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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내내 든 생각은 '아무리 정공법이라도 이건 좀 심하지 않나...'라는 것이었다. 물론 정공법 만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리즈의 구위와 제구가 너무 좋았다.(보는 내내 '저 구위와 제구를 쭉 유지할 수만 있으면 MLB에서도 선발로 충분하겠다.'라는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LG가 6회 즈음에 추가점을 내주었다면 리즈가 8회까지 그렇게 계속 전력 투구를 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덕분에 LG는 '5차전 리즈'라는 전술적 카드 한 장을 잃었다.(만일 리즈를 중간에 내릴 수 있을 정도, 또는 리즈가 템포를 조절할 수 있을 정도로 점수차를 벌렸다면, LG는 5차전까지 간다고 가정했을 때 '4일 휴식 후 리즈' 카드를 고려해볼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이재우가 내려간 후, 두산 불펜진의 운영은 아마추어인 본인조차 간단히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LG 타선에 맞춘 정석적 운영이었는데, LG 코칭 스텝과 타자들은 그에 대해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LG는 주자가 나가면 고집스럽게 번트를 댔지만, 그 번트로 들어온 주자는 딱 한명이었다. 나머지 번트는 두산 불펜진에게 '편안한 원 아웃'만을 선사했다. 그리고 압박에 눌린 타자들과 두산 야수진의 수비력에 막혀 2회 이후 단 한 점도 뽑지 못했다. 오늘 이긴 건 사실 양 팀 선발의 차이를 고려해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런 경기에서조차 이렇게 힘들게 이긴다면 LG가 한국 시리즈에 나가기는 상당히 힘들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건데,오늘 LG에서는 박용택과 작뱅 딱 둘 만 야구 했다...

어제 예상에서 리즈가 제구만 된다면 뱃 스피드가 느려져 있는 두산 타자들을 충분히 압도할 거라고 했는데, 오늘의 리즈는 제구가 되는 수준을 넘어서 구위도 엄청났다. 덕분에 두산 타자들은 홍성흔의 발야구(...) 덕에 노히트 게임을 피하는 치욕을 겪었다. 두산 타자들은 전체적으로 리즈의 패스트볼을 노렸는데, 자신들의 몸 상태를 고려해보면 차라리 리즈의 커브를 노리는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내일 하루를 쉬면 컨디션이 약간은 회복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두산 타선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타자들이 리즈 상대로 추풍낙엽처럼 떨어져갈 때, 두산 불펜진은 어제 33구를 던진 홍상삼을 제외한 전원이 출연하며 LG 타선을 물 먹였다. 어제 같이 LG 타선을 압도하지는 못했지만, 두산 불펜진은 이재우가 불과 1.2 이닝 만에 강판 당했음에도 수비와 협력해서 '주자는 내보내도 실점은 안하는 야구'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며 넥센 상대로 구겨질 대로 구겨진 자존심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다만, 간신히 이틀 동안 축적한 전력을 오늘 몽땅 써먹었다는 점, 그리고 그럼에도 졌다는 점은 두산에 적지 않은 대미지가 될 것이다.

2. 3차전 예상

두산은 원정(?) 2연전에서 당초 목표를 달성했고, 이제 홈 2연전에서 원투펀치가 나온다. 지금 두산 투수진 운용 상황을 보면 3차전 유희관 - 4차전 니퍼트가 될 것 같고, LG는 신재웅 - 우규민이 될 확률이 높다. 1, 2차전의 선발 매치업이 'LG 우세' 였다면, 3, 4차전은 '두산 우세'로 바뀐다. LG로서는 지금처럼 타선이 따로 국밥 놀이를 했다간 5차전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11년만의 가을 야구가 끝날 수도 있다.

LG는 불펜진이 '너무 쉬었다'라고 생각될 정도로 많이 쉬었기 때문에, 3차전에서도 신재웅이 초반에 불안하다면 즉각 불펜 물량 공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두산은 유희관보다 LG 좌타선을 잘 막을 수 있는 불펜 투수가 없기 때문에 무조건 유희관을 한계 투구수까지 끌고 가려 할 것이다. 하루를 쉬고 나오는 두산 타선이 3점 정도는 뽑아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보면, LG가 유희관을 상대로 두 점 이상을 뽑은 채 7회 이후를 맞이할 수 있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이다. LG는 라뱅과 이진영이 살아나지 않는한 아주 힘든 경기를 치러야 할 가능성이 높다.

예상 : 두산 4 - 2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