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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승2무21패, 승률로는 6할7푼7리. 삼성은 개막 이전만 해도 상상이 어려웠던 중간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올해야말로 시작은 미약했다. 류중일 감독은 삼성 지휘봉을 잡고 4년째, 최악의 조건으로 출발선을 통과했다. 영원히 함께 할 것 같던 마무리 오승환이 일본프로야구 한신으로 떠난 데다 톱타자 배영섭이 입대했다. 주전포수 진갑용도 부상으로 낙마했다.

오승환 대역으로 임창용이 합류하며 ‘반전’을 알렸지만, 삼성이 지금처럼 독주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은 거의 없었다.

삼성 선수들이 승리 뒤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하루 아침에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몇 개월에 걸쳐 삼성의 전력은 극적으로 바뀌어갔다. 시즌 전, 마이너스 투성이였던 곳에 플러스 부호가 붙었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안정세를 보인 마운드를 기반으로 베테랑 이승엽이 반등했고, 최형우·박석민·채태인이 제역할을 했다. 톱타자 자리에 외국인선수 나바로라는 최후의 카드가 대성공을 이뤘고, 날다람쥐 스피드의 ‘젊은 사자’ 박해민이 탄생했다.

류 감독은 2011년 삼성 감독으로 첫 시즌을 치른 뒤 통합 3연패를 달성했다. 첫해 승률 6할1푼2리를 거둔 데 이어 2012년에는 6할1푼1리로 페넌트레이스 정상에 섰다. 2013년에는 승률 5할9푼5를 기록했다.

중간성적일 뿐이지만 6할7푼7리에 이른 올해 승률은 팀 역사상 최상급이다.

1989년 단일시즌제 도입 뒤 프로야구 역대 최고 승률도 조심스럽게 노려볼 만하다. 역대 최고 승률 우승팀은 2000년의 현대 유니콘스였다. 그해 현대는 91승2무40패, 승률 6할9푼5리를 기록하며 정상에 섰다.

현대의 2000년은 프로야구 역사에도 아주 유명한 시즌으로 남아 있다. 현대는 그해 김수경·정민태·임선동 등 18승 투수 3인을 공동 다승왕으로 배출하는 압도적인 페이스로 리그 정상에 올랐다.

삼성이 시즌 중반 이후까지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며 현대의 2000시즌 기록에 도전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가타부타 예상이 어렵다.

다만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도 삼성을 견제하는 팀이 나오지 않는다면 ‘독주’에 더욱 힘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다른 팀으로서는 승산 낮은 삼성전에 승부를 걸 이유가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가장 근거리에 있던 NC가 주춤한 것도 삼성의 추진력을 키운다. 3위 넥센은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염경엽 감독은 “다른 팀은 볼 때가 아니다. 우리팀이 한 계단씩 올라가는 것만 신경쓰고 있다”며 승부처를 뒤로 늦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