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잠수타다가 잠시 불쑥 나와서 글씁니다
-직관후기같은건 쓰기도 싫은 참담한 심정 -_-


1. 장점
많은 분들이 보셨듯이 좋은 제구력과 아무리 핀치에 몰려도 나름 꿋꿋하게 던지는 긍정적 마인드가 가장 장점입니다. 물론 여기서 호수비를 통해서든 지가 ㅈㄴ 잘해서든 딱 막아내서 포효하는, 이른바 낚시질로 연결되면 최상이겠지만 아직 그런 수준은 아니고 신인이 이정도 해주는 것만 해도 충분히 긍정적인 요소죠. 하지만 이런 부분은 치명적인 변수가 -반쯤은 농담이지만 상군매직이나, 상군매직이라거나, 상군매직같은-  안생긴다면 경험으로 극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물론 중반 이후에 좀 털리긴 했지만(최희섭 문샷 덜덜덜) 140km를 웃도는 직구였습니다. 사실, 저번 경기에서는 공격적인 피칭과 좋은 제구로 버텼지만 구속도 느리고 구위가 좋다고 하긴 어렵던지라 맞아나가기 시작했거든요. 뭐 당시엔 140 넘기기가 좀 어려웠기도 하고 두산 이 무서운 놈들....이었던지라 가혹한 데뷔전이었던건 있죠. 아무튼간에 단순히 구속이 143km까지 나와서 '오 괜찮은데'가 아니라 미트에 꽂히는 소리가 꽤나 시원했다는거죠. 1루 지정석이라 굉장히 가까이서 봤는데 소리만 듣고선 140 중반까지 나올줄 알았는데 142~3km가 최고구속인게 좀 의아할 정도였거든요. 이건 어쨌든 간에 지난 경기에 비해선 공에 힘이 실려있다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상 황재규의 주무기는 몸쪽 낮게 붙이는 직구, 바깥쪽 꽉찬 직구, 그리고 헛스윙 유도용 포크볼입니다. 특히 바깥쪽 꽉찬 직구는 류현진 이외에 저렇게 한 경기에 많이 예술적으로 꽂아넣는걸 본적이 없다 싶을 정도로 제구가 칼입니다. 같이 경기를 본 기아팬 모님은 '저 공은 어떻게 건들여봐야 범타고 냅두자니 삼진이고 미치겠네' 라고 평하셨습니다 -_-a 포크볼도 왕년의 연예인 심모씨의 그것처럼 낙차좋고 빠른 그런게 아니라 직구 타이밍에 휙 들어와서 헛스윙을 가져오는, 말하자면 류현진의 체인지업같은 효과를 보여줍니다. 많이 부족하지만요.

기본적으로 모든 공들이, 심지어 볼넷을 주는 한이 있어도 그게 도루 저지를 위한 픽아웃이 아닌 이상 확연한 볼은 좀 적습니다. 폭발적인 구위는 떨어져도 참 능숙하게 제구한다는 느낌이죠. MLB로 비유하자면 매덕스보다는 글래빈의 느낌입니다. 다만 주심의 콜이 오늘처럼 좀 타이트해진다면 약간 고전할 가능성이 크지 않나 싶구요.


2.단점
여태 실컷 입아프게 자랑질을 해댔지만, 어쨌든 현재 보여지는 성적은 딱히 좋진 않습니다 -_- 왜그럴까 묻는다면 뭐 당연하게도 '아직까지 구위도, 경험도 부족하다' 겠지요. 근데 반드시 그렇다고 단정짓기엔 좀 미안한 장면도 많습니다. 물론 강력한 구위가 없는건 맞지만, 최소한 민철횽아보단 낫거든요(...)

결국,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보면, 스테미너 부족이 아닐까 싶습니다. 안영명이 오랜 이닝을 못먹는 것도, 황재규가 중반부터 슬슬 맞아나가는 것도 결국 선발투수로써의 스테미너가 부족해서 오는 현상이라고 보여집니다. 글쎄요, 구속이 확 떨어지는건 아니지만 뭔가 미트에 꽂히는 느낌이 약해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경기 운영 능력이 부족하다라고 단정짓기엔 저에겐 빼어나지는 않던 구위가 더 힘을 잃어서- 라고 보여집니다.

몇차례 등판에서 굉장히 다양한 변화구를 던진다는 느낌은 덜 받은지라, 기본적으로 직구-포크볼 위주에 구속으로 보건데 한 종류 더 존재하는 느낌인데 확신은 못가지겠습니다. 아무튼 직구가 강력하지도, 포크가 명불허전이지도 않은 상태에서 노련한 수읽기가 아니라면 경기가 지나면서 상대 타선을 대처하기가 부담될 수는 있겠습니다마는, 사실 글래빈도, 모이어도, 구종이 다양해서 그렇게 잘던졌던 것은 아니니까 무조건적인 근본 문제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하지만 구위의 강력함이나 구종의 다양성을 통한 선택지의 제시가 부족하다면 그 이상으로 극복해야하는 난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긴 하죠.


3.미래 예상
투수의 미래를 예측하는데 있어서 구위의 빼어남이나 구종의 다양성, 혹은 완성도가 기본이 되는 것은 맞겠지만 최소한 저렇게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와 꽤 훌륭한 제구력을 갖춘다면 쉽게 무너지지 않을거란 예상도 가능할겁니다.

구종의 장착이나 구속의 증가는 사실 대단히 어려운 작업입니다만, 가능하다면 둘 중 한 가지는 노력해서 극복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여기서 그러한 업그레이드 작업이 성공리에 마감된다면 훌륭한 프론트라인 선발이 될 수도 있겠다 싶거든요.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현재 상태에서 스테미너만 더 늘고 한 번씩 나오는 정줄놓치는 실투만 잘 조절된다면 그걸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거 같습니다. 단적으로 말해 실투를 조금만 더 줄이고 120개 던져도 버틸만한 체력이 있다면 이닝은 엄청나게 먹어줄만한 완투형 투수가 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현재 단계에서 황재규는, 신인이기도 하고 프로무대에 아직 완벽하게 적응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피칭 스타일이 엄청나게 무너지지도 않을 느낌이고 스테미너만 충분해진다면 이닝 소화력은 굉장히 좋을 수 있는 선수라고 보여집니다. 만루 상황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일구 일구 신중하게 골라넣던 모습이나 -물론 타석에 김상훈인데 왜 쪼냐고 투덜거리긴 했습니다만- 최희섭의 문샷을 맞고도 어쨌든 꿋꿋하게 이닝을 마감하던 모습에서 긍정적인 면모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한화에서 쓸만한 유망주라는 단어는 거포라는 단어로 대체해도 상관없는 양상입니다만, 황재규는 박성호와 함께 굉장히 소중한 투수 유망주입니다. 하지만 황재규와 박성호는 거의 극과 극으로 다른 스타일이긴 하죠. 포텐셜이 폭발했을때 리그를 강타할 한계치는 박성호에게 더 보인다면 무난히 안착해서 오래도록 한화팬들에게 사랑받을 느낌은 황재규에게 받고 있습니다.

한화에는 송진우, 정민철, 구대성 등 왕년에 한가닥 했다가 요즘엔 노련한 승부수로 타자들을 이겨나가는 레전드들이 많습니다. 황재규도 그런 대선배들에게 배워서 글래빈처럼, 손민한처럼, 송진우처럼 노련하고 영리한 투수로 오래오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