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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동현 객원기자]

좁은 관문을 거쳐 어렵사리 프로야구팀에 입단했지만 1승도 못하고 조용히 사라지는 투수들이 부지기수다. 그런 의미에서 '10승 투수'들은 정말 대단한 선수들이다. 그것이 선발승이든 구원승이든, 실력이든 운이 많이 작용한 것이든 10승이란 숫자는 아무나 기록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10승 투수들에 대한 몇 가지 사실을 살펴본다.

▲ 10승을 한 번이라도 기록한 투수는 몇 명?

한 시즌에 10승을 한 번이라도 기록해 본 선수는 몇 명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162명의 선수가 10승 고지에 올랐다. 프로원년 박철순, 이선희를 시작으로 지난 시즌 김광현(SK), 윤석민(KIA)까지 10승 투수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40.7%인 66명은 프로 생활 중 단 1번 10승 고지에 올랐다. 현역 선수들의 경우에는 그 숫자가 늘어날 수 있지만 1번만 10승 투수에 오른 뒤 은퇴한 선수들도 많다.

▲ 10승 투수가 가장 많이 나왔던 시즌은?

지난 해에는 10승 투수가 15명 탄생했다. 그렇다면 가장 많이 탄생했을 때는 몇 명이나 10승 투수가 나왔을까. 정답은 1993년 23명. 다승 1위 조계현의 승수는 17승 밖에 되지 않았지만 10승에 턱걸이한 선수가 9명이나 되면서 숫자가 늘어났다. 반면 프로야구 초기인 1982년과 1983년에는 9명의 10승 투수만이 나왔다. 1990년대 이후에는 1996년과 2004년 기록한 12명이 가장 적은 숫자였다. 1996년에는 9승 투수가 7명, 2004년에는 6명이었다.

▲ 10승 시즌을 가장 많이 보낸 투수는?

그렇다면 10승 시즌을 가장 많이 보낸 선수는 누구일까. 주인공은 '살아있는 전설' 송진우(한화). 1989년 데뷔 후 지난 시즌까지 20시즌 동안 한화 마운드를 지킨 송진우는 20시즌 중 11시즌에 10승 이상을 기록했다. 뒤를 이어 팀 후배 정민철(한화)과 한동안 '10승 보증수표'였던 이강철이 10시즌을 기록 중이다. 이강철은 은퇴한 관계로 기록이 멈춰있지만 정민철은 언제든지 1위 자리까지 넘볼 수 있는 상황이다. 김상진이 8시즌, 선동열, 윤학길이 7시즌을 기록했으며 현역 중에는 김수경(히어로즈)이 7시즌으로 송진우와 정민철의 뒤를 쫓고있다.

▲ 가장 오랜 기간 연속 10승 이상 기록한 선수는?

10승 이상을 연속으로 한다는 것은 실력과 운, 그리고 철저한 몸관리가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강철의 기록은 놀랍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이강철은 데뷔 시즌이었던 1989년 15승을 시작으로 1998년 15승을 올릴 때까지 매시즌 10승 이상을 기록했다. 그 기간 동안 이강철은 132승을 올렸다. 정민철은 데뷔 시즌이었던 1992년부터 일본 진출 전 해인 1999년까지 8시즌 연속 10승을 기록했지만 일본에서 복귀한 2002년 7승에 그치며 기록이 중단됐다. 김시진과 정민태의 경우에는 6년 연속 10승 이상이 자신의 프로생활 10승 시즌의 전부였다. 다니엘 리오스 역시 6시즌 연속 10승을 올렸지만 지난해 일본에서 금지약물 복용으로 퇴출되며 기록이 퇴색됐다.

현역 선수 중에는 손민한(롯데)과 류현진(한화)이 기록 진행 중이다. 프로 생활 중 6차례 10승 투수에 올랐던 손민한은 MVP에 올랐던 2005시즌 18승을 시작으로 지난 시즌까지 매시즌 10승 이상을 기록했다. 4시즌 연속 10승 이상. 류현진은 데뷔 시즌이던 2006년 이후 18승, 17승, 14승을 기록하며 3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 중이다. 한편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메이저리그 투수 그렉 매덕스는 1988년부터 2007년까지 20시즌 연속으로 13승 이상을 기록했다.

▲ 데뷔 이후 10승 투수가 되기까지 오래 걸린 선수는?

10승 투수가 되기까지 13시즌이 걸렸다. 지난 시즌 10승 4패 11홀드 평균자책점 3.40으로 맹활약한 정현욱. 동대문상고 졸업 후 1996년 삼성에 입단했지만 그가 2007시즌까지 거둔 성적은 13승 19패 평균자책점 4.33이 전부였다. 한 시즌 최다승이 4승이었던 그가 지난해 선발, 중간을 가리지 않으며 맹활약한 끝에 드디어 10승 투수 반열에 올랐다. 10승 중 구원승이 8승이었지만 '선발 못지 않은 중간계투'였기에 10승 의미는 희석되지 않는다.

1989년부터 2002년까지 활동했던 이광우도 정현욱 못지 않다. 해태에서 데뷔한 그는 OB로 이적한 후에도, OB란 이름이 두산으로 바뀌는 동안에도 단 한 번도 10승을 기록하지 못했다. 2000년. 그는 11승 3패 평균자책점 3.70을 기록하며 데뷔 후 첫 10승의 영광을 안았다. 12시즌만이었으며 그 때 나이 36살이었다. 고졸인 정현욱과 달리 이광우의 경우에는 원광대를 졸업한 후 프로에 들어왔기에 나이로만 따진다면 가장 늦은 나이에 10승 기쁨을 처음 본 선수다.

이 밖에 이상목은 1990년 입단 후 1999년 14승으로 10시즌만에, 역시 1990년 프로에 데뷔한 최향남은 이상목보다 1년 빠른 1998년에야 처음으로 10승 고지에 올랐다.

▲ 10승 간격이 가장 길었던 주인공은?

처음 10승을 올리는 것보다, 연속으로 10승을 올리는 것보다 오랜만에 10승을 올리는 것이 어찌보면 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한 순간이라도 뒤쳐지면 사라지게 되는 프로 세계에서 몇 년만에 다시 부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10승과 10승 달성 간격이 멀었던 선수는 전병호. 1996년 데뷔한 전병호는 이듬해인 1997시즌 10승 8패 평균자책점 4.93을 기록하며 첫 10승을 기록했다. 강속구가 없어진 후 다양한 변화구와 제구력으로 승부하던 전병호는 2006년 다시 한 번 10승 감격을 맛봤다. 이번에도 성적은 10승 8패였다. 평균자책점은 3.90. 9시즌만의 10승 투수 복귀였다.

김원형(SK), 마일영(히어로즈), 문희수도 만만치 않다. 1998년 12승을 올렸던 김원형은 1999년 얼굴에 타구를 강타당하는 사고를 겪은 후 제 모습을 찾지 못했다. 이후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못하던 그는 2005년 들어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평균자책점 6위(3.41), 다승 4위(14승), 투구이닝 5위(171⅔이닝)에 오른 것. 특히 그가 거둔 14승은 1998년 이후 7시즌만의 두 자리 수 승리였다.

2000년 데뷔 후 이듬해 10승 투수 반열에 오른 마일영은 이후 2007년까지 14승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첫 시즌인 2008년. 그는 11승으로 생애 최다승을 올리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12시즌간 해태에서 뛰었던 문희수 역시 1985년 12승을 거둔 이후 7시즌만인 1992년 다시 10승을 기록했다.

▲ 역대 10승 이상을 거둔 시즌 횟수

11시즌: 송진우(한화)
10시즌: 이강철, 정민철(한화)
8시즌: 김상진
7시즌: 선동열, 윤학길, 김수경(히어로즈)
6시즌: 김시진, 정민태, 손민한(롯데), 리오스
5시즌: 김용수, 조계현, 주형광, 이상군, 임창용, 이대진(KIA) ,박명환(LG)
4시즌: 김원형(SK), 문동환(한화), 배영수(삼성), 최상덕(한화), 박충식, 김상엽, 송유석, 한용덕, 정삼흠, 성준, 장호연, 박정현, 한희민, 이상윤, 최동원

3시즌: 이상목, 김진우, 류현진(한화), 랜들(두산), 이승호(SK?1981년생), 김진웅(삼성), 노장진, 김현욱, 임선동, 정명원, 위재영, 이상훈, 김태원, 최창호, 박성기, 이태일, 김성길, 김진욱, 계형철, 최일언, 김일융, 오영일, 황규봉, 장명부, 임호균, 하기룡, 박상열

2시즌: 장원삼(히어로즈), 마일영(히어로즈), 채병용(SK), 전준호(히어로즈), 최원호(LG), 박지철(LG), 장문석, 손혁, 브라운, 캘러웨이, 전병호, 진필중, 강병규, 이경필, 권명철, 김기범, 레스, 안병원, 김태한, 김정수, 염종석, 장정순, 신동수, 문희수, 박동희, 유명선, 김청수, 양상문, 윤석환, 이길환, 차동철, 김건우, 유종겸, 강만식, 김용남

1시즌: 김광현(SK), 윤석민(KIA), 송승준(롯데), 장원준(롯데), 이재우(두산), 봉중근(LG), 정현욱(삼성), 윤성환(삼성), 심수창(LG), 한기주(KIA), 신승현(SK), 오승환(삼성), 권오준(삼성), 조용준(히어로즈), 오재영(히어로즈), 신용운(경찰청), 이승호(SK?1976년생), 제춘모(SK), 구대성(한화), 조규수(한화), 옥스프링(LG), 신윤호, 이광우, 곽현희, 박석진, 레이번, 로마노, 세드릭, 그레이싱어, 하리칼라, 바르가스, 피어리, 바워스, 키퍼, 엘비라, 콜, 토레스, 에르난데스, 갈베스, 발데스, 해리거, 파머, 기론, 베이커, 김기덕, 최향남, 차명석, 성영재, 김홍집, 인현배, 윤형배, 김상현, 오봉옥, 박은진, 김태형, 김동현, 문병권, 김대중, 김훈기, 진동한, 김신부, 권영호, 노상수, 이선희, 김성한, 박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