, 그나마 kt는 좀 나은 편이었지만
그들도 주주들의 반발와 매입가격 등의 문제로 인수를 거부하게 되었죠.
그때 나타난 이장석과 센테니얼.
자본금 5000만원 딸랑 있는 센테니얼과 아무도 알지 못 했던 그냥 투자가라고만 알려졌던 이장석이 나타나 유니콘스를 인수,
아니 가입비 120억을 내면서 유니콘스의 자산을 이어받아 서울을 연고지로 한 히어로즈 구단을 창단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그들을 바라보는 눈은 좋지 못 했죠. 아무리 봐도 적자를 면할 수 없는 구조의 프로야구와 그걸 극복할 역량이 부족해 보이는
구단주였으니까요.
선수들의 연봉 후려치기부터 시작해서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그래도 처음엔 형편이 나은 편이었죠. KBO가 물어다 준 우리담배를 통해
메인스폰서를 얻고 나머지 기타스폰서들도 확보하는 중이었고, 또 많은 문제들이 있었지만 일단 운영비도 줄여놓았으니까요.
그런데 메인스폰서였던 우리담배와의 계약이 어그러지고, 야구붐과 더불어 닥친 경제한파는 그들을 낭떠러지 끝으로 몰고 갔습니다.
결국 그들은 처음 약속과는 달리 장원삼을 삼성에 30억을 받고 팔면서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졌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구단은 메인스폰서를 구하러 뛰어다녔고, 처음에 후려쳤던 연봉도 어느 정도 정상화시키려는 노력을 보였으며, 전지훈련을 지원하는 등
노력을 했고, 선수단과 코칭스탶은 그에 발맞춰 어려운 형편에서도 끝까지 4강 싸움을 할 정도의 활약으로 보답했습니다.
2009년 시즌이 끝난 뒤.
누구나가 예상했듯 히어로즈 구단에는 또 다시 위기가 닥쳤습니다.
또 다시 돈 문제였죠.
입장수익, 중계권료 해봤자 40억도 안 되는 상황에서 메인스폰서 없이 기타스폰서로는 100억을 훨씬 상회하는 운영비 마련은 요원한 것이니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겠죠.
이때 히어로즈 구단은 또다시 선수를 파는 것으로 연명하려 합니다.
작년에 예약판매했던 장원삼을 보내고, 이현승과 이택근을 팔아 현금을 마련한 것이죠.
힘든 결정이었지만 이를 통해 다음 시즌 운영비의 30%이상 마련했습니다.
어쨌든 그들이 더 버틸 기반은 마련한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비판합니다.
"선수 팔아서 해봤자 얼마나 버티겠냐?"
"그럴 바에는 7개 구단으로 가자."
"리그의 질이 저하된다."
"빨리 손 털고 나가라."
그런데 1,2년 뒤에 망할 것을 걱정해서 지금 망하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진정으로 7개 구단이 되길 원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아직 히어로즈가 꼴찌를 한 것도 아니잖습니까.
또 손 털고 나가면 제 값 주고 들어온다는 기업이 있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어쨌든 2년간 가입비를 제외하고도 200억 이상 마련해 구단을 운영하면서 리그를 8개 구단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한 것은 사실입니다.
선수를 팔아먹고 튈 것이라는 예상도 선수 판 돈 전부가 1년 운영비의 반도 안 된다는 점에서 힘을 실어주긴 곤란한 것같습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만약 히어로즈가 홈관중 100만 가량 된다면 어떨까?
100만 관중을 통한 수익과 높아진 인기로 흑자보는 구단이 되었더라도 선수를 팔았을까?
많은 팬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장석은 장사꾼입니다.
그냥 히어로즈라는 맛집을 운영하는 장사꾼인 것이라고 하죠.
그 장사꾼이 돈이 별로 없습니다. 잘 해보겠다고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원가는 비싸고 매상은 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단골들과 했던 약속을 깨고 몇 가지 요리를 만드는 오븐을 매각한답니다.
가지고 있어봤자 그걸 소비해줄 손님이 별로 없으니 그냥 팔고 적자나 줄인다고 합니다.
몇몇 단골들은 반발합니다. 다른 집을 이용하는 손님들도 반발합니다.
그러나 맛집 주인 생각은 다릅니다.
원가 100만원 들여봤자 10만원 매상 밖에 안 오르니 오븐 매각으로 적자라도 줄여 좀 더 버텨보겠답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좀 더 열심히 장사하면, 좋아질 꺼라는 희망을 가지고 해보겠답니다.
그러면서 어쨌든 맛집은 운영됩니다.
완벽히는 아니지만 히어로즈를 맛집에 비교하면 대충 저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장석이 허풍을 많이 친 것도 맞습니다.
자금력이 약한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8개 구단을 유지시키고 있고, 전지훈련, 숙소, 식비 등에서 다른 구단에 비해 월등히 떨어지는 수준으로 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또 핵심선수를 내다팔면서도 자기네가 생각하는 핵심은 지키고 있습니다.
메인 스폰서를 구해보겠다고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선수 파는 행위, 물론 그것은 좋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그것을 통해 8개 구단이 유지될 수 있다면,
히어로즈는 9년짜리 FA를 그냥 6,7년 쯤으로 당긴 것 뿐이라고 변명해주면서, 형편 좋아지면 안 그러겠지 하면서 지켜봐 줄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히어로즈 구단이 매각이 되든, 메인스폰서를 구해 정상화가 되든 그 바탕에는 팬들의 날 선 비난보다는 애정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꾸만 이장석을 옹호해주게 되네요.
뭐 이제 새해도 된 만큼 다 잘 풀리겠죠.ㅋ
그럼 새해 첫 날 부터 뻘글 읽어주신 것 감사드리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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