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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에서 불펜 전력은 성적과 비례한다. 지난 7시즌 동안 세차례씩 우승한 SK와 삼성의 힘은 강한 불펜에 있었다. 확실한 이닝이터형 선발이 많지 않은 한국 프로야구 여건상 오히려 더 강한 불펜을 만드는 게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성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이 때문에 10승을 보장하는 선발투수의 마무리 전환을 통해 뒷문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적지 않다. 올해는 마무리에 고민을 안고 있는 두산과 SK가 각각 이용찬과 김광현을 마무리로 기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둘은 빠른 공과 풍부한 경험을 가졌다는 매력이 있다.

역대 에이스급 투수들의 마무리 전환은 성공적일 때가 많았다. 선동열·구대성·이상훈·진필중·임창용 등은 압도적인 기량 때문에 선발이든 마무리든 보직이 큰 의미가 없었다.

KIA 선동열 감독

선동열은 1991년 12차례 완투를 포함해 19승(4패6세이브)을 올린 뒤 이듬해 팔 부상으로 주춤하자 1993시즌부터 마무리로 본격 나섰다. 첫 시즌에 31세이브(10승3패·방어율 0.78)를 따냈다.

‘야생마’ 이상훈도 1995시즌 20승(5패)을 채우고나서 마무리로 전업했고, 1997년에 37세이브(10승6패)를 거뒀다.

임창용은 전천후 등판이 가능한 불펜투수에서 세 시즌 연속 두자리 승수를 따낸 풀타임 선발로도 성공했다. 2004년에는 다시 마무리로 복귀해 36세이브(2승4패·방어율 2.01)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리그 전체적으로 기량이 평준화되면서 최근에는 에이스급 투수의 마무리 전환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지난 몇 년간 김진우·송은범(이상 KIA), 이재학(NC), 리즈(LG) 등이 선발로 뛰다 팀 사정 때문에 마무리로 나섰으나 오래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타이트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압박감과 매 경기 불펜 대기해야 하는 피로감 등 불펜투수의 운명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 주된 실패 이유로 꼽힌다.

그런데도 각 팀이 이같이 모험적인 고육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안정적인 마무리가 10승 투수 이상의 가치를 한다는 믿음이 크기 때문이다. 마무리로 잘 자리만 잡아준다면 팀 전력에 주는 안정감이 상당하다. LG는 2008년부터 세 시즌 연속 10승을 기록했던 봉중근을 선발에서 마무리로 전업시켜 고질적인 불펜 약점을 잡은 뒤 가을야구의 꿈을 이뤘다.

이번 겨울 SK와 두산의 시도는 김광현과 이용찬이라는 차세대 젊은 투수를 마무리로 투입하려 한다는 점에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몸 상태와 구위다. 둘 모두 팔 부상 재활을 마친 상태라 부상 이전의 강속구를 회복하는게 최우선 과제다.

두산 이용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