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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랭킹 1위 투수’ 부산 개성고 좌완 심재민이 난데없는 ‘꼼수’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의 핵심은 ‘못 던지느냐’와 ‘안 던지느냐’다. 야구계 한쪽에선 “어깨와 팔꿈치가 아파 등판하지 못하는 것”이라 변호하고, 다른 한편에선 “특정팀의 사주를 받고 몸을 사린다”며 발끈한다. 과연 심재민은 아파서 공을 못 던지는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사주로 꼼수를 부리는 것일까. <스포츠춘추>가 심재민과 관련한 미스터리를 취재했다.

이 감독은 “한화가 심재민의 태업을 배후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부산 개성고(부산상고) 출신 한화 김응룡 감독이 고교 후배 심재민을 챙긴다는 건 아마야구계에선 모르는 이가 없다. 하지만, 정도가 문제다. 김 감독은 지난해 11월 한화 마무리 캠프에 심재민을 불러 테스트했고, 그때 심재민에게 ‘부상당할 수 있으니 살살 던지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후배를 향한 애정 어린 조언이었다지만, 어디 심재민이 한화 선수인가? 이건 어찌 보면 명백한 사전 접촉 행위였다. 그때 이후, 고교야구계엔 ‘김 감독이 심재민을 한화로 데려가려고 공작을 꾸미고 있다’는 의혹이 파다하게 퍼졌다.”

“공교롭게도 심재민이 한화 캠프를 다녀온 이후, 공을 던지지 않았다. 특별히 어디 아픈 것 같지 않은데도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들리는 말로는 한화가 심재민에게 ‘널 반드시 우리 팀에 데려올 거다. 그러려면 아픈 척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순번까지 올 수 있다’며 사실상 태업을 사주했다고 한다. 우리 고교 소속 선수는 아니지만, 내가 만약 개성고 감독이라면 화병에 걸릴 일이다. 생각해봐라. 에이스가 개점휴업 중인데 팀 성적이 좋겠는가? 다른 고 3 선수들의 진로가 달린 상황에서 심재민의 알 수 없는 개점휴업은 감독 입장에선 속이 터질 일이다. 만약 야구계의 소문대로 한화가 심재민을 데려가려고 어린 선수에게 ‘위장 부상’을 지시했다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올해 신인지명 방식을 살펴본다면 한화의 항변엔 설득력이 있다. 올해는 지난해까지의 전면드래프트와 달리 구단별로 연고지 선수 1명씩을 지명하는 과거의 1차 지명제도로 돌아갔다. 물론 신생구단 KT의 ‘우선 지명’ 2명은 지난해 NC와 동일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설명으론, 올해 신인지명회의는 KT가 가장 먼저 두 명의 유망주를 선택하는 ‘우선 지명’으로 시작한다. 다음은 NC, KT를 제외한 나머지 8개 구단이 연고지 유망주를 1명씩 지명하는 1차 지명이 시행된다. 이어 NC, KT가 차례로 연고지와 관계없이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1명씩을 지명하면서 1차 지명이 끝난다.

1차 지명이 완료되면 연고지와 상관없이 전(全)지역 선수를 대상으로 지명하는 전면드래프트 1라운드가 진행된다. 지명 순서는 지난해 성적 역순에 따라 ‘NC→한화→LG→넥센→KIA→롯데→두산→SK→삼성’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1라운드 지명이 끝나면 신생구단 지원 차원에서 KT가 5명의 선수를 특별지명하고, 이 순서가 끝나면 다시 구단별로 전면드래프트 2라운드가 시작한다.

올해 신인지명 순서만 본다면 한화가 심재민을 지명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선 KT가 심재민을 우선 지명하면 끝이다. KT가 심재민을 우선 지명하지 않는다면 롯데가 1차 지명 연고지 선수로 심재민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롯데 역시 심재민을 외면한다면 연고지 상관없이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1차 지명이 가능한 NC, KT가 그를 1차 지명자로 뽑을 확률이 매우 높다.

두 팀마저 ‘심재민 카드’를 들지 않는다면 전면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다시 NC에게 기회가 오고, 여기서도 NC가 심재민을 외면한다면 그제야 한화 차례가 된다. ‘KT→롯데→NC→KT→NC→한화’순으로 신인선수를 지명한다 칠 때 한화가 심재민을 품에 안으려면 무려 6번이나 지명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상식적으로 고교랭킹 1위 좌완투수가 그때까지 지명을 받지 않을 수 있느냐’는 게 한화 측의 주장이다.

심재민은 한화 마무리 캠프에 방문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투구하는 법과 재활하는 법을 배웠을 뿐 그 외 다른 지도를 받거나 별다른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KT 스카우트팀은 이와 관련한 소문을 직접 체크한 바 있다. 모 스카우트는 “유력한 우선지명 대상자인 심재민을 둘러싼 여러 소문의 진실 여부를 알아보려 바쁘게 뛰었다”며 “특히나 소문처럼 한화가 심재민을 영입하려고 여러 꼼수를 썼는지 조사했다”고 귀띔했다. 과연 결론은 어떻게 났을까.

KT 스카우트는 “무혐의였다”고 답변했다.

“심재민이 한화 마무리캠프에 찾아가 투구법과 재활법을 배운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외 한화로부터 모종의 언질을 받거나, ‘몸을 아끼라’는 등의 조언을 들은 사실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몸을 사린다’는 의혹 역시 면밀히 조사하니 지난해 어깨 상태가 확실히 좋지 않았다. 그리고 재활 중 올해 4월 경남고 경기에서 완투하며 팔꿈치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현재 재활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심재민이 한화 캠프에 찾아가 테스트를 받았다"고 주장한 모 고교 감독도 "내가 직접 듣거나 본 내용은 아니다"라며 "항간의 소문을 전했을 뿐"이라며 말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