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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따르긴 했지만, 삼성 선발 밴댄헐크는 삼성 벤치의 기대보다 훨씬 잘 던졌다. 밴댄헐크가 안좋을 때는 전반적으로 공이 높게 가면서 볼넷을 주거나 얻어맞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제는 공이 낮게 잘 들어갔고 낮은 쪽의 제구가 되다 보니 떨어지는 슬라이더나 너클 커브도 위력이 더해졌다. 두산은 6회까지  거의 매 이닝 찬스를 잡았지만, 밴댄헐크의 호투와 운에 밀려 점수를 내지 못했다. 비록 삼성 타선이 5일을 쉬며 준비한 '삼성 킬러' 니퍼트에게 가로막혀 있었지만 5회에 하위 타선이 니퍼트를 물고 늘어지며 니퍼트가 7회에도 등판하는 것을 저지했다. 적어도 그 시점까진 삼성은 불리하지 않았다.

삼성의 문제는 밴댄헐크를 차우찬으로 바꾸면서 시작됐다. 사실, 그 시점에서 차우찬으로의 교체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차우찬을 1.2 이닝 만에 교체했다는데 있다. 차우찬은 삼성 불펜의 유일한 롱맨인데, 롱맨을 1.2 이닝 만에 교체로 쓸 거면 도대체 왜 6회에 올렸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삼성에 좌완 불펜이 없는 것도 아니고(권혁이 남아 있었다), 그 불펜이 0 : 0 의 상황에서 쓸 수 없을 정도의 투수도 아니다. 이미 8회, 삼성은 그 시점에서 앞서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연장을 염두에 두고서라도 이미 올린 차우찬을 좀더 끌고갈 필요성이 있었는데 '반드시 이겨야 한다'라는 부담감에서 안지만을 올렸고, 그렇게 올린 안지만이 2사에서 적시타를 맞으며 실점했다. 차우찬으로 계속 가다가 맞아서 실점했거나, 또는 안지만이 거기서 막아냈더라면 삼성이 오히려 기세를 올렸을 수도 있지만, 큰 위기 상황도 아닌 1사 1루에서 안지만이 올라와서 두산 우타자들에게 결국 실점했다는건 삼성 벤치에게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이, 동점 상황 1사 1루에서 오승환이 올라오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