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류현진을 '괴물'로 만든 아버지의 정성
- 작성일
- 10-06-0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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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투수'를 만든 것은 아버지의 정성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류현진의 아버지 류재천씨(왼쪽)는 아들이 등판하는 모든 경기를 어디든지 빼놓지 않고 직접 찾아가 응원을 합니다. 프로에 오기 전, 초등학교 때부터 쭉 이어져 온 행사입니다. 1일 문학 SK전을 3-0 완봉승으로 끝내자 류재천씨는 "투구수가 128개다. 다음 주 화요일(8일) 등판할 수도 있으니 약속을 취소해야겠다"고 했습니다. |
아버지는 말합니다. 류현진이 아직 학교에도 들어가기 전의 일입니다. "주말에 야구장 데려간다고 하면 그 장난꾸러기가 1주일 동안 조용히 지냈어요. 아주 편했지"라며 웃습니다. 야구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류현진은 야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아버지의 지극 정성도 함께 였습니다. 아들이 지방으로 시합을 나가는 날이면 봉고차를 직접 끌고, 동료 학부모들을 태워 그곳이 어디든 따라다녔습니다. 아들의 모든 투구를 직접 지켜봤습니다.
'괴물'의 체력은 아버지를 닮았습니다. 아버지 류씨는 럭비 선수 출신입니다. 여전히 몸이 탄탄합니다. 일종의 트레이드 파문에 휘말리는 바람에 대학 진학에 실패했습니다. 아직도 "아쉬움이 많다"고 합니다. 운동 선수 출신이어서, 운동 선수 아들의 마음을 잘 압니다. 힘들 때, 괴로울 때, 그때마다 곁에 있어 주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류현진은 삼겹살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물론 더 좋은 고기를 사주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은 아픕니다. 그래도 현진이는 "삼겹살이 제일 좋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손은 조금 불편합니다.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삼겹살을 구워주다 팔이 불편해졌다"며 웃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나면 부자는 삼겹살집으로 갑니다. 아버지는 굽고, 아들은 먹습니다. "하도 잘 먹어 젓가락으로 고기를 하나씩 뒤집을 수가 없었지. 젓가락으로 삼겹살을 죽 꿰서 한번에 여러 장을 뒤집어야 해. 한참 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팔이 덜덜덜 떨려. 그래도 삼겹살 좋다고 잘 먹는 아들 앞에서 티 낼 수 있나"라며 또 웃습니다.
어느날 신문에서 조성민의 기사를 봤다고 합니다. 조성민의 부친이 집에 연습장을 설치했다는 얘기였습니다. 류현진이 초등학교 때 였습니다. 아버지는 당장에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다 연습장을 만들었습니다. 전기 기술자인 동생을 시켜 조명 시설도 만들었습니다. 조성민 기사에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탁구공으로 타격 연습을 했다'고 돼 있었답니다. 그 길로 골프장을 찾아갔습니다. 못쓰는 폐골프공을 모아 왔습니다. 류현진은 골프공으로 타격 훈련을 했답니다. 물론 야구공으로도 타격 훈련을 해야 합니다. 아버지는 인천 도원 구장을 찾아갑니다. 하루종일 야구를 보며 파울볼을 줍는 노인들을 찾아가 막걸리값을 쥐어주며 헌 공을 사 모았습니다. 그걸로 류현진은 연습장에서 방망이를 휘두릅니다.
류현진이 고3이었던 시절, 스카우트들 사이에는 이런 소문이 돌았습니다. "아버지가 조폭이다. 지명하면 계약하기 어렵다". 아버지는 웃습니다. "내가 맨날 아들 야구장 따라다니니까 그런 소문이 난 모양"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건은 있었습니다. 류현진이 고 1때입니다. 류현진은 어린 시절부터 인천의 한 대형병원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팔꿈치를 관리받았습니다. 대회가 끝나면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붙잡고 병원을 찾았고, 꼼꼼히 진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팔꿈치가 아팠습니다. 그 인천의 병원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아팠고, 서울의 한 병원을 갔을 때를 두고 아버지는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떠올립니다. 팔꿈치 인대가 너덜너덜했습니다. 아버지는 팔꿈치가 괜찮다고 했던 인천의 그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때 병원 찾아가서 로비에서 소리소리 질렀다"며 웃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다 부숴버리고 싶었는데 참았다"고 했습니다. 류현진 아버지가 조폭이라는 소문은 거기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아버지의 해석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이제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류현진도 어느 구장에서 공을 던지던지 관중석을 대충 훑는 것 만으로도 아버지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씩 웃으며 인사를 합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때도, 그 바글바글한 우커송 구장에서 류현진은 한 눈에 아버지를 찾았습니다.
1일 인천 문학 SK-한화전에도 아버지는 어김없이 야구장을 찾았습니다. 아버지는 말합니다. "뉘 집 아들인지 몰라도 참 잘 던지네".
PS. 류재천씨 옆에 있는 분은 기사에도 나왔듯이 이재원의 아버지 이화용씨입니다. 초-중-고 한 번도 같이 다닌 적은 없지만 아들들이 야구를 시작하던 시절부터 15년 동안 아주 친한 사이입니다. SK 민경삼 단장은 이 두 분을 두고 '15년 동안 배터리'라고 얘기했습니다. 아들들은 각자 다른 구단에서 뛰고 있지만 아버지들은 서고 주거니 받거니 찰떡 궁합을 보입니다.
[출처] 류현진을 '괴물'로 만든 아버지의 정성|작성자 yagument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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