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일찌감치 밟은 대전땅은 생각보다 매우 더웠고
푹푹 찌는 날씨에 난데없이 여우비도 지나가고
그 와중에 두 시간 줄 서서 만난 아저씨는 오늘도 너무 멋지고.

싸인회 예정이었던 5시반에 딱 맞춰서 등장하는 순간
아아, 처음 보는 것도 아니지만 그 사이 더 멋있어졌어ㅠ_ㅠ!

싸인 받고, 응원의 한 마디 올리고, 옆에 내려와서 얼굴 감상.
한없이 보고 또 봐도 마냥 멋있는 이 아저씨를 대체 어쩐담.

플라이아웃 깔끔하게 잡고 아쉽지만 거기서 끝내서 다행이에요.
농담으로 <주자 내놓기라도 했다간 패전투수 될 지도 모른다>
라던 말이 현실이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니까=_=

경기, 참 못 봐 줄 상황이었죠. 그래서 은퇴식만 보고 나왔어요.
그래, 니들도 아저씨 보내기 싫어서 그렇게 나오는거지 지금-_-??
왜 투스트라익은 잘 잡아놓고 막지를 못 하니..결국엔 대량실점.
어째 삼성 선발까지 합세해서 경기 시간은 자꾸자꾸 길어만지고
보는 관중들은 점점 짜증이 커지며 집중도가 떨어지는 답답한 상황.
하지만 5회까진 봐야 하니 대체로는 집에 '못' 가고 자리를 지키는;

그래도 경기 상황 따위, 오늘은 순전히 아저씨 때문에 온 날이니까.
은퇴식 하는 동안은 제 마음을 다 해서 보내드리고 왔어요. 시원하게.
눈물이 나긴 커녕 정말 새로운 도전을 축복하는 마음만 가슴에 가득해서
밝게, 힘차게, 대성불패와 구대성을 번갈아 목놓아 외쳤네요. 마지막이니까.

이미 치른 은퇴식 이제 와서 시간을 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불만.
안 그래도 15번이라 초청손님 적은데 2군 코치님들(+송회장님) 못 오시고..
(이건 사실 불만이라기보단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죠)
영결 안 하고 배번 전달식 하겠다더니 그건 대체 어떻게 된 것이며
한화가 여태 펼쳐 온 거한 불꽃쇼도 없고. 화약은 뒀다 뭐에 쓸 건지.

그래도 아저씨가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에 가득가득 축복해드리고 와서
굉장히 정신없기도 했지만 차근차근 돌아보면 정말 원없이 보낸 하루였어요 저는.


그 마지막을 오래도록 추억하게 해 줄 것들.


싸인은 유니폼에 있고, 싸인지랑 입장할 때 나눠주는(정말 엄청 쌓아놨던) 수건이랑 신문.


그리고 전리품 ㅋ (박스에 들었을 뿐 위에 거랑 똑같은) 타월, 모자, 싸인볼


싸인볼은


은퇴기념 공인구


친필 싸인 (스탭분이 그렇게 말했으니..)

모자는 앞면엔 투구폼과 15 CLOSER

측면엔 싸인, 뒷면엔 1993-2010 경력과 이글스 마크.

난생 처음 밟은 그라운드는 생각보다 참 폭신폭신해서 살짝 놀랐어요.
얼굴에 철판 깔고 "오빠 사랑해요!"를 냅다 외치지 못 한 게 천추의 한.
하다못해 아저씨 사랑해요, 라도 했어야 했는데. 마지막 기회건만.
분명 준비하는 동안은 생각했었는데 왜 정작 해야 할 땐 깜빡한건지.
정말 원없이 기분 좋게 아저씨 보내드렸는데 이게 너무 아쉬워요ㅠ_ㅠ;

그래도, 어쨌든, 정말 마지막이 지나갔네요.
호주 가서도 멋있게 잘 던져주시길 바래요.
그래야 이렇게 안 매달리고 보내드린 보람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