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1. 김상엽(1989~2000)
    78승 56패 49세이브 방어율 3.39


  
 이 선수가 아니었다면 전 삼빠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야구선수, 김상엽입니다.
 부산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롯데의 '성지'(그냥 좋은 뜻으로 하는 얘기입니다), 마산에서 자란 놈이 
 가족들의 압박까지 이겨내고 삼빠로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이분이 있었기 때문이죠.

 92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네요.
 외야석 1층에 공이 떨어지면 1점 홈런, 2층에 떨어지면 2점 홈런으로 알 정도로
 야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코찔찔이는 무심코 틀어놓은 텔레비전 화면에 보이는 한 선수에게 빠지게 됩니다.
 김상엽. 단순히 이름이 멋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말이죠.
 
 태평양 돌핀스와의 경기였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자막으로 나온 그의 기록. 4 세이브.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던 때였죠.
 위기의 순간을 '삼중살'로 넘기던 장면도 기억이 나구요.(삼중살이 나왔을때 마운드 위에 있었던 투수가 김상엽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야구란 스포츠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규칙도 하나하나 배워 나가고, 어쩌다 한번씩 롯데가 마산에 들리면 빠짐없이 경기장에 나갔구요.
 물론 상대팀이 삼성일때는 얼큰하게 취하신 아저씨들 가운데서 '용감하게도' 목이 터져라 라이온스를 응원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참 용감했구나 싶네요. ^^

 저를 야구의 세계로 인도해 준 김상엽.
 그는 어떤 의미에서 너무나 '라이온스적인' 투수였습니다.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 리그 최고의 파워커브.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지워지지 않는 아쉬움
 제구가 불안하고(어릴때 기억이라 확신하지는 못하겠지만.. 당시 해설자들이 그렇게 평하던게 기억이 나요),
 격년제로 하늘과 땅을 달리는 성적이 보여주듯 기복이 심한 투수였죠.

 그러나 삼성 라이온스를 생각할때 맨 처음 떠오르는 투수는 언제나 김상엽이었습니다.
 박충식처럼 한결같이 꾸준했던 것도 아니고
 배영수처럼 리그를 압도하지도 못했지만
 첫사랑 김상엽이었기에 저만의 에이스는 늘 그였습니다.

 1999년 우승에 목말랐던 삼성은 라이벌 엘지의 안방마님 김동수를 FA로 데려옵니다.
 엘지와의 경기에서 악몽과도 같았던 김동수 선수였기에 만세를 불렀죠.
 라이온스도 이제 포수다운 포수-(만수 형님의 포수시절은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였기에...)를 가지게 되었다고 말이죠.
 그런데 그를 영입한 댓가는 참 가혹했습니다.
 영원한 에이스로 남아있을 거라 믿었던 김상엽. 그가 보상선수란 이름으로 다른 팀 유니폼을 입는 것을 바라보아야 했으니까요.

 2002년 첫 우승. 후배 이승엽을 부둥켜 안고 펑펑 울던 양준혁을 보며 저도 같이 울었습니다.
 울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기뻤고, 동시에 아팠습니다.
 첫 우승의 감격 속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아픈 기억.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던 지난날 에이스의 빈 자리가 왜 그렇게 쓰라리던지요.
 양준혁의 그 눈물을 끝내 같이 나누지 못한 그의 모습이 참 많이 아프더군요.

 삼성의 많은 선수들이 그랬듯, 마지막이 그리 매끄럽지 못했던 그이기에
 그의 화려했던 모습을 생각하면 할 수록 진하게 내려앉는 아쉬움.
 하지만 전 아직도 그를 라이온즈 최고의 에이스라고 기억합니다.
 첫사랑이니까요.







원래는 김상엽 선수 말고도 박충식, 강동우, 최익성... 생각나는 선수들 한꺼번에 다쓰려고 했는데
모자라는 글 솜씨 때문에, 흐릿한 기억 때문에 그러지를 못하겠네요.
그냥 한번씩 생각날때마다 90년대 참 좋아했던 선수들 한 명씩 돌이켜보고 싶네요.
왠지 끝이 안좋았던-그런 선수가 한,둘이 아니었지만...선수들..
떠올려보면 참 쓰리고 아픈 그런 선수들 이야기를 쓰게 될 거 같아요.

아.. 위에 기록 출처는 istat.co.k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